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국밥집 검객

2

지워지지 않는 이름

비가 왔다. 처마 끝에서 물이 실처럼 떨어졌다. 여산은 문턱 안쪽으로 화로를 조금 당겼다. 비 오는 날은 국물이 잘 팔렸다. 몸이 젖은 사람은 뜨거운 것을 찾았다. 매향이 먼저 왔다. 삯바느질감을 기름종이에 싸서 가슴에 품고 있었다. 젖지 않게 하려고 제 어깨는 다 젖었다. "국밥 하나." 여산은 그릇을 내밀었다. 매향은 앉으면서 또 문 쪽을 보았다. 어제와 같은 눈이었다. 기다림은 습관이 되면 표정이 되었다. "장부에." "이번 달만." "어제도 그 말이었소." 매향의 손이 멈췄다. 젓가락 끝이 그릇 가장자리에 걸렸다. 여산은 더 말하지 않았다. 무른 주인이라는 소문은 절반만 맞았다. 그는 값을 못 받는 게 아니라, 값보다 먼저 사람을 봤다. "주인장은 글자를 아시오?" 여산은 벽에 걸린 장부를 폈다. 첫 줄에 매향 두 글자가 있었다. "그 밑에." 매향이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한 줄 더 적어 주시오. 값은 내가 갚겠소. 오래 걸려도." 여산은 붓을 들었다. 이름을 물었다. 매향은 잠시 창밖을 봤다. 빗줄기가 굵어졌다. "강호." "성이오, 이름이오." "이름이오. 매강호. 내 오라비였소." 여산의 손목이 멈췄다. 젓가락 간을 볼 때처럼, 아주 짧게. 죽은 사람의 빚을 대신 지는 손님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죽은 이의 이름을 장부에 남겨 달라는 손님은 드물었다. 이름을 지우려는 사람은 많아도, 남기려는 사람은 적었다. "산 사람 빚만 적소." "압니다. 그래도." 매향은 국물을 한 술 떴다. 손끝의 바늘 자국이 김에 붉게 비쳤다. "장부에 이름이 있으면, 아직 셈이 안 끝난 거잖소. 셈이 안 끝나면, 언젠가 갚을 사람이 온다는 거고." 여산은 오래 그 손을 봤다. 급한 손이었다. 무언가를 갚으려고, 혹은 받으려고 급한 손. 그는 붓을 내렸다. 첫 줄 매향 아래에, 두 번째 줄을 적었다. 매강호. 잉크가 번지지 않게 천천히. 적고 나서, 그는 알았다. 이 이름은 돈으로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이십 년 강호에서 배운 감이 그렇게 말했다. 알면서도 적었다. 어제 매향의 이름을 적었을 때처럼. 저녁 무렵 비가 잦아들 때, 낯선 사내가 문턱에 섰다. 삿갓을 벗지 않았다. 젖은 옷에서 술 냄새가 아니라 쇠 냄새가 났다. 여산은 국자를 젓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국밥 하나 되오?" "됩니다. 앉으시오." 사내는 앉지 않았다. 벽에 걸린 장부를 봤다. 삿갓 아래 눈이 첫 줄, 둘째 줄을 훑었다. "장사가 안 되겠소. 외상뿐이니." "배고픈 사람은 다 외상부터 하오." "주인장은 무르시오. 강호였다면 벌써 뼈를 추렸을 거요." 여산은 그릇에 밥을 담았다. 김이 올랐다. 사내 앞에 밀어놓았다. "강호가 아니라 다행이오. 뼈는 국물에나 쓰지." 사내가 웃었다. 삿갓 아래로 이가 조금 보였다. 그는 국밥을 먹지 않고, 동전 한 닢을 상 위에 놓았다. 값보다 많았다. "거스름은." "됐소. 잘 봤소. 손이 조용하더군." 사내는 나갔다. 여산은 상 위 동전을 봤다. 앞면이 위였다. 그는 그것을 뒤집었다. 뒷면에 작은 흠집이 있었다. 흑연방 사람이 셈을 치를 때 남기는 표식이었다. 이십 년 전 손끝에 익은 것. 부뚜막 아래에서 오래된 무게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여산은 화로에 손을 쬐었다. 손끝이 저렸다. 국물을 저어 저린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도련이 물지게를 지고 들어왔다. 젖은 어깨를 털며 물독을 채웠다. 여산은 젓가락으로 간을 봤다. 엄지와 검지 사이, 비스듬히. "오늘 손님 많았어요?" "둘 왔다. 하나는 이름을 남기고, 하나는 표식을 남겼지." "표식이 뭔데요?" 여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련의 젓가락을 봤다. 어느새 소년의 손도 비스듬히 걸쳐 있었다. 여산은 그것을 오래 보다가, 조용히 밥 한 술을 더 얹어 주었다. 밤에 그는 장부를 다시 폈다. 매강호. 그 이름을 손끝으로 짚었다. 지워지지 않을 이름이 하나 더 늘었다. 부뚜막 아래 칼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오늘은 흙을 헤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동전을 부뚜막 위에 세워 두었다. 뒷면이 보이게. 잊지 않기 위해서. 내일도 누군가 배가 고파 들어올 것이었다. 이름과 함께. 혹은 표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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