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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검루의 마지막 문지기

16

낙검루

여자가 소매에서 손을 뺐다. 칼이 나왔다. 한 자쯤 되는 짧은 것이었고 칼집이 없었다. 소매 안에 그대로 넣고 다닐 수 있는 크기였다. "시렁이 없다고 했지." "…….." "그럼 이건 어디 얹나." 연무백은 부지깽이를 들지 않았다. 여자가 우물 쪽으로 몸을 틀었다. 백설 쪽이었다. --- 칼이 나가는 것과 연무백이 움직이는 것이 같았다. 거리를 재지 않았다. 부지깽이도 안 썼다. 왼손을 여자의 손목 아래로 넣고 오른손으로 팔꿈치 바깥을 밀었다. 관절이 꺾이는 방향으로만 밀었다. 여자의 손이 열렸다. 칼이 흙바닥에 떨어졌다. --- 연무백이 그것을 주웠다. 주워서 칼끝을 여자 쪽으로 돌리지 않았다. 자기 쪽으로 돌려 쥐었다. "앉으십시오." 여자가 손목을 감쌌다. "…….." "뭐라고 했나." "앉으시라고 했습니다." --- 여자가 웃지 않았다. "나를 잡아 두겠다는 건가." "아닙니다." "…….." "그럼." "들어오셨으니까요." 연무백이 문설주 아래를 봤다. `不背` "한 번 안으로 들인 사람은 등지지 않습니다." --- "나를 들인 게 아니라 못 막은 거지." "제가 열었습니다." "…….." "칼은 들고 들어오시라고 했고,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연무백이 칼을 쥔 채로 벽 쪽으로 갔다. "그러니 이건 제가 받습니다." --- 그가 벽에 기대 둔 판자를 끌어왔다. 부러진 문짝이었다. 여덟 화 전에 넘어져 갈라진 것이고 그동안 벽에 세워 둔 채였다. 그것을 눕혀 세 칸으로 걸쳤다. 나무 세 칸짜리였다. 맨 위 칸에 여자의 칼을 얹었다. --- 창고 안에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연화가 벽에 등을 붙인 채 그것을 봤다. "자네." "…….." "그거 시렁이야." "압니다." "…….." "낙검루는 없어졌어." 연무백이 판자 끝을 손으로 눌러 수평을 맞췄다. "건물이 없어진 겁니다." --- 여자가 시렁을 봤다. 한 자루가 얹혀 있었다. "한 자루로는 안 돼." "…….." "열둘이 있어야 낙검루야." 연화가 대답했다. "열둘이 있어서 깨졌지." 여자가 연화를 봤다. "…….." "자네도 거기 있었잖나." "있었어." 연화가 목발을 짚고 일어섰다. "그래서 지금 여기 있고." --- 연화가 목발을 시렁 쪽으로 가져갔다. 목발 끝에 매화가 새겨져 있었다. 아래 칸에 그것을 얹었다. "나는 칼이 없어." "…….." "이거로 하지." 두 자루가 됐다. --- 진소하가 인장을 꺼냈다. 가운데 꽃잎이 비어 있는 것이었다. 가운데 칸에 놓았다. "어머니 겁니다." "…….." "어머니는 못 오시니까 이거라도 놓겠습니다." 세 자루가 됐다. --- 우물 쪽에서 쇠사슬이 울렸다. 백설이 목에서 무언가를 풀었다. 끈에 매단 쇳조각이었고 십 년 동안 물속에 있었는지 녹이 슬어 있었다. "내 것은 여기서 못 가오." 진소하가 가서 받아 왔다. 맨 위 칸 옆에 놓았다. 네 자루가 됐다. --- 여자가 그것을 보고 있었다. "자네들 지금 뭘 하는 줄 아나." "압니다." 연무백이 말했다. "…….." "여기서 아무도 칼을 안 차는 겁니다." "…….." "그게 답니다." --- 밖에서 문이 흔들렸다. 세 사내였다. 빗장이 걸려 있어서 안 열렸다. 여자가 그쪽을 봤다. 부르면 열릴 것이었다. 부르지 않았다. --- 한참 뒤에 여자가 시렁 앞으로 갔다. 소매를 걷었다. 손등에 다섯 꽃잎이 다 채워진 매화가 있었다. 그것을 시렁에 얹을 수는 없었다. 대신 손을 판자 위에 올려놓았다. "열두 번째." "네." "내가 앉을 자리가 몇 번째인가." 연무백이 셌다. "다섯 번째입니다." --- 여자가 앉았다. 흙바닥에 그냥 앉았다. 진소하가 가마니를 하나 끌어다 줬고 여자는 그것을 받았다. 밖에서 문이 다시 흔들리다가 멎었다. 세 사내가 물러가는 소리가 났다. 주인이 안 부르면 그들은 못 들어온다. --- 날이 밝을 무렵 마철산이 왔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다. 연무백이 빗장을 풀자 그가 들어왔다. 시렁을 보고 멈췄다. "세 사내를 보낸 자를 찾았소." "찾으셨습니까." "찾았는데 이미 여기 있군." 그가 자기 칼을 풀어 맨 아래 칸에 얹었다. 다섯이 됐다. --- "한 팔이라 시렁에 못 얹는 줄 알았는데." "…….." "얹을 데가 있으면 얹히는군." 마철산이 여자 옆에 앉았다. "내 팔값은 어떻게 하시겠소." 여자가 대답하지 않았다. "됐소." 마철산이 말했다. "십 년을 물었으니 그걸로 갚은 셈 치겠소." --- 연무백은 앉지 않았다. 시렁 앞에 섰다. 진소하가 물었다. "안 앉으십니까." "저는 여기서 봅니다." "…….." "몇 자루인지." 그가 시렁을 봤다. 다섯 자루였다. "다섯입니다." "…….." "안에 여섯이 있고 시렁에 다섯이 있으니 하나가 없습니다." --- 그가 오른손을 폈다. 칼자루를 쥐던 손이었고 남의 칼을 받아 얹던 손이었다. 그 손을 시렁 맨 위 칸에 올려놓았다. 여섯이 됐다. --- 밖에서 비가 그쳤다. 처마에서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져 흙에 팬 구멍에 들어갔다. 구멍은 사흘 동안 같은 자리에 있었다. 진소하가 문을 열었다. 빛이 문턱을 넘어 들어와서 문설주 아래 두 글자에 닿았다. `不背` 마지막 획이 아래로 흘러 있었다. --- 연무백은 돌아보지 않았다. 문 쪽을 향해 선 채로, 안에 앉은 다섯 사람을 등지고 서 있었다. 십 년 전에도 그는 그렇게 서 있었다. 그때는 등 뒤의 사람을 두고 걸어 나갔다. 이번에는 걸어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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