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못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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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먼저 들어왔다.
고삐가 문설주에 닿는 소리였다. 마철산은 말을 마당에 두고 혼자 들어섰다. 왼팔 소매가 비어 있었고 그 소매를 허리춤에 찔러 넣지 않은 채였다.
곽칠이 뒤로 물러났다.
세 사내는 물러나지 않았다. 마철산 쪽으로도 곽칠 쪽으로도 가지 않고 그 사이에 섰다.
연무백은 그것을 봤다.
여섯 화 전 밤에 넘어진 복면 사내의 옷깃 안쪽에 남색 실이 박혀 있었다. 진가상단 바느질이었다. 지금 선 셋의 소매 끝도 같은 방향으로 감쳐져 있었다.
그들은 곽칠이 데려온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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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철산은 창고 안을 훑지 않았다. 곧장 우물 쪽을 봤다.
쇠사슬에 묶인 채 돌문에 등을 붙이고 선 사내가 거기 있었다.
"살아 있었군."
백설은 대답하지 않았다.
"십 년이면 죽었다고 봐도 되는 시간이다."
"죽었소."
백설이 말했다.
"올라온 건 남은 겁니다."
마철산의 오른손이 허리로 갔다가 멈췄다. 칼을 잡으려던 손이 아니라 어깨를 짚으려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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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가 앞으로 나왔다.
연무백이 대나무 장대를 옆으로 눕혀 길을 막았다. 진소하는 장대를 넘지 않고 그 앞에 섰다.
"당신이 십 년 전에 팔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잃었소."
"칼집에 매화가 있었다고요."
마철산이 진소하를 봤다. 처음으로 그 얼굴을 봤다.
"…….."
"닮았군."
"누굴 말입니까."
마철산은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짚은 손에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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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가 목발을 짚고 두 걸음 나왔다.
"말해."
"…….."
"십 년을 찾았다며. 찾았으면 말해."
마철산이 연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이 목발 끝에 새겨진 매화에 머물렀다.
"당신도 있었나."
"있었지."
"그럼 알겠군."
"내가 아는 걸 저 아이는 몰라."
연화가 진소하 쪽으로 목발 끝을 조금 돌렸다.
"당신 입으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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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철산은 오래 서 있었다.
빗물이 처마에서 떨어져 흙바닥에 구멍을 냈다. 아까부터 같은 자리에 떨어지고 있었다.
"진옥련이었소."
진소하의 손이 옷자락을 쥐었다.
쥔 채로 아무 말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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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입니다."
한참 뒤에 그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칼을 못 잡았습니다."
"…….."
"장부를 보셨고, 표행을 짜셨고, 아버지 대신 상단 사람들 이름을 외우셨습니다."
"…….."
"제가 열둘까지 어머니 손을 잡고 다녔습니다. 굳은살이 없었습니다."
마철산이 자기 오른쪽 어깨를 눌렀다.
"칼자국은 손에 안 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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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는 그 말을 듣고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장대를 짚었다. 연무백이 장대를 그대로 뒀다.
"언제였습니까."
"십 년 전 겨울이오."
"…….."
"협곡 위쪽이었고, 눈이 무릎까지 왔소."
진소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해 겨울에 어머니는 집에 계셨습니다."
"…….."
"제 생일에 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정월이었습니다."
마철산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연화가 대신 말했다.
"정월이었지. 열이틀 뒤에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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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하는 그 자리에 앉았다.
넘어진 게 아니라 무릎을 접은 것이었다. 창고 바닥은 젖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연무백이 장대를 들어 올렸다.
들어 올리고 그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아무도 진소하를 일으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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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
연화가 그를 불렀다.
"오 화 전에 내가 자네를 뭐라고 불렀지."
"배신자라 했습니다."
"기억하는군."
"…….."
"그때 내가 뭐라고 덧붙였는지도."
연무백의 손이 없는 칼자루를 쥐었다.
"옥련이는 그 말을 못 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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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가 목발을 고쳐 짚었다.
"옥련이가 자네한테 돌아가라고 했어."
창고 안이 조용해졌다.
"협곡에서. 저 사람 손을 놓고 돌아가라고."
"…….."
"자네는 그 말을 들었고."
연무백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 옥련이는 자네를 배신자라고 부를 수가 없었지. 부르면 자기가 시킨 게 되니까."
"…….."
"못 한 말을 누군가는 해야 되잖나."
연화가 백설 쪽을 봤다.
"그래서 내가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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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쇠사슬 안에서 몸을 조금 움직였다.
"연화."
"응."
"나는 그 말 안 했소."
"…….."
"돌아가라고 한 건 나요. 옥련이 시키기 전에."
연화의 목발 끝이 바닥에서 조금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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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이 그제야 백설을 봤다.
"두 번 들었습니까."
"들었소."
"…….."
"내가 먼저 하고, 옥련이 나중에 했소."
"…….."
"그러니 자네가 들은 건 내 말이오."
연무백의 손이 칼자루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손이 갈 데가 없어서 옆에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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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철산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십 년을 찾은 게 저건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몸을 돌렸다. 문 쪽으로 두 걸음 갔다가 세 사내 앞에서 섰다.
세 사내는 비키지 않았다.
"길의 주인을 모셔라."
가운데 선 자가 말했다.
마철산의 오른손이 처음으로 칼자루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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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백이 장대를 세웠다.
세워서 세 사내와 우물 사이에 놓았다. 마철산 쪽이 아니었다.
진소하가 젖은 바닥에서 일어섰다.
일어서면서 소매로 얼굴을 한 번 닦았다. 닦은 자리가 흙으로 얼룩졌고 그는 그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인장을 꺼내 손에 쥐었다.
빈 꽃잎이 문 쪽을 향하도록 돌려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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