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정리해서 넘기겠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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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정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열흘 뒤였다.
문자가 아니라 봉투였다. 우편함에 손으로 쓴 봉투 하나. 안에는 A4 한 장. 세라의 글씨는 그녀의 걸음처럼 정리되어 있었다.
*삼 년 전 심사 배정 건, 후속 경로 조회. 이민 심사국 기록 열람 신청 결과—기각 통지 이후 항소 기한 내 재신청 없음. 이후 거주 등록 조회 불가(개인정보). 확인된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정리해서 넘깁니다. — 정.*
윤도경은 종이를 오래 들고 있었다. 세라는 약속을 지켰다. 그녀의 방식대로. 여백을 남기지 않고, 확인된 것만 반듯하게 잘라서.
그는 그 종이가 왜 이렇게 무거운지 생각했다. 정확히는—무거운 것이 아니라, 가벼웠다. 너무 가벼워서 무거웠다. 한 여자가 이 도시에서 심사를 받았고, 기각됐고, 그 뒤로는 어떤 시스템도 그녀를 붙들지 않았다. 종이 한 장이면 다 담긴다는 사실이.
*
그날 저녁 세라에게 전화가 왔다. 봉투를 보낸 사람치고는 이례적이었다.
"받으셨습니까." 서두는 없었다.
"받았습니다. 정 선생님." 윤도경이 말했다. "정리해서 넘긴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군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원칙적으로." 세라의 목소리는 평소의 온도였다. "이름 칸은 제 것이었으니, 조회할 자격도 제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했습니다. 이제 넘겼으니, 제 몫은 끝났습니다."
윤도경은 그 문장의 마지막이 어딘가 미끄러진다고 느꼈다. 끝났다는 말이, 끝을 붙들지 못하는 사람의 것 같았다.
"정 선생님." 그가 물었다. "이 종이를, 정 선생님은 어디에 두실 겁니까."
침묵이 길었다. 세라가 매끄럽게 정리하지 못하는 두 번째 순간이었다.
"파쇄할 겁니다."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확인이 끝난 서류는 보관하지 않는 게—"
그녀는 문장을 끝맺지 않았다. 규정을 인용하려던 문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용이 나오지 않았다.
"보관하지 않는 게, 뭡니까." 윤도경이 물었다.
"…규정입니다." 늦게, 힘없이 붙었다.
*
전화를 끊고 윤도경은 봉투를 다시 봤다. 세라는 자기 몫을 파쇄하겠다고 했다. 정리해서 넘긴다는 것은, 넘긴 뒤 자기 손에서 지운다는 뜻이었다. 지우는 것과 덮는 것이 다르듯, 넘기는 것과 남기는 것도 달랐다.
그는 두 방식을 나란히 보았다. 세라는 확인하고 잘라 넘겼다. 자격을 말하고 몫을 다한 뒤 손을 텄다. 그것도 하나의 대면이었다. 다만 그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노트를 폈다. 이름을 위해 비워둔 자리 옆, '이 여백은 나 혼자 채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쓴 문장 아래.
세라가 넘긴 종이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기각. 재신청 없음. 조회 불가. 확인된 것만. 그러나 세라와 달리, 그는 그 아래 한 줄을 더 적었다.
*확인되지 않은 것: 이 여자가 재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 이 도시를 떠났는지, 남았는지. 남았다면 지금 어느 병원, 어느 관공서에서 다시 누군가의 통역을 기다리고 있는지.*
세라는 여백을 파쇄한다. 그는 여백을 기록한다. 어느 쪽도 그 여자를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을, 세라가 벤치에서 이미 말했다. 그러나 되돌리는 것과 남기는 것은—
그는 라니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버렸어요, 라고 스스로 완결하던.
*
밤늦게 라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구술시험 날짜가 잡혔다는 것. 그리고, 있잖아요, 선생님, 저 엄마 진료 통역을 이번엔 안 하기로 했어요. 인증받은 사람 부르기로 했어요. 처음이에요. 근데 엄마가 서운해했어요.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윤도경은 답장을 바로 쓰지 못했다.
라니가 밟지 않기로 한 자리와, 자신이 이제야 열어 기록하는 여백이, 같은 종류의 선택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되밀지 않은 서명과 되밀기로 한 진료가 반대편에 있다는 것도.
그는 세라가 파쇄할 종이를 봉투에 다시 넣어 서랍에 두었다. 넘겨받은 것은 넘겨받은 대로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라니에게 답을 보냈다.
*맞고 틀리고는 제가 말할 수 없습니다. 정확히는—그 자리를 밟지 않은 것도, 하나의 통역입니다. 서운함까지 옮겨야 하는.*
전송하고 나서, 그는 노트의 새 페이지에 라니의 이름을 처음으로 적었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여자의 자리 옆이 아니라, 다음 장에. 넘겨줄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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