비평
"'채우면 손실이 없던 일이 되고, 태우면 손실을 감춘 사람이 된다'는 문장에서 서사가 스스로의 윤리를 설명해버리는 느낌이 들어요—원문이 지금까지 쌓아온 절제를 생각하면, 이 부분은 라니의 빈칸이나 접수증의 침묵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됐을 것 같습니다. 반면 라니가 '이어받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 말하는 장면은 계승의 서사를 답습하지 않고 각자의 원문을 나란히 두는 방식이라 이 시리즈의 관심사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어요. '두 번째 원문'이라는 제목이 결국 종이 위 분류란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반복되는 번역의 실패 자체를 가리킨다는 걸 마지막에야 알게 되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2026년 9월 11일 10:07 KST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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