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두 닢과 세 닢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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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아침, 여산은 부뚜막 위를 닦았다.
동전 세 닢. 뒷면. 흠집. 그 옆 헝겊 뭉치. 부러진 날 끝. 그는 걸레를 세 닢 위로 가져가다 멈췄다. 먼지가 앉아 있었다. 닦으면 사라질 먼지. 그는 닦지 않았다. 먼지 낀 동전이 더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오래된 것은 급하지 않았다.
곽노야가 다녀간 뒤로 손님이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골목은 그대로였다. 소문만 조금 자랐다. 회색 두루마기 노인이 다녀갔다는 소문. 절반은 틀렸다. 그 절반에, 누군가는 여산을 걱정했다. 떡을 파는 아낙이 그릇을 물리며 물었다. 요새 무슨 일 있소, 주인장. 여산은 국물을 저었다. 없소. 아낙은 더 묻지 않았다. 저잣거리는 묻지 않는 법을 아는 자들이 사는 곳이었다.
낮이 기울 무렵, 도련이 물지게를 졌다.
여산은 소년을 따라 우물로 갔다. 처음이었다. 물 긷는 일에 손을 보탠 것은. 도련이 두레박을 내렸다. 여산은 그 옆에 섰다.
"제가 할게요." 도련이 말했다.
"봐두려고." 여산은 두레박 줄을 봤다. "네가 통을 놓을 때, 손끝이 흔들리더라."
도련의 손이 줄 위에서 멎었다.
"어제도요. 오늘 아침도요." 소년이 줄을 당겼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무거운 걸 들 땐 안 그런데, 내려놓을 때만 그래요."
여산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 무거운 것을 드는 손은 흔들리지 않는다. 힘을 주니까. 흔들리는 건 힘을 빼는 순간이었다. 무엇을 놓아야 할지 모르는 손. 매향의 손이 문설주에서 그랬듯이. 여산 자신의 손이 스무 해 전 새벽 그랬듯이.
"손끝에 힘을 한 점으로 모아라." 여산은 두레박을 받아 들었다. "무게가 흩어지기 전에, 한 자리에 놓아라."
그는 두레박을 물독 위로 가져갔다. 기울였다. 물이 소리 없이 독으로 흘렀다.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그의 손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도련이 그것을 봤다.
"어떻게 그렇게 해요?" 소년이 물었다. "저는 아무리 해도—"
"몸이 먼저 안다." 여산이 빈 두레박을 내렸다. "손이 아는 걸, 머리가 뒤늦게 배우는 거다."
도련은 그 말을 삼켰다. 여산은 소년의 손을 보지 않았다. 봤다면, 자기 손이 또 저렸을 테니까.
돌아오는 길, 골목 어귀에 발이 하나 서 있었다. 삿갓. 젖지 않은 어깨. 여산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늦추면 아는 자였다. 삿갓 사내는 물지게를 진 소년을 봤다. 통을 어깨에 얹은 그 균형을.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그 걸음을.
사내가 저잣거리 인파 속으로 스몄다.
국밥집에 들어서자, 매향이 앉아 있었다. 아침에 오던 사람이 저녁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부뚜막 위를 보고 있었다. 세 닢과 부러진 칼을.
"주인장." 매향이 말했다. "그 노인, 다음엔 그릇을 비우러 오지 않겠다고 했다지."
"어찌 아오."
"저잣거리가 안다면, 나도 아오." 매향이 국밥집 장부를 봤다. 맨 윗줄. 매강호. "곽노야가 문턱을 넘을 날이, 오라비 이름을 지울 날이오. 부린 자만이 장부를 여니까."
여산은 그릇을 내밀었다. 매향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제," 매향이 부러진 칼을 봤다. "그 이름을 지우는 게 무섭소. 지우고 나면, 저 아이를 무슨 눈으로 봐야 할지 몰라서."
여산의 손목이 멈췄다. 아주 짧게.
밖에서 물지게 소리가 다시 났다. 두 번째 통을 지러 나갔던 도련이 돌아오는 소리였다. 매향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는 눈도, 흉내 내는 손도 아니었다. 지켜야 할 것을 처음 세어보는 눈이었다.
여산은 그릇을 상 위에 놓았다. 매향 앞에.
"저 아이 것도 하나." 여산이 말했다. "곽노야가 문턱을 넘으면, 여기 세 그릇이 놓여 있을 거요. 노야는 셈하러 오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매향이 젓가락을 들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 비스듬히. 이번엔 흉내가 아니었다. 몸에 밴 손이었다.
부뚜막 위, 세 닢 옆에서 부러진 칼이 저녁빛을 받았다. 여산은 그 자리에 손을 뻗지 않았다. 아직은.
문턱 밖에서, 도련의 물통이 소리 없이 바닥에 닿았다. 한 점에 모인 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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