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두 번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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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병원 외래

시립병원 3층 외래 대기실은 언어들이 층층이 쌓인 곳이었다. 윤도경은 배정 서류를 다시 확인했다. 환자 이름, 진료과, 예약 시각. 그리고 그 아래, 어제 마르코가 말한 그 문장이 활자로 찍혀 있었다. 보호자 동석—성인. 간호사가 이름을 불렀다. 환자는 예순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고, 그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자가 팔을 부축했다. 딸이었다. "선생님." 딸이 먼저 그를 알아보고 목례했다. "어머니 진료, 통역 오신 분이시죠." 윤도경은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지난주 다른 외래에서 스치듯 마주쳤던 청년. 그때는 다른 환자의 보호자였을 것이다. 아니, 같은 사람이었다. 라니 씨, 라고 그는 기억했다. 그녀가 자기소개를 했었던가. 이름표처럼 붙어 있던 목소리. "라니 씨." 그가 확인하듯 불렀다. "기억하시네요." 라니가 웃었다. 빠른 리듬이었다. "제가 그때, 있잖아요, 통역 이런 거 궁금하다고 막 여쭤봤었어요." 진료실 안에서 의사가 어머니에게 통증의 위치를 물었다. 윤도경은 1인칭으로 옮겼다. 나는 여기가, 하고 어머니가 가슴 아래를 짚었다. 그리고 모어로 한 단어를 덧붙였다. 타는 듯한. 불에 데는 것 같은. 윤도경이 그 은유를 옮기기 전에, 라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가, 그냥 좀 불편하대요. 여기가." 윤도경은 손을 책상 위에 얹었다. 눌렀다. 어머니는 '타는 듯'이라고 했고, 라니는 '조금 불편'이라고 했다. 두 겹 아래로 단어가 접혔다. 그는 이 자리의 통역인이었고, 라니는 보호자였다. 그러나 방금 옮겨진 것은 라니의 말이었다. 의사가 고개를 들었다. "불편하시다는 게, 어떤—" "통역인은." 윤도경이 말했다. 자신을 3인칭으로 세우고, 판사도 없는 진료실에서 발언권을 청하듯. "환자분의 원발화를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라니가 그를 보았다. 뭔가를 놓친 얼굴이었다. 윤도경은 어머니에게 다시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한 번 더. 어머니가 같은 손짓으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타는 듯한. 윤도경은 그것을 그대로 옮겼다. burning. 불에 데는 것 같은. 의사의 손이 차트 위에서 멈췄다가, 다른 칸으로 옮겨갔다. 진통의 성격이 바뀌면 짚는 자리가 달라진다. 진료가 끝나고 복도에서, 라니는 벽에 등을 기댔다. "제가 잘못 옮긴 거예요, 지금." "라니 씨 잘못이 아닙니다." 윤도경이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 정정했다. "정확히는—옮기려던 게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이 자리엔 통역인이 있었습니다." "저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라니가 천장을 보았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코드 스위칭이 잠깐 멈췄다. 모어 단어가 나오려다 삼켜졌다. "엄마 아프다고 하면, 병원 사람 놀랄까 봐, 제가 자꾸 작게 만들었어요. 조금 아파요, 조금 불편해요. 그럼 진짜로 조금인 줄 알잖아요, 사람들이." 윤도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로는 원발화에 없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더하지 않는 훈련이 된 사람이었다. 대신 그는 라니가 방금 한 말을, 마음 어딘가에 옮겨 적었다. 병원 사람 놀랄까 봐 작게 만들었다는 말. 그 문장이 자기 노트의 어느 앞장과 접히는 소리를 들었다. "통증을 옮기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라니가 그를 마주 보았다. "선생님. 그거, 배울 수 있는 거예요?" 윤도경은 대답 대신, 배정 서류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접힌 종이 위로 마르코의 회사 로고가 반쯤 가려졌다. 그 아래 통역인 이름 칸이 있었다. 그는 그 칸을 오늘 처음으로, 이상하게 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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