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파쇄기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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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의 구술시험은 화요일 오후였다.
윤도경은 대기실 밖 복도에서 기다렸다. 시험장 안에서 무슨 발화가 겹쳐 나오는지, 라니가 어느 쪽을 우선 처리하고 어느 쪽을 버리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라니가 나올 때 손을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세라의 손을 읽었던 것처럼.
라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손이 아니라 어깨가 먼저 보였다. 내려앉은 어깨였다.
"선생님." 라니가 다가왔다. "발화 겹침 재현에서, 있잖아요, 피고인이 통증을 얘기하는데 판사가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었어요. 저는 판사 쪽을 먼저 옮겼어요. 근데—"
그녀가 멈췄다. 모어 단어에서 멈추듯이. 그러나 이번엔 모어가 아니었다.
"통증 쪽을 놓쳤어요. 또. 어릴 때처럼."
윤도경은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놓친 걸 아셨습니까."
"알았어요. 그래서 통역인은—하고 시험관한테 발언권을 청했어요. 누락된 부분이 있다고. 다시 옮기겠다고." 라니가 숨을 골랐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까, 있잖아요, 엄마 병원에서 못 했던 그 말을 지금 한 것 같았어요. 열 살 때 삼킨 말을."
"그게 통역입니다." 윤도경이 말했다. "정확히는—놓쳤다는 걸 말하는 것까지가."
라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 여부는 나중에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오늘 옮긴 것은 시험장 밖에 있었다.
*
같은 날 저녁, 마르코에게서 전화가 왔다. 넉 달 만이었다.
"윤 선생." 서두 없이 숫자부터였다. "목요일 아홉 시 지방법원. 폭행 사건 항소심. 됩니까 안 됩니까."
"어떤 건입니까."
짧은 침묵. 마르코가 마감을 말하기 전에 멈추는 일은 드물었다.
"사 년 전 판결 재심 청구. 원심 녹취 재검토가 걸려 있어서, 원래 담당이던 정 선생이 이해충돌로 빠졌습니다. 그래서 윤 선생을."
윤도경은 창밖을 봤다. 사 년 전 폭행 사건. 세라가 초임 시절 말이 아니라,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건이었다. 미완성 진술을 완결된 자백으로 옮겨 유죄로 이어지게 한—그 녹취가 지금 다시 열리려 하고 있었다.
"정 선생님이," 윤도경이 물었다. "직접 빠지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례적이죠. 정 선생이 자기 담당을 놓는 건." 마르코가 잠깐 끊었다가 이었다. "본인이 서면으로 냈습니다. 원심 통역에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불편부당을 지킬 수 없다고. 정 선생 문장치고, 말끝이 이상했습니다."
윤도경은 그 말끝을 알 것 같았다. '보관하지 않는 게—'에서 멈췄던 문장의 온도를.
"됩니다." 그가 말했다.
*
전화를 끊고 윤도경은 서랍을 열었다. 세라가 넘긴 봉투가 그대로 있었다. 파쇄하겠다던 그녀의 몫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그는 노트를 폈다. 라니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지나, 아직 이름을 모르는 여자의 여백으로 돌아갔다. 기각. 재신청 없음. 조회 불가. 그 아래 적었던 확인되지 않은 것들.
그리고 새 줄에 적었다.
*세라 정이 자기 담당을 놓았다. 사 년 전 그 녹취. 이해충돌이라 썼지만, 이해가 충돌한 건 서류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을 것이다.*
파쇄기 앞에서 종이를 밀어 넣지 못하는 손을, 그는 본 적 없지만 그릴 수 있었다. 정리하다 멈춘 손이 아니라, 정리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손을.
목요일이면 그는 세라가 사 년 전 완결시킨 문장의 자리에 앉는다. '그러니까'를 어떻게 옮길지는, 그가 부스에 들어가 봐야 알 것이다. 다만 이번엔 겹쳐 있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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