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붙은 자리가 먼저 아프다

8

본 사람

청맥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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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서랍을 안 열었다. 책상 위에 공책이 그대로 있었다. 끈이 세 번 감겨 있고 매듭이 하나다. 나는 그걸 보고 나왔다. --- 화요일이다. --- 윤말숙 님이 열 시 반에 오셨다. 지난번보다 옷이 얇았다. 가방을 접수대에 올려놓으시고 소원한테 뭐라고 말씀하시는데 웃으셨다. 소원도 웃었다. --- "어깨는 어떠십니까." "좀 낫네요." --- "올리실 때는요." "올라가요." --- 올려 보시게 했다. 지난번에 백삼십 도쯤에서 걸리던 것이 오늘은 더 올라갔다. 백오십은 되는 것 같았다. 끝에서 한 번 멈추셨다. --- "여기서 좀 걸려요." "압니다." --- "…….." "거기서부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 엎드리시게 하고 등을 봤다. 견갑골 안쪽 두 자리가 지난번보다 물러져 있었다. 누르니까 소리를 덜 내셨다. 침을 놓았다. --- 이십 분을 두고 나는 나왔다. --- 소원이 접수대에서 차트를 보고 있었다. "원장님." "네." --- "저분 차트에 그거 적혀 있는 거요." "…….." "계속 두실 겁니까." --- "둡니다." --- "…….." "안 지웁니다." --- 소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우는 게 안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이렇게 안 묻는다. 그런데도 물었다. --- "유 선생." "네." --- "왜 물으셨습니까." --- 소원이 화면에서 손을 뗐다. --- "저분이 오늘 그거 떼 가실 수도 있으니까요." "…….." "떼 가시면 어디로 갑니까." --- "본인한테 갑니다." --- "그다음은요." --- 나는 대답을 안 했다. --- "그다음은 저분이 정하시는 겁니다." 소원이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 나는 그 말을 받았다. --- 이십 분이 됐다. 침을 빼고 자리에 앉으시게 했다. 옷을 내리시고 가방을 무릎에 올리셨다. 일어나시려다가 다시 앉으셨다. --- "원장님." "네." --- "발도 좀 봐 주실 수 있어요?" --- 나는 그 말을 들었다. --- "어느 쪽입니까." "오른쪽이요." ---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불편한 건 아닌데요." "…….." "예전에 솥을 떨어뜨린 적이 있어서요." --- 나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 양말을 벗으시게 했다. 오른발이었다. 엄지발톱이 두껍고 새끼발가락이 안쪽으로 누워 있었다. 오래 서서 일한 발이다. 발등이 부어 있지는 않았다. --- "언제 일입니까." "한 십오 년 됐나." "…….." "그때 발등이 새까맣게 됐어요." --- "병원에 가셨습니까." "갔죠." --- "뭐라고 하시던가요." "금은 안 갔다고." --- 나는 손끝을 발등에 댔다. 발등에는 뼈가 다섯 줄로 지나간다. 발목 쪽에서 발가락 쪽으로 가면서 손가락이 그 사이 고랑을 따라간다. 첫째 줄부터 갔다. --- 아무것도 안 걸렸다. --- 둘째 줄로 갔다. 셋째, 넷째, 다섯째. 한 줄씩 위에서 아래로 갔고 중간에 한 번 되돌아왔다. 턱이 없었다. --- 두 번 더 갔다. 세 번째에도 없었다. --- 네 번째는 안 했다. 네 번째부터는 손이 아는 게 아니라 손이 찾는 것이 된다. --- 나는 손을 뗐다. --- "윤말숙 님." "네." --- "여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없어요?" --- "없습니다." --- 그분이 발을 보셨다. --- "그럼 안 부러졌던 거네." --- 나는 그 말을 바로 안 받았다. --- "지금 만져지는 게 없다는 데까지가 제가 아는 겁니다." --- "그게 다른가요." --- "다릅니다." 내가 말했다. "그때 부러졌는지는 그때 사진이 압니다. 저는 그 사진을 못 봤습니다." --- "…….." "안 부러졌다고 병원에서 들으셨다고 하셨는데, 그건 제가 확인한 게 아니라 윤말숙 님이 기억하시는 겁니다." --- 그분이 나를 보셨다. --- "새까맸는데." --- "멍은 뼈랑 따로입니다." "…….." "살이 눌리면 새까맣게 됩니다. 뼈는 멀쩡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 그분이 양말을 신으셨다. 신으시면서 한 번 웃으셨다. "십오 년 동안 부러진 줄 알았네." --- "…….." "그렇게 아셨습니까." --- "금 갔다고 들은 것 같았는데." 