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두 번째 원문

3

두 번째 원문의 자리

이틀 뒤, 라니는 마르코의 사무실 문 앞에서 세 번을 망설이다 노크했다. 책상 위엔 배정표가 펼쳐져 있었다. 마르코는 고개도 들지 않고 숫자부터 말했다. "통역 지망이라. 자격증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는 없습니다. 병원 자원봉사 리스트에 넣어드릴 순 있는데, 그건 통역이 아니에요. 안내예요." "저 이미 통역했었어요. 어릴 때부터요." 라니가 말했다. "은행, 관공서, 병원. 엄마 옆에서요." 마르코가 그제야 눈을 들었다. 잠깐, 무언가가 그의 얼굴을 스쳤다. 자격 없이 병원에 던져졌던 자신의 초년이었다. 그는 그것을 재빨리 접었다. "라니 씨." 마르코가 펜을 놓았다. "그거, 자랑 아닙니다. 그건 미성년이 어른 자리에 앉은 거예요. 원칙적으로 금지된 겁니다. 지금 병원에서도 딸을 통역으로 못 씁니다." "알아요." 라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래서 배우려는 거예요." 마르코는 서랍에서 서식을 하나 꺼내 밀었다. 인증 시험 안내였다. 그리고 다른 종이 한 장이 딸려 나왔다가, 그가 손으로 빠르게 덮었다. 오래된 배정 서류였다. 라니가 본 것은 상단의 연도와 '망명 심사' 네 글자, 그리고 통역인 이름 칸에 적힌 어떤 이름. 마르코의 손이 그 종이를 되밀어 넣는 동작이 조금 빨랐다. "됩니다, 안 됩니다는 시험이 정합니다." 마르코가 서식을 두드렸다. "감정은 그다음이에요." * 같은 시각, 윤도경은 법원 자료실에서 세라 정과 마주쳤다. 세라는 사전 준비 자료를 정독하고 있었다. 동의서 통역 건이었다. 단어 하나의 누락이 절차의 유효성을 무효화할 수 있는 자리. 그녀는 표시 없이도 모든 문장을 외우는 사람이었다. "윤 통역사님." 세라가 자료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그 병원 건, 원발화 확인을 청했다더군요. 진료실에서. 마르코 대표님이 흘리시던데." "청했습니다." 윤도경이 답했다. "보호자가 환자 발화를 축소했습니다. '타는 듯'을 '조금 불편'으로요." "보호자가요. 통역인이 아니라." 세라가 페이지를 넘겼다. "그럼 그건 통역인의 손실이 아니죠. 왜 마음에 담으십니까." "진단이 늦어질 뻔했으니까요." "진단은 의사 몫입니다. 통역인은 옮길 뿐이에요." 세라가 자료를 정렬했다. 모서리를 맞추는 손끝이 정확했다. "윤 통역사님은 자꾸 옮기지 못한 걸 세십니다. 세면 뭐가 남습니까. 셀수록 손은 느려집니다." "세지 않으면요." 윤도경이 물었다. "그건 사라졌다는 사실도 없어지는 겁니까. 정 선생님." 세라의 손이 멈췄다. 아주 잠깐. 그녀가 넘겼다는 어느 녹취의, 사라진 머뭇거림의 자리가 두 사람 사이에 놓였다. 윤도경은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세라도 그것을 알았다. "녹취는 매끄러워야 합니다." 세라가 말했다. 대답이 아니었다. "매끄러운 게 정확한 겁니다." "매끄러운 건 정리된 겁니다." 윤도경이 스스로 정정하듯 덧붙였다. "정확히는—정리된 것과 옮겨진 건 다릅니다." 세라는 자료를 챙겨 일어섰다. 문가에서 그녀가 돌아보았다. "그 앞장." 세라가 말했다. "노트 맨 앞장. 삼 년째 못 펼치신다는 거. 그거 감상 아닙니다. 그건 두려움이에요. 두려움은 정확성을 무디게 하는 것 중에 제일 나쁩니다." 세라가 나가고, 자료실엔 형광등 소리만 남았다. * 그날 밤, 윤도경은 노트를 꺼냈다. 오늘 치를 뒷장에 적었다. '타는 듯 / burning / 라니가 접은 자리.' 그리고 처음으로, 앞장으로 손을 가져갔다. 종이가 얇아진 그 페이지. 눌린 자국으로만 읽히는 두 글자와, 겹쳐 쓴 또 다른 두 글자. 손끝이 종이에 닿았다. 그는 펼치지 않았다. 다만 그 위에, 접히지 않은 새 페이지에 한 문장을 적었다. 옮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옮길 수는 있는가. 펜을 내려놓고 그는 오래 그 문장을 보았다. 되살릴 수 없고, 지워지지도 않는 자리에서, 무언가가 처음으로 이름을 얻으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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