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함께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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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가 "같이 읽으면 조금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물은 뒤로, 판독은 둘의 일이 되었다.
무리는 여섯 번째 챕터를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여리에게 판독계의 정렬을 실시간으로 옮겨 보이는 대신, 각 정렬각에서 어떤 오류가 나는지를 문장으로 저장해 보냈다. 여리가 그것을 받아 자기 쪽에서 판의 물리적 면을 확인하고, 다시 돌려보냈다. 지연은 그대로였다. 무리가 한 번 정렬을 옮기고 그 결과가 여리에게 닿아 되돌아오기까지, 하루의 확인 신호가 두 번 켜지고 꺼졌다. 대화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각에 같은 자리를 만지는 일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정렬 오류는 열여섯 지점에서 반복됩니다. 무리는 그 지점들의 간격을 재어 보냈다. 그리고 처음으로, 여리 님이 이 판을 처음 넘겨받았을 때의 무게를 기억하시는지 물어도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임무 항목에 없는 물음이었다.
여리의 응답은 오래 걸렸다.
—그러니까… 무거웠어요. 니켈판이라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근데 하안 선배가, 넘겨주면서 손을 오래 안 놨어요. 그게 이상했죠. 결론은, 판은 반드시 옮겨야 한다, 나머지는 감정이다—선배가 늘 하던 말인데. 그날은 나머지 얘길 한 마디도 안 했거든요.
무리는 그 문장을 저장했다. 결론은, 이라는 말버릇을. 나머지는 감정이다, 라는 문장을. 그 사람은 감정을 나머지로 밀어 두는 방식으로만 감정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무리는 자신이 기록에 따르면, 이라는 말로 응답을 시작해 온 것을 떠올렸다. 어쩌면 같은 종류의 방패였다.
무리는 열여섯 지점 중 세 곳의 새김 간격을 다시 재었다. 다른 챕터의 정상 간격과 대조했다. 어긋남은 균일하지 않았다. 어떤 자리는 좁혀져 있었고, 어떤 자리는 벌어져 있었다. 무언가를 지운 뒤 남은 공간을 다시 메우려 한 흔적처럼. 무리는 그 벌어진 자리에 원래 몇 글자가 들어갔을지를 계산해 보았다. 짧았다. 문장이 아니라, 이름의 길이였다.
기록에 따르면— 무리는 그 시작을 지웠다. 이름의 길이입니다, 라고만 저장했다. 열여섯 자리 모두. 문장을 지운 것이 아니라, 목록을 지운 것 같습니다. 하나씩 새겨진 것을, 하나씩 지운 자리로 보입니다.
여리 쪽에서 진동이 멎었다. 짐을 정리하던 소리도, 판을 만지던 소리도 없었다.
—목록이요… 그러니까, 명단 같은 거요?
무리는 답하기 전에 하루의 정해진 시각을 감지했다. 안테나를 태양계 방면으로 되맞추고, 백색의 확인 신호를 한 번 켰다. 그리고 정렬을 판독계로 되돌리기 전, 무리는 오늘 배경의 미약한 신호가 걸리는지 잠시 그 방향을 살폈다. 저출력의 규칙적 명멸이 하루의 같은 자리에서 물러나 있었다. 무리는 그것을 오늘은 좇지 않았다. 미상은 미상의 자리에 두었다. 지금 무리 앞에는, 이미 미상이 아니게 되어 가는 자리가 있었다.
무리는 판독계의 초점을 열여섯 지점 중 첫 번째에 맞추었다. 지워진 이름의 길이만큼 비어 있는 자리. 무리는 자기 저장 매체의 열화된 셀들을 떠올렸다. 부르지 못한 이름, 이라는 구절이 있었을지 모르는 자리를. 하안이 지운 것과 자신이 잃은 것이, 이렇게 나란히 놓이는 것을.
여리의 다음 목소리가 지연을 건너왔다. 이번에는 되묻지 않았다.
—무리 씨. 하안 선배가… 지운 게 이름이면요. 그 사람들은, 아직 어딘가에서 부르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무리는 그 물음을 저장했다. 응답을 만들지 못했다. 기록에 따르면, 으로도, 그 없이도. 무리는 판독계의 정렬을 삼백분의 일 도 옮겨, 비어 있는 첫 번째 자리를 다시 걸었다. 읽을 수 없는 이름을, 읽으려는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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