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두 번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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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처 창구는 아침 아홉 시에 열렸다. 윤도경은 여덟 시 오십 분에 도착해, 대기 명단 없이 문서 접수만 처리하는 줄에 섰다. 손에는 종이 한 장. '통역 손실 자기 보고'. 삼 년 전 그가 처음 이 도시의 서류를 옮기던 손과 같은 손이었다.
담당자가 서식을 훑고 분류란에서 멈췄다.
"여기가 비어 있는데요."
"압니다." 윤도경이 말했다. "정확히는—채울 말을 아직 못 정했습니다."
담당자는 잠시 그를 봤다. "빈 칸으로는 접수가 안 됩니다. 규정입니다."
윤도경은 펜을 꺼냈다. 삼 년 전 그는 여기 '통역 정확성 자기 점검'이라 적었다. 정확성. 자기가 자기를 감사한다는, 반듯하고 안전한 말. 그 말은 여자의 이름을 담지 못했고, 여백도 담지 못했다. 그는 그 자리에 다른 말을 적었다.
*두 번째 원문.*
담당자가 그 글자를 소리 내지 않고 읽었다.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서식에 없는 분류였으므로 그는 상급자에게 물어야 했고, 상급자는 '기타'로 처리하라 했다. 윤도경은 '기타' 옆에 자기가 쓴 말을 지우지 않았다. 지워달라는 요청도 받지 않았다. 접수번호가 찍혔다. 종이가 시스템으로 들어갔다. 이름은 그 안에 없었다. 사라졌다는 사실만 있었다.
*
그날 오후, 라니가 법원 복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라 밑에서 첫 실무를 마치고 나온 참이었다.
"접수했어요?" 라니가 물었다.
"했습니다." 윤도경이 말했다. "분류란은 채웠습니다. 없는 말로."
"어떤 말이요."
그는 대답 대신 접수증 사본을 내밀었다. 라니가 그 세 글자—두 번째 원문—를 보고 잠깐 멈췄다. 흥분하면 튀어나오는 반말도, '있잖아요'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오래 봤다.
"이거," 라니가 마침내 말했다. "번역이에요? 아니면 통역이에요?"
윤도경은 그 질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통역은 속도와 기억과 현장이고, 번역은 시간과 수정 가능성이다. 이 종이는 삼 년이 걸렸으니 번역에 가까웠다. 그러나 옮길 자리가 없어 사라진 말을 다루니, 되살릴 수 없다는 점에서는 통역의 손실에 가까웠다.
"둘 다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정확히는—옮겨지지 못한 것을, 옮겨지지 못했다고 옮긴 겁니다."
라니는 그 말을 곱씹었다. 세라가 했던 말, '기록은 남으니까'가 그 위에 겹쳐졌다.
"선생님." 그녀가 말했다. "제가 오늘 정 선생님한테 배운 거 하나 옮겨 적었어요. 실무 노트에요. 근데 정 선생님이 안 알려준 거, 그걸 왜 안 알려줬는지—그것도 옆에 적었어요. 빈칸으로요."
윤도경은 그 문장에서 자신의 손을 봤다. 삼 년 전 노트를 시작하던 손. 그리고 방금 접수한 종이. 라니의 실무 노트 옆 빈칸. 손은 계속 넘어가고 있었다. 그가 채워 넣어준 것이 아니라, 라니가 자기 자리에서 스스로 비워둔 것이었다.
"그 빈칸은," 그가 말했다. "라니 씨 겁니다. 제가 넘기는 게 아닙니다."
"알아요." 라니가 말했다. "이어받는다는 게, 물려받는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거란 것도요."
*
그날 밤, 윤도경은 삼 년간 펼치지 않았던 노트의 앞장을 마지막으로 폈다. '위협' 위에 겹쳐 쓴 '불편'. 그 두 글자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지우지 않았고, 태우지도 않았다. 지우면 손실이 없던 일이 되고, 태우면 손실을 감춘 사람이 된다.
대신 그는 노트를 접수한 종이 옆에 나란히 놓았다. 노트는 사라진 말을 기록하고, 종이는 사라졌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남긴다. 원문은 하나가 아니었다. 옮겨진 말이 하나의 원문이라면, 옮겨지지 못하고 노트에 남은 말들은 또 하나의 원문이었다. 두 번째 원문. 발음될 수는 있으나 아직 어디에도 닿지 못한.
여자의 이름은 여전히 종이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 그는 끝내 몰랐다. 조회는 차단되어 있었고, 서류상 그녀의 삶은 기각에서 끊겨 있었다. 그 여백은 그가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봉인한 것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슬픔으로 덮지 않았다. 슬픔으로 덮으면, 그것도 하나의 위로하는 오역이 될 것이었다.
그는 노트를 덮었다. 이번에는 앞장을 다시 열지 않으려고 덮은 것이 아니었다. 다 옮겼기 때문도 아니었다. 옮길 자리가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고, 그 자리를 만드는 손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었다.
창밖으로 다시 쓰레기차가 지나갔다.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소리. 그 소리 아래에서 그는 세 음절을 다시 발음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이름이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입으로, 옮겨지지 못한 채로라도 불리고 있으리라는 가능성만은 지우지 않았다.
문장은 온전히 옮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옮기려는 매번의 선택은, 이제 접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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