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두 번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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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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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홉 시. 지방법원 302호. 윤도경은 부스가 아니라 통역인석에 앉았다. 항소심 재심은 규모가 작아 부스를 세우지 않았다. 피고인석과 통역인석 사이는 세 걸음이었다. 사 년 전, 그가 아닌 세라가 앉았던 자리였다. 원심 녹취 재검토가 쟁점이었다. 변호인이 원심 통역의 완전성을 문제 삼았고, 재판부는 해당 대목을 다시 재생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스피커에서 사 년 전 피고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어였다. 윤도경은 헤드폰 없이 그 목소리를 그대로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때, 그러니까." 거기서 발화가 끊겼다. 머뭇거림이었다. '그러니까'는 완결되지 않았다. 이어 사 년 전 통역인의 목소리가 겹쳐 재생됐다. 세라였다. 차갑고 반듯한 존대. "밀쳤습니다." 법정에 앉은 사람들은 무심히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도경은 그 두 음성 사이의 간격을 들었다. 원발화에는 '밀쳤다'가 없었다. '그러니까'가 있었고, 그 뒤엔 침묵이 있었다. 세라는 침묵을 옮기지 않았다. 침묵을 완결로 옮겼다. 재판장이 재생을 멈추고 물었다. "통역인, 원발화의 마지막 진술을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옮겨주시겠습니까." 윤도경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통역인은," 그가 판사에게 말했다. "원발화가 완결되지 않은 발화임을 밝힙니다. 발화자는 '그러니까'라고 말한 뒤 문장을 끝맺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는 발화가 없습니다." "이후에 발화가 없다는 것은," 재판장이 확인했다. "침묵이라는 뜻입니까." "침묵입니다." 윤도경이 말했다. "정확히는—끝맺지 못한 문장입니다." 그는 다시 앉았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사 년 전과 달리, 시간이 겹쳐 있지 않았다. 그는 침묵을 침묵으로 옮길 시간을 온전히 가졌다. 그것이 이번 자리와 지난 자리의 유일한 차이였다. * 휴정 시간, 복도에서 그는 세라를 봤다. 방청석에 있었던 것이다. 담당에서 빠진 사람이, 방청은 자유였다. 세라는 벽 가까이 서서 재판정 문을 보고 있었다. 헤드폰을 벗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다 듣고 나온 얼굴. "정 선생님." 윤도경이 다가갔다. 세라는 그를 봤다. "윤 통역사님." 언제나의 온도였다. "옮기셨더군요. 침묵을." "정 선생님도," 그가 물었다. "들으셨습니까. 방금." 세라는 대답 대신 손에 든 것을 보았다. A4 봉투였다. 윤도경이 서랍에 넣어둔 것과 같은 크기의, 그러나 다른 봉투. 세라는 그것을 파쇄하지 않았다. "보관하지 않는 게 규정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사 년 전 자기 몫이 아니라, 열흘 전 얼버무렸던 그 문장을. 이번엔 끝까지 붙였다. 그러나 손은 봉투를 놓지 않았다. "규정입니다." 그녀가 한 번 더 말했다. 규정을 인용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인용이 손을 움직이게 하지는 못했다. 윤도경은 그 손을 봤다. 파쇄기 앞에서 밀어 넣지 못하는 손을, 그는 이제 그리지 않아도 됐다. 눈앞에 있었다. "정 선생님." 그가 말했다. "완결시킨 문장은, 나중에 되돌릴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되돌릴 수 없지만, 그 자리에 침묵이 있었다고 적을 수는 있습니다." 세라는 봉투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파쇄실 쪽으로 가려던 걸음을 돌렸다. 복도 끝으로 멀어지는 세라의 걸음은, 여전히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봉투 하나가 정리되지 않은 채 그 안에 있었다. * 재판은 오후에 속개됐다. 윤도경은 다시 통역인석에 앉았다. '그러니까' 다음의 침묵을, 그는 하루 종일 침묵으로 옮겼다. 더하지 않고, 완결하지 않고. 그날 밤 노트를 펼쳤을 때, 그는 세라의 이름 아래 한 줄을 지웠다. '파쇄하지 못하는 손'이라 적었던 줄. 그 자리에 다시 적었다. *정 선생은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 파쇄하지 않은 것과, 남기기로 한 것은 아직 다르다. 그 사이 어딘가에 그녀의 손이 있다.* 그리고 그는 여자의 여백으로 돌아갔다. 기각. 재신청 없음. 조회 불가. '그러니까'와 '밀쳤습니다' 사이의 간격만큼, 그 여백에도 옮겨지지 못한 침묵이 있었을 것이다. 삼 년 전, 위협과 불편 사이에. 그는 그 여백을 채우지 못했다. 다만 이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사건에서 같은 종류의 침묵을 옮기지 못한 채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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