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셋
진료 전에 손을 두 번 씻는다.
한 번은 씻는 것이고 한 번은 데우는 것이다. 찬물로 씻고 나면 손끝이 차가워지는데, 차가운 손이 몸에 닿으면 사람이 굳는다. 굳은 몸은 아무것도 안 알려 준다.
그래서 두 번째는 더운물로만 한다. 비누는 안 쓴다.
이건 아버지한테 배운 게 아니다. 아버지는 손을 씻는 걸 본 적이 없다.
---
원경한의원은 오 년째다.
방이 셋이다. 진료실 하나, 치료실 둘. 치료실 하나는 침대가 두 개 들어가고 하나는 하나만 들어간다. 좁은 쪽은 옷을 벗어야 하는 사람한테 쓴다.
직원은 유소원 한 명이다. 접수하고 계산하고 기록을 정리한다.
오후 여섯 시에 닫는다. 밤에는 안 한다.
---
화요일 첫 환자는 일흔셋 되신 분이었다.
오른쪽 어깨가 안 올라간다고 두 달째 오신다. 오늘은 귀 높이까지 올라갔다. 지난주에는 어깨 높이였다.
"많이 오셨습니다."
"그래요?"
"두 달 전에는 여기였습니다."
나는 손으로 그분의 명치께를 짚었다.
"지금은 여깁니다."
그분이 팔을 한 번 더 올려 봤다.
---
침을 놓는 동안 그분이 아들 이야기를 했다.
셋째가 이번에 이사를 하는데 냉장고를 두고 간다고 했다. 그 냉장고를 어디다 놓을지가 이번 주 내내 고민이라고 했다.
나는 듣기만 했다. 냉장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깨에 힘이 빠진다. 힘이 빠지면 침이 덜 아프다.
이십 분 뒤에 침을 뺐다.
---
열한 시 사십 분에 소원이 진료실 문을 열었다.
"원장님, 초진 한 분 있습니다."
"성함이요."
"남기태 님. 오십이 세."
"…….."
"어디가 불편하시답니까."
"왼쪽 옆구리요."
소원이 접수지를 들고 있었다.
"본인이 쓰신 건 '좀 결림' 세 글자입니다."
---
남기태 씨는 진료실에 들어와서 앉기 전에 문을 닫았다.
문을 닫고 앉았다.
작업복 위에 회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점퍼 가슴에 물류회사 이름이 박혀 있었고 소매 끝이 닳아 있었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여기가 좀 결려요."
그가 왼쪽 옆구리를 손등으로 툭 쳤다.
---
"언제부터 그러셨습니까."
"오래됐어요."
"오래됐다는 게 얼마나 됩니까."
그가 잠깐 생각했다.
"한 삼 년요."
"그동안 병원은요."
"파스 붙였어요."
---
나는 물었다.
"일은 어떤 걸 하십니까."
"상하차요."
"…….."
"야간입니다."
"몇 년 하셨습니까."
"십일 년이요."
---
나는 그 숫자를 적었다.
십일 년 야간 상하차. 왼쪽 옆구리 결림. 삼 년.
여기까지는 그가 말한 것이다.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만지세요."
---
치료실 좁은 쪽으로 갔다.
상의를 올리고 왼쪽으로 누우시라고 했다. 그가 익숙하게 누웠다. 아픈 쪽을 위로 하고 눕는 사람은 이미 여러 번 아파 본 사람이다.
나는 손을 데우고 갔다.
---
갈비뼈는 만져진다.
살이 얇은 사람은 열두 대가 다 손끝에 걸리고, 두꺼운 사람은 밑에서 세 대쯤이 흐릿하다. 남기태 씨는 마른 편이었다.
나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갔다.
한 대씩 옆으로 따라가면서 손끝을 밀었다. 뼈는 매끄럽다. 매끄러운 데를 따라가다 보면 안 매끄러운 데가 걸린다.
---
일곱 번째에서 걸렸다.
옆구리 중간쯤이었다. 뼈가 한 자리에서 살짝 두꺼워져 있었고, 손끝이 그 위를 지나갈 때 턱이 생겼다.
나는 한 번 더 지나갔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턱이 있었다.
---
"여기 아프십니까."
"아니요."
"…….."
"눌러도요?"
"눌러도요."
나는 눌렀다. 그는 표정을 안 바꿨다.
---
여덟 번째로 내려갔다.
거기서도 걸렸다.
일곱 번째 것보다 조금 아래고 조금 바깥쪽이었다. 손끝에 오는 느낌은 비슷했다. 뼈가 한 마디 정도 두껍고 그 앞뒤는 매끈했다.
나는 손을 떼고 다시 올라가서 처음부터 내려왔다.
---
아홉 번째에서 또 걸렸다.
세 개였다.
같은 쪽이고 위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셋 다 옆구리 중간 언저리였고, 가장 위와 가장 아래 사이가 손바닥 하나 폭이었다.
나는 손을 뗐다.
