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세 번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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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는 그날 밤에 처음으로 스스로 일어나 앉았다.
가마니에서 내려와 벽에 등을 붙였다. 목발을 옆에 세우고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았다.
"아기씨."
진소하가 아궁이 앞에서 돌아봤다.
"세 번째 자리를 물었지."
"…….."
"앉아."
진소하는 앉지 않았다.
부지깽이를 내려놓고 손을 앞치마에 닦았다. 닦을 게 없는데 두 번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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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자리가 있었어."
연화가 손가락으로 흙바닥에 원을 그렸다.
"이렇게 둥글게. 상석은 없어."
"…….."
"낙검루에는 상석이 없거든."
"그럼 세 번째는."
"들어온 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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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그제야 앉았다.
"어머니가 세 번째로 들어가셨습니까."
"응."
"…….."
"첫째가 나, 둘째가 마철산, 셋째가 옥련이."
연화가 원 위에 점을 세 개 찍었다.
"넷째부터는 순서를 몰라."
"…….."
"나는 그때 문 쪽만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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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이 아궁이에 장작을 넣었다.
"열두 번째는 누굽니까."
"자네야."
장작이 불에 닿는 소리가 났다.
"자네가 마지막으로 들어왔어. 시렁을 정리하고 나서."
"…….."
"그러니까 자네가 들어올 때는 시렁이 이미 비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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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물었다.
"열한 자루를 정리하고 들어오셨는데 열두 명이었으면."
"응."
"…….."
"한 자루가 없다는 걸 문지기가 몰랐다는 게."
연화가 원을 손바닥으로 지웠다.
"몰랐지."
"…….."
"세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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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은 부지깽이를 든 채로 있었다.
부지깽이 끝이 불 속에 있었다. 그것을 빼지 않았다.
"연무백."
연화가 불렀다.
"…….."
"손."
그가 손을 봤다.
부지깽이 자루가 뜨거워져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랐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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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물그릇을 가져다 놓았다.
연무백이 손을 담갔다.
"세지 않은 게 아닙니다."
"…….."
"셀 줄 몰랐던 것도 아닙니다."
"…….."
"열한 자루를 얹으면서 열두 명이 들어간 걸 봤을 겁니다."
물그릇에서 손을 뺐다.
"봤는데 안 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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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소하가 물었다.
연무백이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날 제가 맹약을 맺으러 들어갔으니까요."
"…….."
"문지기로 들어간 게 아니라."
그가 젖은 손을 무릎에 놓았다.
"들어가고 싶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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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가 벽에서 등을 뗐다.
"자네 그거 기억나서 하는 말인가."
"아닙니다."
"…….."
"그럼."
"저라면 그랬을 것 같습니다."
연화가 그 말을 듣고 오래 있었다.
"그래."
"…….."
"자네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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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났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넷이나 다섯쯤이 골목으로 들어와서 창고 앞에서 멎었다.
연무백이 일어섰다.
부러진 장대는 이미 없었고 마철산의 칼도 사흘 전에 돌려줬다. 손에 든 것이 없었다.
문설주 옆에 세워 둔 부지깽이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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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두드려졌다.
세 번이었다. 두 번 짧게, 한 번 길게.
우물 쪽에서 쇠사슬이 울렸다.
백설이 몸을 세웠다.
"저 박자를."
"…….."
"저건 아래에서 쓰는 겁니다."
연무백이 문에 손을 얹었다.
"문밖에서 쓰는 게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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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났다.
"문지기."
젊은 목소리였다. 세 사내 중 가운데 선 자였다.
"우리 주인이 오셨소."
"…….."
"시렁을 준비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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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왼발이 옆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나가다가 멈췄다. 반 보를 다 못 채우고 발끝이 흙에 걸렸다.
그가 그것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발을 마저 놓지 않고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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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이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문설주 아래를 봤다.
`不背`
십 년 전 그가 새긴 두 글자였다. 마지막 획이 아래로 흘러 있었다.
그 아래 흙바닥에 시렁이 있던 자리는 없었다. 여기는 낙검루가 아니었다.
"시렁은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
"칼은 들고 들어오십시오."
문밖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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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들어오라고 했소?"
"그랬습니다."
"…….."
"안 받으시겠다는 뜻이오?"
연무백이 문고리를 잡았다.
"세는 사람이 없으면 얹는 게 소용없습니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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