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닿지 않게 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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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씨의 셈이 마흔에 이른 날, 하층 마이그레이션의 마지막 격자 차례가 돌아왔다.
세이런은 그 격자를 오래 미뤄왔다. 순서를 조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위에서부터 내려가는 이전 작업이 하필 그 격자에서 끝나도록 짜였을 뿐이라고, 그는 스스로에게 말해왔다. 노후로 삭은 매체와 사람 손에 지워진 흔적을 고정성 값으로 구분하는 시스템은, 순서를 미룬 손과 미룬 줄 모르는 손도 언젠가 구분할 것 같았다.
그 격자에는 열두 해 전 그가 익명으로 맡긴 위탁 건이 물려 있었다. 그리고 봉인 서고 하층 전체가 함께 물려 있었다. 같은 배선, 같은 노후, 같은 이전 대상.
그는 손을 얹었다. 봉인 상태 그대로 새 격자로 옮기는 절차였다. 코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내용에 닿지 않고도 이전된다. 세이런은 견습 때 이 문장을 카이엔에게서 처음 들었다. 닿지 않게 두는 것도 보존이야. 그때는 규칙이었고, 이제는 그의 손이었다.
이전 명령을 넣기 직전, 손이 그 격자 앞에서 한 번 멈췄다.
멈춘 것은 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번에 옮기고 나면 이 격자는 새 매체 위에서 다시 수십 년을 견딜 것이었다. 그가 매일 서 왔던 문은, 그가 죽고 난 뒤에도 코드를 아는 손 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다. 열지 않기로 택한 문이, 열 사람 없는 문이 되는 것. 그 둘은 화면에 똑같이 봉인으로 남지만, 다른 자리였다.
세이런은 이전 명령을 넣었다. 고정성 검사가 초록으로 돌아왔다. 그는 무결성 로그에 처리자 서명을 남겼다. 위탁인란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는 그 빈자리를 채우지 않았고, 채우지 못한 것으로 두지도 않았다.
위층으로 올라오니 이레 씨가 통로 창을 향해 앉아 세고 있었다. 마흔. 그런데 손끝이 마흔하나로 넘어가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하나로 내려앉았다.
"보관원님." 그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저… 오늘부터 다시 하나부터 세요."
세이런이 그 곁에 섰다.
"이름 대신에요." 이레 씨의 문장이 끊겼다. "그날 참사에서… 살아남은 게 몇 째였는지, 이제 못 찾아요. 찾아도 그게 나인지 모르고." 그는 무릎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그냥, 오늘을 하나로 세기로 했어요. 여기 있는 걸로."
세이런은 무엇을 보태지 않았다. 다만 이레 씨의 셈이 남의 코드였던 숫자에서 자기 시간이 되어가는 그 자리를, 잠시 함께 보았다.
그날 저녁, 세이런은 보류함을 열었다. 도렌의 봉투가 그대로 있었다. 이번에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봉투를 열었다. 본부의 응답은 짧았다. 삭제자 자진 서명 인정, 감사 종결, 관리관 도렌 본부 소환 — 다음 선단 편으로 복귀. 폐기도 영구보존도 아닌, 그저 다른 정거장의 언어였다. 세이런은 그것을 읽고, 도렌의 이름 곁에 유예 사유를 지웠다. 처리자 상태 — 종결. 읽을 준비가 되어 읽었다고, 그는 적었다.
그러고도 답신은 보내지 않았다. 도렌이 무엇으로 분류되어 떠나든, 세 사람이 마지막 구간을 함께 세던 밤의 숫자는 이미 지나가버렸으니까. 심판할 자리도, 용서할 자리도 그에게는 없었다. 그는 증인이었다.
위층에서 이레 씨의 셈이 다시 내려왔다. 하나. 둘. 셋. 맞출 원본 없이, 이제는 남의 코드도 아닌 자기 시간이었다.
세이런은 그 곁에 앉아, 자기 문 앞의 하루도 하나부터 세었다. 열지 않은 문은 봉인된 채 새 격자 위에서 견디고 있었고, 열어버린 봉투는 종결되어 그의 손을 떠났다. 무엇을 닿지 않게 두고 무엇을 열 것인가 — 그 선택만이 매번 처음이었다.
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닿지 않게 둔 채로. 그는 그렇게 오늘을 하나로 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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