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열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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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사람은 여자였다.
예순 안팎이었고 비단이 아니라 무명옷을 입었다. 칼을 들지 않았고 뒤따라온 세 사내가 문밖에 남았다.
연무백은 문을 열어 둔 채 옆으로 비켰다.
여자가 문턱을 넘었다.
넘으면서 발끝이 왼쪽으로 반 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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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그 발을 봤다.
자기가 내던 것과 같은 폭이었다.
여자가 창고 안을 둘러봤다. 우물과 쇠사슬과 가마니 위의 연화를 차례로 봤다.
연화의 목발이 벽에서 미끄러졌다.
"…….."
"자네."
"오랜만이야, 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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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가 벽을 짚고 일어서려다 못 일어섰다.
"살아 있었나."
"살아 있었지."
"…….."
"열둘 중에 셋이 살았어. 자네하고 나하고 마철산."
여자가 우물 쪽으로 두 걸음 갔다.
"넷이군."
백설이 쇠사슬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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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여자가 연무백을 봤다.
"자네도 살았고."
"…….."
"그럼 다섯이네."
연무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가 그의 손에 든 부지깽이를 봤다.
"칼을 안 드는군."
"없습니다."
"…….."
"시렁도 없다고 했다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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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웃었다.
"그래서 내가 들어온 거야."
"…….."
"시렁이 있는 데는 못 들어가."
그가 소매를 걷었다.
손등에 매화가 있었다. 다섯 꽃잎이 다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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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인장을 쥐었다.
여자가 그것을 봤다.
"옥련이 것이군."
"…….."
"빈 자리가 하나 있지."
"있습니다."
"내 것에는 없어."
여자가 손등을 내렸다.
"그게 다야. 나머지는 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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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가 겨우 말했다.
"자네가 세 사람을 보냈나."
"보냈어."
"…….."
"백설이 올라온 걸 알았거든."
"…….."
"십 년 동안 저 문을 막고 있던 사람이 올라왔으면 문이 비었다는 뜻이잖나."
여자가 우물 난간에 손을 얹었다.
"길을 가지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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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쇠사슬을 당겼다.
"문은 안 비었소."
"…….."
"내가 여기 있소."
여자가 그를 내려다봤다.
"자네는 문이 아니라 자물쇠야."
"…….."
"자물쇠는 열쇠가 있으면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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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진소하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인장."
진소하는 주지 않았다.
"저건 어머니 겁니다."
"알아."
"…….."
"내가 옥련이한테 그걸 준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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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안이 조용해졌다.
연화가 벽에서 등을 뗐다.
"거짓말."
"…….."
"옥련이 인장은 자기가 팠어."
"팠지."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파는 걸 옆에서 봤고, 가운데 꽃잎을 비우라고 말한 게 나야."
"…….."
"그때는 나도 비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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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자기 손등을 다시 폈다.
"열두 번째 자리를 정한 것도 나였어."
"들어온 순서라고 들었습니다." 진소하가 말했다.
"순서를 정한 사람이 있어야 순서가 생기지."
"…….."
"문지기를 마지막에 두자고 한 게 나야."
여자가 연무백을 봤다.
"시렁을 정리하고 들어오라고. 그래야 아무도 안 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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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의 손에서 부지깽이가 내려갔다.
내려가다가 멈췄다.
"그날 칼이 하나 남은 걸."
"…….."
"제가 못 세게 하신 겁니까."
여자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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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앞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발이 먼저 나가지 않았다. 그냥 걸어 나왔다.
인장을 쥔 손을 등 뒤로 돌렸다.
"어머니가 왜 먼저 뽑았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
"칼이 하나 남은 걸 어머니만 셌으니까요."
여자가 진소하를 봤다.
"똑똑하구나."
"…….."
"옥련이도 그랬어. 그래서 팔을 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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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가 목발을 잡았다.
"자네 그날 어디 있었나."
"세 번째 자리 옆."
"…….."
"옥련이 옆에 앉아 있었어."
여자가 손을 소매에 넣었다.
"옥련이가 뽑을 때 나는 안 말렸어."
"…….."
"말렸으면 지금 여기 못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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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쇠사슬을 두 번 울렸다.
두 번 짧게.
우물 아래에서 응답이 없었다.
세 번째로 길게 울렸다.
여자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아래에 아무도 없어."
"…….."
"내가 다 불러 올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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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이 문 쪽으로 갔다.
문을 닫았다.
밖의 세 사내를 밖에 둔 채로 닫았다.
빗장을 걸고 돌아섰다.
"이제 안에 여섯입니다."
여자가 그를 봤다.
"세는군."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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