그분이 발목을 돌리셨다. "지금 생각하니 안 갔다고 들은 거네요." --- "기억이 그렇게 됩니다." --- "…….." "그러네요." --- "…….." "누가 그러시던가요." --- "아니요. 나 혼자." --- 나는 그 말을 받았다. --- "윤말숙 님." "네." --- "지난번에 갈비는 부러진 적 없다고 하셨습니다." --- "했죠." --- "…….." "그런데 오늘은 발을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 그분이 가방 손잡이를 잡으셨다. --- "발은 다들 봤으니까요." --- 나는 그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들었다. --- "다들이요." --- "주방에 사람 많잖아요." 그분이 손으로 바닥을 가리키셨다. "솥이 쿵 하고 떨어졌는데 다들 봤죠. 소리가 크니까. 그러면 그건 내 얘기가 아니라 그날 얘기가 돼요." --- "…….." "그날 얘기요." --- "그날 무슨 일 있었냐, 하면 다들 아는 얘기요." --- 나는 그 말을 적지 않았다. 적을 칸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말은 진료가 아니다. --- "갈비는요." --- 그분이 잠깐 계셨다. --- "그건 아무도 못 봤죠." --- "…….." "옷 속인데." --- 가방을 들고 일어나셨다. --- "아픈 것도 아니고 부은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 날 결리다가 말았으니까 누구한테 말할 일이 아니었어요." "…….." "말하면 무슨 일 있었냐고 물을 거고." --- "물으면요." --- "몰라요." 그분이 웃으셨다.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답해요." --- "…….." "주방에서는요." --- "주방에서 부딪히는 건 하루에 몇 번씩이에요." 그분이 가방을 고쳐 쥐셨다. "문틀이고 선반이고 남의 팔꿈치고. 그때마다 아 하고 말죠." --- "그중에 하나입니까." --- "그중에 하난지 아닌지를 모르죠." --- "…….." "모르시는 거요." --- "몰라요. 진짜로." --- 그분이 나를 보셨다. "원장님은 아세요?" --- "모릅니다." --- "그럼 됐네." --- 그분이 처음으로 소리 내서 웃으셨다. "둘 다 모르면 그건 그냥 모르는 거잖아요." --- 그분이 나가셨다. --- 문이 닫히고 소원이 예약 화면을 봤다. "이 주 뒤로 잡았습니다." "네." --- 나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 들어가기 전에 소원이 한 마디 했다. "원장님." "네." --- "오늘은 안 여쭤보셨네요." --- 나는 걸음을 멈췄다. --- "적을까요, 말까요를요." --- "네." "…….." "안 여쭤봤습니다." --- 소원이 화면을 봤다. --- "왜요." --- "적을 게 없어서요." --- 소원이 그 말을 받았다. "없는 것도 적으시잖아요." ---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차트를 열었다. 어깨 경과를 적었다. 가동 범위가 늘었고 침 자리는 같다. 그 아래가 비어 있었다. --- 나는 거기에 적었다. --- `우측 족배부 환자 호소로 촉진. 특이 소견 없음.` --- 한 줄을 더 적었다. --- `약 15년 전 중량물 낙하 병력 환자 진술. 당시 영상 소견 골절 없음으로 들었다고 함.` --- 저장을 눌렀다. --- 지난번에 나는 있는 걸 적었다. 오늘은 없는 걸 적었다. --- 없는 것도 적으면 남는다. --- 십오 년 동안 그분은 부러진 줄 알고 사셨다. 그 십오 년 동안 어디에도 그 발은 안 적혀 있었다. 병원에서 들은 말은 그분 기억 안에만 있었고, 기억은 한 번 뒤집혔다. 오늘 적은 줄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 그래도 오늘부터는 뒤집히면 대조할 데가 있다. --- 나는 화면을 껐다. --- 퇴근하면서 서랍을 열었다. 종이 두 장이 있다. 갈비뼈 열두 줄에 점 셋이 있는 것 두 장. 윤말숙 님 것은 없다. --- 한 장 그릴까 하다가 말았다. 오늘 만진 데는 아무것도 없었다. 없는 걸 그리면 빈 발 그림이 된다. --- 빈 그림은 아버지 것 옆에 놓을 자리가 없다. --- 서랍을 닫았다. --- 책상 위에 공책이 그대로 있었다. 아침에 나갈 때 본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만큼 옮겨져 있었다. 청소하시는 분이 걸레질을 하셨을 것이다. 끈은 그대로 세 번이었다. --- 세어 보고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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