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문턱 위의 세 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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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째 새벽, 문턱 위에 동전이 하나 더 놓여 있었다.
여산은 아직 불을 지피지 않았다. 문을 열자 찬 공기가 먼저 들어왔다. 그 뒤로, 문턱 위에 놓인 것이 보였다. 세 닢이 아니었다. 부뚜막 위 세 닢은 그대로 있었고, 이건 문턱 바깥. 새 동전 한 닢. 뒷면. 흠집이 없었다.
새것이었다.
여산은 그것을 오래 봤다. 집지 않았다. 삿갓 사내가 놓고 간 자리마다 동전은 뒷면이었다. 뒤집지 않는 손. 뒤집을 필요가 없는 손. 셈이 이미 끝난 자의 손이었다.
부뚜막 위 세 닢은 지난 자국이었다. 문턱 위 이 한 닢은 다가올 발이었다.
그는 문을 닫지 않았다. 열어둔 채 불을 지폈다.
아침이 기울 무렵, 매향이 왔다. 그녀는 문턱을 넘다 멈췄다. 발 아래 동전을 봤다. 몸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넘던 발을 조심스레 그 옆에 디뎠다. 밟지 않으려는 발이었다.
"주인장." 매향이 앉았다. "저게 언제부터요."
"오늘 새벽."
매향이 장부를 봤다. 맨 윗줄. 매강호. 그 이름 위에 아침빛이 앉아 있었다.
"곽노야의 발이 가까웠소." 매향이 말했다. "저 한 닢은, 오늘 밤이란 뜻이오. 저잣거리 소문이 그러오. 회색 두루마기가 다시 골목 어귀에 들었다고."
"절반은 틀린 소문이오."
"틀린 절반에," 매향이 국물을 봤다. "누군가는 도망을 쌌소. 나는 안 쌌소."
여산은 그릇을 내밀었다. 매향이 받았다. 젓가락을 들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 비스듬히. 흉내가 아니었다. 몸이었다.
그때 물지게 소리가 났다.
도련이 들어왔다. 물통 두 개. 물독 앞에 무릎을 굽혔다. 통을 내렸다. 소리 없이. 한 점에 모인 무게였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여산은 그 손을 봤다. 어제까진 흔들리던 손이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소년이 놓는 법을 배운 것이다. 무엇을 놓아야 할지, 손이 먼저 알아버린 것이다.
도련이 문턱 쪽을 돌아봤다. 새 동전을 봤다.
"저건 뭐예요?" 소년이 물었다. "누가 흘렸어요?"
여산은 국자를 저었다.
"흘린 게 아니다."
"그럼요?"
"놓고 간 거다." 여산은 국물을 그릇에 담았다. "가져갈 셈으로."
도련은 그 말을 삼켰다. 무슨 셈인지는 묻지 않았다. 저잣거리에서 자란 아이였다. 묻지 않는 법을 아는 아이였다.
매향이 소년을 봤다. 지켜야 할 것을 세는 눈이었다. 그 눈이, 이번엔 문턱 위 동전으로 옮겨갔다. 세어보는 눈이 재는 눈이 되었다. 저 한 닢이 무엇을 데려올지 재는 눈.
"주인장." 매향이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 이름을 지우는 게 무섭다고 했소, 지난 저녁."
여산은 손을 멈췄다. 아주 짧게.
"오늘 새벽에," 매향이 장부를 봤다. "다시 세어봤소. 오라비 이름이 지워지는 자리에, 저 아이 이름이 적힐 것 같아서." 매향의 손이 젓가락을 잡은 채 그 각도에서 멎었다. "그런데 저 아이는, 아직 장부에 이름이 없소."
여산은 도련을 봤다. 물독 앞에 앉아 국밥을 먹는 소년을. 엄지와 검지 사이, 비스듬히.
"이름은," 여산이 붓을 봤다. 장부 옆에 놓인 붓. "적을 자리가 정해지면 적는 거요. 지금은 아니오."
매향은 더 묻지 않았다. 국물을 떠 넣었다.
낮이 저물었다. 여산은 부뚜막 위를 닦았다. 세 닢. 그 옆 헝겊 뭉치. 부러진 날 끝. 그는 헝겊을 풀었다. 처음이었다. 손 닿는 자리에 둔 뒤로, 처음 풀었다.
부러진 칼이 저녁빛을 받았다. 날에 밴 검은 자국. 녹인지 피인지 분간이 어려운 것. 그는 손잡이 자리를 봤다. 스무 해 전, 이 자리를 쥔 손이 있었다. 그 손이 마지막으로 벤 것을 알았다.
문턱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하나. 느렸다. 늙은 발이었다.
여산은 헝겊을 다시 덮지 않았다. 도련을 불렀다.
"물독 뒤에 앉아 있어라." 짧게. "부르기 전엔 나오지 마라."
도련이 고개를 들었다. 여산의 얼굴을 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소년은 묻지 않았다. 물독 뒤로 갔다.
매향이 일어섰다. 문 쪽으로. 그러나 나가지 않았다. 장부 옆에 섰다. 맨 윗줄에 손을 얹었다. 매강호. 그 이름을 지키는 손이었다. 지우려는 손이 아니었다.
발소리가 문턱에 닿았다.
여산은 부러진 칼 옆에 손을 두었다. 뻗지는 않았다. 아직은. 그러나 이번엔, 손 닿는 거리 안이었다.
문턱 위, 새 동전 한 닢이 저녁빛을 받았다. 세 닢은 부뚜막 위에서. 한 닢은 문턱 위에서. 그 사이에 세 사람이 있었다.
늙은 발이, 문턱을 넘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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