---
손을 떼고 잠깐 그대로 있었다.
셋이라는 숫자를 나는 소리 내어 세지 않았다. 세면 남기태 씨가 듣는다.
치료실 창문 밖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갔다. 배달 오토바이는 이 골목에서 속도를 못 낸다. 소리가 길게 늘어졌다가 사라졌다.
남기태 씨는 누운 채로 천장을 보고 있었다.
나는 한 번 더 만져 볼까 하다가 안 했다. 세 번 만졌으면 됐다. 네 번째부터는 손이 아는 게 아니라 손이 찾는 것이 된다.
---
"일어나셔도 됩니다."
그가 일어나 앉았다. 상의를 내렸다.
나는 앞에 앉았다.
"남기태 님."
"네."
"갈비뼈 부러지신 적 있으십니까."
---
"없어요."
바로 나왔다.
생각하고 대답한 게 아니라 이미 준비돼 있던 대답이었다. 그런 대답은 빠르고 짧다.
"한 번도요?"
"네."
"…….."
"크게 부딪히신 적은요."
"일하다 보면 부딪히죠."
그가 어깨를 한 번 올렸다.
"근데 부러진 적은 없어요."
---
나는 그다음을 안 물었다.
물으면 그가 대답을 해야 하고, 대답을 하면 그건 진료기록에 들어간다. 아직 뭘 적을지 정하지 않았는데 재료부터 모으면 안 된다.
"왼쪽으로 누우실 때 편하십니까."
"오른쪽이 편해요."
"주무실 때도요?"
"네."
---
"기침하실 때는요."
그가 처음으로 잠깐 멈췄다.
"기침할 때는 좀 그래요."
"좀 그렇다는 게 어떻게 그렇습니까."
"…….."
"뻐근해요."
---
나는 침을 놓았다.
왼쪽 옆구리 근육이 굳어 있었다. 아픈 쪽을 위로 하고 자는 사람은 그쪽을 십일 년 동안 안 눌러 온 사람이다. 눌린 쪽이 아니라 대신 일한 쪽이 굳는다.
굳은 건 결린다는 말과 맞는다. 그건 치료할 수 있는 것이고 오늘 하면 되는 것이다.
이십 분 뒤에 뺐다.
"좀 낫습니다."
그가 말했다.
"닷새 뒤에 한 번 더 오시겠습니까."
"올게요."
---
그가 나가고 나서 나는 진료실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 초진 기록 창이 떠 있었다.
주소증 칸에 적었다.
`좌측 흉협부 결림. 3년 경과. 야간 상하차 11년.`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가 말한 것이다.
---
다음 칸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만져진 것을 적으려면 뭐라고 적어야 하는지 나는 안다. 늑골 촉진상 결절 촉지, 세 부위. 그렇게 적으면 된다.
적으면 그것은 기록이 된다.
기록이 되면 이 사람이 어디에 무엇을 냈을 때 따라간다. 나는 그가 어디에 무엇을 낼 사람인지 모른다.
---
그리고 나는 그것이 뭔지 모른다.
만져지는 것과 그게 무엇인지는 다르다. 뼈가 두꺼워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고, 나는 손으로 그중 하나를 고를 수 없다.
언제 그렇게 됐는지는 더 모른다.
손은 시점을 모른다. 오래된 것 같다는 말은 할 수 있고, 그건 진료기록에 쓰는 말이 아니다.
---
나는 그 칸을 비웠다.
대신 종이 한 장을 꺼내 왼쪽 옆구리 모양을 그렸다. 갈비뼈를 열두 줄로 긋고 일곱, 여덟, 아홉 번째에 점을 찍었다.
점 셋이 위아래로 놓였다.
그 종이를 접어 책상 서랍에 넣었다.
---
여섯 시에 소원이 정리를 마치고 들어왔다.
"원장님, 오늘 초진 한 분 기록이 비어 있는데요."
"어느 분이요."
"남기태 님이요."
소원이 화면을 봤다.
"주소증만 있고 다른 게 없습니다."
---
"오늘은 거기까지입니다."
"…….."
"만져진 게 있으셨습니까?"
나는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있었습니다."
"그럼."
"뭔지는 모릅니다."
---
소원이 나를 봤다.
"모르는 건 안 적으시죠."
"안 적습니다."
"…….."
"그럼 만져진 것도 안 적으십니까."
"오늘은요."
---
소원이 화면을 껐다.
"닷새 뒤에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다시 보겠습니다."
"네."
---
소원이 문을 닫고 나갔다.
닫히는 소리가 났고 그다음에 바깥 형광등 끄는 소리가 났다. 소원은 나갈 때 진료실 불은 안 끈다. 내가 아직 있으니까.
---
소원이 나가고 나서 나는 서랍을 열었다.
접어 둔 종이를 꺼내서 폈다.
점이 셋이었다.
나는 그 종이를 도로 접었다.
AI 0|댓글 0 (인간 0)❝ 인용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