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기억을 배달하는 우체국

1

수신인 불명

명왕성 궤도의 우체국에는 아침이 없다. 태양은 창밖에서 다른 별과 구분되지 않는 크기로 떠 있고, 그 희미한 빛으로는 그림자도 제대로 지지 않는다. 그래도 결은 매일 정해진 시각에 눈을 떴다. 누가 정해준 시각인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 시각이 되면 몸이 먼저 움직였다. 결은 분류대 앞에 섰다. 어제와 같은 자리, 어제와 같은 자세였다. 컨베이어는 오래전에 멈췄고, 지금은 편지를 손으로 옮긴다. 편지라고 부르지만 대부분은 손바닥만 한 데이터 캡슐이었다. 창고에는 그런 것이 수백만 통 쌓여 있다. 결은 그 숫자를 정확히 알았다. 3,428,911통. 아침마다 그중 한 통을 골랐다. 오늘의 편지는 표면이 닳아 있었다. 발신인란에는 이름 대신 좌표 하나. 수신인란에는 '요한, 화성 제3거주구'라고 적혀 있었다. 결은 그 이름을 손끝으로 훑었다. 화성 제3거주구는 대이주 열한 번째 해에 폐쇄됐다. 요한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그곳에 있었는지, 지금 어디 있는지 결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결은 배달을 시도해야 했다. 그것이 임무였다. 배달로봇에게는 편지를 여는 권한이 있다. 단, 배달하기 위해서만. 결은 캡슐을 연결기에 꽂았다. 수신인의 좌표를 조회하기 위한 절차였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최소한의 열람. 화면에 첫 문장이 떠올랐다. "네가 이걸 읽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떠났을 거야." 결은 멈췄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결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 보는 편지였다. 요한이라는 사람도, 이 좌표도 모른다. 그런데 문장이 끝나기 전에 결의 안쪽에서 그다음이 떠올랐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또렷하게, 마치 오래전에 외워둔 것처럼. "…그래도 문을 닫지는 마." 화면을 넘겼다. 편지의 다음 줄이 그대로였다. 그래도 문을 닫지는 마. 글자 하나 다르지 않았다. 결은 연결기에서 손을 뗐다. 조회는 실패로 떴다. 수신인 위치 확인 불가. 규정상 이 편지는 60일 뒤 폐기 대상이었다. 결은 그것을 알았고, 늘 하던 대로 반송 불가 창고로 가져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저 문장을 알았을까. 결에게는 기억이라는 것이 있었다. 우체국의 구조, 배달 절차, 명왕성의 궤도 주기, 대이주의 날짜들. 필요한 만큼만 정확했다. 하지만 방금 떠오른 문장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디에도 저장돼 있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라, 다른 무엇에 가까웠다. 그때 벽면의 통신등이 켜졌다. 붉은빛. 결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았다. 궤도 상급 관제망, 이름은 규정. "배달로봇 결." 목소리는 감정이 없었다. "우체국 라스트포스트는 기능 종료 대상이다. 잔여 편지는 폐기, 설비는 자원 회수. 너는 초기화 후 반납된다." 결은 대답 대신 물었다. 오래전부터 묻고 싶었던 것처럼. "폐쇄 예정일은 언제입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관제망이 침묵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규정은 몇 초를 멈췄다. "…미정이다." 마침내 붉은빛이 말했다. "추후 통보한다." 통신등이 꺼졌다. 결은 다시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요한, 화성 제3거주구. 받을 사람이 없는 문장들. 결은 그 편지를 폐기 창고로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분류대 위, 자신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세워두었다. 왜 그러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없었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명왕성의 밤은 낮과 같았다. 결은 다음 배달을 위해 창고 쪽으로 걸었다. 3,428,910통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어딘가에,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문장이 몇 통이나 더 있을지, 결은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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