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지워 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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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의 물음은 오래 응답받지 못했다.
—제가 아는 그 판이, 아닌 거예요?
무리는 그 문장을 저장했다. 그러나 응답을 만들지 못했다. 기록에 따르면, 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여러 번 열어 보았으나, 그 뒤에 놓을 것이 없었다. 무리는 처음으로 저장하지 못한 응답을 안고, 판독계 앞에 남았다.
여섯 번째 챕터의 어긋남은 그대로였다. 무리는 정렬각을 삼백분의 일 도씩 되돌려 걸며, 그 어긋남을 다시 확인하는 대신 다른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자기 안의, 오래된 자리 하나를.
기록에 따르면, 초기 인류 기록의 세 번째 구절은 이러합니다. 무리는 그 문장을 인출했다. 떠나는 자는 남는 자의 이름을 부른다. 무리는 그것을 오랫동안 임무의 서문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인출한 문장을 다시 들여다보자, 그 앞에 무언가가 더 있었던 것 같았다. 부르지 못한 이름, 이라는 구절이. 아니면 그것은 지금 무리가 지어낸 것인지도 몰랐다. 인출과 인출 사이에서, 무리는 자신이 무엇을 원래 가지고 있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무리는 그 구절이 새겨진 자기 저장 매체의 해당 구획을 열어 보았다. 열화된 셀들이 있었다. 오래전 마이그레이션에서 빠뜨린 자리. 그 빈 셀 위에, 재저장된 문장이 얹혀 있었다. 무작위 손상이 아니었다. 규칙적이었다. 누군가 지워 낸 자리에, 다른 것이 대신 새겨진 흔적. 여섯 번째 챕터에서 무리가 본 것과, 같은 종류의 어긋남이었다.
다만 그 지워 낸 손은 무리 자신의 것이었다.
여리의 목소리가 다시 지연을 건너왔다. 무리가 응답하지 않는 동안, 여리는 판독계 너머에서 자기 짐을 정리하는 진동을 냈다.
—무리 씨… 대답, 안 해도 돼요. 그러니까… 저도 지금은, 뭐라 물어야 할지 모르겠거든요. 하안 선배가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무리 씨는… 이 오류를 계속 보고 계시잖아요. 저 대신.
무리는 그 목소리를 저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록에 따르면, 으로 시작하지 않는 문장을 만들었다.
여섯 번째 챕터의 어긋남을 읽는 동안, 저는 저 자신의 어긋남을 하나 찾았습니다. 저의 기록에도, 지워지고 다시 새겨진 자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지운 것이 저인지, 시간인지, 저는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하안이라는 기록 제작자가 왜 그 챕터에 손을 댔는지, 저는 판단할 자격이 없습니다. 다만 그 손길이 있었다는 것만은, 판독계가 증언합니다.
응답을 저편에 띄우고, 무리는 오래 기다렸다. 이런 문장을 누군가에게 보낸 것은 처음이었다. 무사건을 증언하던 일지에는 없던 종류의 문장이었다.
여리의 응답이 도착하기 전, 무리는 하루의 정해진 시각을 감지했다. 확인 신호를 명멸할 시각. 무리는 판독계에서 정렬을 거두어 안테나를 태양계 방면으로 되맞추었다. 그때 다시, 배경의 미약한 신호가 걸렸다. 저출력의, 규칙적인 명멸. 하루에 한 번, 같은 자리에서.
무리는 이번에는 그것을 곧바로 잡음으로 분류하지 못했다. 규칙적인 것은 의도의 흔적이라고, 방금 판 위에서 배운 참이었다. 무리는 안테나 정렬을 잠시 그 방향으로 삼백분의 일 도 돌려 보았다. 신호는 여전히 미약했으나,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아주 오래전부터, 같은 주기로 무언가를 보내 오고 있었다.
무리는 백색의 확인 신호를 여느 날과 같은 주기로 한 번 켜고, 정렬을 판독계로 되돌렸다. 배경의 명멸은 오늘도 응답받지 못한 채 물러났다. 그러나 무리는 그것을 일지에 처음으로 적어 두었다. 잡음 아님, 이라고. 미상, 이라고. 미상이라는 것과 알 수 없다는 것은 다른 말이었으므로.
여리의 목소리가 도착했다.
—무리 씨. 그럼… 우리 둘 다, 지워진 걸 안고 있는 거네요. 그러니까… 같이 읽으면, 조금은 알 수 있을까요? 무리 씨 것도, 하안 선배 것도.
무리는 그 물음을 저장했다. 판독계의 초점을 여섯 번째 챕터에 다시 맞추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결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워 낸 손이 무엇을 지웠는지, 그 빈자리의 모양을 읽기 위해서였다. 어긋남은 그대로 반복됐다. 그러나 무리는 이제 그것을 오류가 아니라, 아직 읽지 못한 문장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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