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국밥집 검객

1

해질녘의 첫 국자

여산은 새벽에 불을 지폈다. 부뚜막 아래 재를 긁어내고, 마른 장작을 세로로 세웠다. 불씨는 손끝에서 옮겨 붙었다. 그는 성냥이 아니라 부시를 썼다. 오래된 습관이었다. 불꽃이 살아나는 데 세 번, 남들은 여남은 번이 걸렸다. 솥에 물을 붓고 뼈를 넣었다. 사골은 어제부터 우렸다. 국물은 뽀얗게 올라오다 어느 순간 멈춘다. 그 순간을 아는 것이 국밥집 주인의 재주였다. 여산은 그 순간을 손목의 무게로 알았다. 간판은 없었다. 처마 밑에 나무 조각 하나가 걸려 있었다. '해질녘'. 저잣거리 골목 끝, 남들이 지나쳐 가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라 좋았다. 사람은 지나치다가, 배가 고파야 들어왔다. 배가 고픈 사람은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첫 손님은 짐꾼이었다. 어깨가 한쪽으로 기운 사내였다. 여산은 그릇을 내밀었다. 이름도,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았다. 사내는 국물을 세 번 떠먹고서야 어깨의 힘을 풀었다. 여산은 그것을 보고 밥을 한 술 더 얹었다. "값은." "두고 가시오. 다음에." 사내는 잠시 그를 보았다. 무른 주인이라 여겼는지,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여산은 벽에 걸린 장부를 폈다. 아직 빈 종이였다. 그는 붓을 들지 않았다. 이름을 모르는 빚은 적을 수 없었다. 언젠가 이름과 함께 돌아올 것이었다. 빚은 늘 그렇게 돌아왔다. 해가 중천에 오를 무렵, 손이 하나 들어왔다. 삯바느질꾼 매향이었다. 저잣거리에서 가장 바지런한 손이라 소문난 여자였다. 소문의 절반은 틀렸다. 그 손은 바지런하기보다, 급했다. "국밥 하나." 매향은 앉으면서 문 쪽을 한 번 보았다. 여산은 국자를 놓지 않은 채 그 눈길을 읽었다. 쫓기는 눈은 아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이었다. 기다림은 쫓김보다 오래 사람을 갉아먹었다. 여산은 그릇을 내밀었다. 매향은 젓가락을 들었다. 손끝에 바늘 자국이 굳은살처럼 박여 있었다. "주인장은 손이 참 조용하네." 여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국물을 젓는 손목만 천천히 돌렸다. 매향은 더 묻지 않았다. 다 먹고, 동전 대신 미안한 표정을 남겼다. "이번 달만." 여산은 붓을 들었다. 이번엔 이름이 있었다. 장부 첫 줄에 두 글자를 적었다. 매향. 잉크가 마르기를 기다렸다. 첫 줄에 첫 이름이 놓였다. 그는 그 이름이 언젠가 사연이 되어 돌아오리란 것을, 이십 년 산 강호에서 배운 감으로 알았다. 알면서도 적었다. 저녁이 왔다. 도련이 물지게를 지고 들어왔다. 열여섯, 뼈가 아직 덜 자란 소년이었다. 물독을 채우고, 상을 닦고, 남은 국밥을 얻어먹는 것이 그의 하루였다. 여산은 부뚜막 앞에서 젓가락으로 국물의 간을 보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젓가락을 비스듬히 걸치는, 특별할 것 없는 손이었다. 도련은 그 손을 보았다. 그리고 자기 젓가락을 똑같이 쥐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 비스듬히. 여산은 등을 지고 있어 보지 못했다. 밤이 깊었다. 손님이 끊기고, 도련도 돌아갔다. 여산은 불을 낮췄다. 그리고 부뚜막 앞에 쭈그려 앉았다. 재를 헤쳤다. 그 아래 흙을 조금 팠다. 헝겊에 싼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그는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흙을 다시 덮었을 뿐이다. 헝겊 사이로 쇠붙이의 한쪽 끝이 비쳤다. 반쯤 부러진 칼이었다. 날에는 오래된 자국이 검게 배어 있었다. 녹이 아니었다. 씻어도 지워지지 않은 것이었다. 여산은 그것을 이십 년 전에 부러뜨렸다. 그는 손을 흙에서 뗐다. 손끝이 조금 떨렸다. 국물을 젓느라 저린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부뚜막 위 솥에서 김이 올랐다. 여산은 다시 국자를 들었다. 내일도 누군가 배가 고파 들어올 것이었다. 칼은 흙 아래 있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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