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밟지 않아야 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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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정이 먼저 와 있었다.
윤도경이 열람실 문을 열었을 때, 안쪽 책상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헤드폰을 벗는 손이 느렸다. 정리하다 멈춘 손이 아니라, 이미 다 정리한 손이었다.
"윤 통역사님." 세라가 먼저 불렀다. 차가운 존대였다. "이 방을 자주 오가는 분이 몇 안 됩니다. 담당자가 그렇게 말했겠죠."
"정 선생님." 윤도경은 문을 닫지 않았다. "여기서 뭘 들으셨습니까."
"제가 무엇을 들었는지는 규정상 말할 수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세라가 신청서 한 장을 책상에 반듯하게 놓았다. 열람 사유 칸이 그를 향해 있었다. 통역 정확성 자기 점검. 그의 글씨가 아니었다. 그러나 같은 문장이었다. "다만 통역인님이 삼 년 전 그 심사 녹취를 청구하셨다는 건, 저도 같은 파일을 신청하면서 알았습니다. 열람 대기 명단은 이름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
두 사람은 복도 벤치로 나왔다. 열람실 안에서는 말이 녹음될지 모른다는 것을, 둘 다 굳이 말하지 않고 알았다.
"삼 년 전 그 건은," 세라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제 배정이었어야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류상 제 이름이 올라간 건이었습니다."
윤도경은 손을 무릎에 두었다. 움직이지 않게 두었다.
"배정 서류의 이름 칸은 제 것이었고, 부스에 들어간 목소리는 통역인님 것이었죠. 마르코 대표님이 그렇게 맞췄습니다. 그때 저는 다른 법정에 묶여 있었고, 대표님은 마감을 맞춰야 했으니까." 세라의 문장은 언제나처럼 규범을 인용하는 리듬이었지만, 이번엔 그 규범이 그녀를 겨누고 있었다. "저는 그걸 알면서도 서명했습니다. 서류를 되밀지 않았습니다. 그게 규정 위반인 걸 알면서."
"그럼 정 선생님은," 윤도경이 물었다. "그 여자가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세라는 오래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매끄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을, 윤도경은 처음 보았다.
"기각됐습니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그건 기록에 있습니다. 그 뒤는—없습니다. 배정 기록에도, 녹취에도. 저도 그걸 확인하려고 이 파일을 다시 들었습니다."
*
윤도경은 노트를 꺼내지 않았다. 세우면 매끄러워진다는 것을, 지금은 세라 앞에서 더 분명히 알았다.
"정 선생님은 늘," 그가 말했다. "제 노트를 두려움이라고 하셨습니다."
"두려움 맞습니다." 세라가 그를 돌아봤다. "저는 두려움을 규정으로 덮었고, 통역인님은 노트로 열어두려 했죠. 어느 쪽도 그 여자를 되돌리지 못합니다." 그녀는 신청서를 가방에 넣었다. "다만 제가 여기 온 이유를 하나 말하겠습니다. 저는 삼 년 전 그 여자의 이름 칸에 제 이름을 빌려줬습니다. 그러니 그 이름을 찾을 자격이, 원칙적으로는 통역인님보다 제게 있습니다."
윤도경은 그 문장을 받았다. 자격이라는 단어가 이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 어떤 무게인지, 그는 이제 알았다.
"이름을 찾으면," 세라가 일어서며 말했다. "저는 그걸 정리해서 넘길 겁니다. 그게 제 방식입니다. 통역인님은 다르게 하시겠죠."
그녀가 걸어갔다. 정리된 걸음이었다. 윤도경은 벤치에 남아, 삼 년 전 손실이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음을—그 손실이 이름 칸과 배정 관행과 마감을 지나 여러 손을 거쳐 온 것임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날 밤 그는 노트의 새 페이지를 폈다. 이름을 위해 비워둔 자리 옆에, 이번엔 한 문장을 적었다.
이 여백은 나 혼자 채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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