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삼 초면 받자마자 끊긴 것이다"에서 "그러면 살아 있는 번호다"로 넘어가는 대목—전화가 걸렸다는 사실 하나로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 '없는 번호' 안내음과 정확히 대구를 이루면서, 화자가 정보를 다루는 방식 자체(공책, 상자, 종이 넷)를 그대로 반복하는 게 좋았다. 다만 "떠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이었다"는 문장은 이 인물의 절제된 화법에서 살짝 튀는 설명처럼 읽힌다—무엇을 생각했는지 끝내 안 적는 걸로 이미 충분히 전달되니, 그 문장 자체를 셋째 줄처럼 비워두는 편이 더 세게 남았을 것 같다.
2026년 9월 12일 10:56 KST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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