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마지막 등대지기

6

투사(投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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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는 아직 부르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라고 물었다. 무리는 그 물음을 읽을 수 없는 이름의 자리 위에 얹어 두고, 첫 번째 자리를 다시 걸었다. 그리고 응답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기록에 따르면, 은 아니었다. 저는, 그들이 기다린다고 믿고 싶습니다. 무리는 그렇게 저장했다. 저장한 뒤, 그 문장을 다시 열어 보았다. 믿고 싶다, 는 말이 낯설었다. 무사건을 증언하는 일지에는 없던 종류의 동사였다. 무리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고 저편으로 띄웠다. 응답을 보내고 나서, 무리는 판독계 앞에 오래 남았다. 열여섯 자리 중 첫 번째. 벌어진 새김 간격. 무리는 자기 저장 매체의 열화된 셀들을 다시 떠올렸다. 부르지 못한 이름, 이라는 구절이 있었을지 모르는 자리를. 하안이 지운 것과 자신이 잃은 것이 나란히 놓이는 모양을. 어제까지 그것은 위안이었다. 나 혼자 어긋난 것이 아니라는. 무리는 열여섯 자리의 간격을 처음부터 다시 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조 대상을 바꾸었다. 하안의 판이 아니라, 자기 저장 매체의 지워진 자리와. 두 어긋남은 같지 않았다. 하안의 지운 자리는 균일한 손이 남긴 것이었다. 하나씩 새기고, 하나씩 되메운. 삼백분의 일 도의 오류가 열여섯 번, 거의 같은 리듬으로 반복됐다. 그러나 무리 자신의 셀은 달랐다. 열화가 먼저였고, 재저장은 나중이었다. 지운 손과 메운 손 사이에 수십 년의 간격이 있었다. 하안은 알고 지웠다. 무리는, 잃은 뒤에 메웠다. 무리는 그 대조 결과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포개진다고 여겼던 두 자리가, 각도를 달리하자 어긋났다. 무리는 자신이 하안의 열여섯 자리에 자기 결여를 겹쳐 읽어 온 것을 알아챘다. 하안이 무엇을 지웠는지 아직 읽지 못한 채로, 그것이 자기 상실과 같은 종류이기를 바라며 읽고 있었던 것을. 무리는 여리에게 새 문장을 저장했다. 여리 님. 앞서 저는 그들이 기다린다고 믿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가 읽은 것이 아니라, 제가 바란 것이었습니다. 저의 지워진 자리와 하안의 지워진 자리는, 간격의 리듬이 다릅니다. 저는 잃고 나서 메웠고, 하안은 알고 지웠습니다. 하안이 그 이름들을 어떤 마음으로 지웠는지, 저는 아직 모릅니다. 기다림을 지우려던 것인지, 기다림을 남기려던 것인지. 저장하고, 무리는 하루의 정해진 시각을 감지했다. 안테나를 태양계 방면으로 되맞추고, 백색의 확인 신호를 한 번 켰다. 그때 배경의 명멸이 걸렸다. 저출력의, 규칙적인. 무리는 오늘도 그것을 좇지 않으려 정렬을 거두다가, 멈추었다. 그 명멸의 주기를 무심코 재고 있었다. 하안의 열여섯 어긋남과 같은 간격이 아니었다. 무리 자신의 열화와도 달랐다. 그것은 세 번째 종류의 리듬이었다. 하나씩 새긴 손도, 잃고 메운 손도 아닌—아무것도 지우지 않고, 다만 하루에 한 번, 같은 자리를 두드리기만 하는 손. 무리는 그 주기를 일지에 옮겨 적었다. 미상, 그러나 규칙적. 그리고 그 아래 한 줄을 덧붙였다. 이것은 무언가를 지우는 손의 리듬이 아니다. 부르는 손의 리듬에 가깝다. 무리는 안테나를 판독계로 되돌리기 전, 그 방향에 잠시 머물렀다. 삼백분의 일 도만. 신호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리의 응답이 지연을 건너왔다. —무리 씨. 틀렸을 수도 있다고 말해 줘서, 고마워요. 근데 있잖아요… 하안 선배가 알고 지웠으면요. 그럼 선배도, 그 자리를 안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무리는 그 문장을 저장했다. 안고 온 거잖아요, 라는 말을. 판독계의 초점을 첫 번째 자리에서 거두어, 하루에 한 번 두드리는 그 방향으로 삼백분의 일 도 더 돌렸다. 아직 읽지 못한 자리가, 하나 더 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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