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사라진 머뭇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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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정은 재판이 파한 뒤 법원 지하의 녹취 열람실에 남았다.
그녀에게는 습관이 있었다. 자신이 통역한 재판의 녹취를 뒤늦게 다시 듣는 일.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실제로는 그 이상이었다. 그녀는 자기 목소리가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을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다.
오늘 신청한 것은 사 년 전 폭행 사건의 녹취였다. 그때 그녀는 초임을 갓 벗은 참이었고, 한 피고인의 증언을 통역했다. 이유가 있어서 그 파일을 꺼낸 것은 아니었다. 어제 자료실에서 윤도경이 던진 한 문장이 계속 손끝에 걸렸을 뿐이다. 세지 않으면 사라졌다는 사실도 없어지는 겁니까.
헤드폰을 썼다. 피고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어로, 느리게, 자주 끊기며.
"나는… 그날… 그 사람을… 그러니까…"
머뭇거림이었다. 축어역 원칙은 그것을 그대로 옮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라는 채워지지 않은 말도, 삼킨 숨도, 문장이 완성되지 못한 채 무너지는 자리도.
세라는 자신의 통역을 기다렸다. 헤드폰 속에서 그녀의 사 년 전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고 정확한 존대로, 1인칭으로.
"나는 그날 그 사람을 밀쳤습니다."
세라의 손이 멈췄다.
밀쳤습니다. 피고인은 그 동사를 말하지 않았다. 그는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니까—에서 멈췄고, 그 침묵 안에는 아직 아무 행위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가 있었다. 그녀가 그것을 매끄럽게 이어 붙였다. 그러니까, 를 지우고, 무너진 문장을 세워서, 하나의 완결된 자백으로.
그 재판은 유죄로 끝났다.
세라는 헤드폰을 벗지 않았다. 잡음만 남은 구간을 다시 되감았다. 다시 들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채워지지 않은 자리. 그녀가 채운 자리.
원칙적으로, 라고 그녀는 늘 말해왔다. 통역인은 정리하지 않는다고. 그건 규정 위반이라고. 그 문장으로 그녀는 윤도경의 노트를 감상이라 불렀고, 라니 같은 지망생들을 위험하다 했으며, 마르코의 배정을 압박했다.
세라는 녹취 열람 신청서에 서명을 하려다, 펜을 든 채로 멈췄다. 이 파일을 열람했다는 기록이 남는다. 언젠가 누군가 물을 수 있다. 정 선생님은 왜 이 재판을 다시 들으셨습니까.
그녀는 신청을 취소하지 않았다. 서명했다.
*
같은 날 저녁, 마르코의 사무실.
"윤 선생." 마르코가 전화 대신 직접 그를 불렀다. 배정 하나를 넘기기 위해서였다. 다음 주 지방법원, 축어역 건. "됩니까, 안 됩니까."
"됩니다." 윤도경이 말했다. 그리고 서류를 받아 드는 대신 물었다. "대표님. 오래된 배정 기록은 어디까지 보관하십니까."
마르코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저 잠깐.
"왜 물으십니까."
"삼 년 전 건 하나를 확인하고 싶어서요." 윤도경은 자기 목소리를 스스로 정정하듯 덧붙였다. "정확히는—제 이름으로 나간 배정이 맞는지."
"윤 선생 이름이면 윤 선생 겁니다." 마르코가 서류를 밀었다. 결론형이었다. "확인할 게 뭐 있습니까."
윤도경은 그 대답의 속도를 들었다. 라니가 이틀 전 이 사무실에서 스쳐 본 그 종이를,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다만 마르코의 '확인할 게 뭐 있습니까'가 어제 자료실에서 세라가 자료 모서리를 맞추던 손끝과 같은 결로 정확했다는 것을, 그는 느꼈다.
"됩니다." 윤도경이 배정서에 서명했다. "다음 주, 아홉 시."
사무실을 나서며 그는 복도에서 라니와 마주쳤다. 라니는 인증 시험 안내서를 손에 쥐고 있었다.
"선생님." 라니가 인사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코드 스위칭이 잠깐 멈춘 자리에서 물었다. "저 대표님 사무실에서, 있잖아요, 종이 하나 봤는데요. 망명 심사라고 적힌 거. 통역인 이름 칸에… 선생님 이름이 아니었어요."
윤도경은 멈춰 섰다.
그 자리에 옮겨지지 못한 문장이 하나 놓였다. 아직 아무도 소리 내어 옮기지 않은 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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