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여각으로 가는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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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발목을 덮었다.
남설은 아침 국솥에 밥을 안치고, 문간에 나가 짚신 한 켤레를 살폈다. 노파의 좌판은 아직 닫혀 있었다. 처마 밑에 삼다 만 짚이 눈을 맞고 있었다.
정만호가 뚝배기 두 개를 상 위에 놓았다. 하나를 남설 앞에 밀었다.
"오늘은 안 가느냐." 그가 물었다.
"장이 서는 날에 갈 겁니다." 남설이 국물을 떴다. "장이 서야 사람이 여각에 드나드니까요. 사람이 봐야, 적힌 이름이 값을 합니다. 빈 여각에서 적으면, 어르신처럼 비워 두는 셈이 되겠지요."
정만호는 그 말을 삼켰다. 국자로 국솥을 저었다. 궂은 하늘이었다. 오른 어깨가 결렸다. 그는 국자를 옮겨 쥐고, 왼손으로 저었다.
문이 열렸다. 짚신 노파였다. 손에 짚신 두 켤레를 들었다.
"정 어른." 노파가 그것을 부뚜막에 놓았다. "여덟 냥 값은 못 되나, 이거라도. 아들이 부역서 돌아온다는 기별이 왔소. 여각이 다시 오기 전에, 내 셈은 내가 지고 싶소."
정만호는 짚신을 보았다. 억센 겨울 짚을 삼은 손이 갈라져 있었다. 그는 짚신을 받아 문 옆에 걸었다. 장부를 펴, 노파의 이름 옆 빈자리에 획을 그었다. 여덟 냥. 그 아래 '갚음 셈—짚신 두 켤레, 나머지 봄에'라 적었다.
"이제 임자가 둘이오." 정만호가 붓을 놓았다. "노파와 노파 아들. 여각이 와도 사갈 값이 없소."
노파의 어깨가 처음으로 펴졌다. 남설이 뚝배기를 데워 내밀었다. 토렴한 밥알에 온기가 속까지 배어 있었다. 노파는 그 국물을 오래 삼켰다.
노파가 가고, 남설은 걸린 짚신을 한참 보았다.
"어르신." 남설이 말했다. "저 여덟 냥은, 노파가 갚은 겁니까, 어르신이 대신 진 겁니까."
정만호는 아궁이 불씨를 모았다. 검 두덩의 굳은살이 불빛에 드러났다. 대답 대신 부지깽이를 놓았다.
"제 삼 년 약값도." 남설의 끝이 날카로웠다. "그리 어르신 앞으로 옮겨 적으셨지요. 이자 없이. 값이 비면 아무나 못 앉게. 어미가 급하다며 찾던 사람을, 어미 대신 갚아 주려던 것처럼."
정만호의 손이 멎었다. 오른 어깨가 결렸다. 그는 이번엔, 남설이 보는 앞에서, 누르지 않았다. 결림을 그대로 지고 앉아 있었다. 몸에 밴 이자를 감추지 않는 자세였다.
"밥은 이자가 안 붙는다 하셨지요." 남설이 말했다. "허나 어르신 어깨엔 이십 년 이자가 앉았습니다. 궂은 날마다 결리는 게, 그 값 아닙니까."
정만호는 국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어깨가 미세하게 굽었다.
"의원은 낙법으로 상한 관절이라 했다." 그가 낮게 말했다. 격언이 아니라 고백에 가까웠다. "나는 이자로 여겼다. 궂은 날마다 이자가 온다. 벤 값의 이자다."
방 안에 국 끓는 소리만 남았다.
남설은 부뚜막에 놓인 접힌 종이를 폈다. 어미의 삐뚤한 획. 마지막 줄 아래, 남설이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글씨가 있었다. 눈이 어두운 아침, 손끝으로만 짚어 온 자리였다.
"어미 글씨가," 남설이 그 줄을 짚었다. "여기 한 줄 더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붙인 자가 아니다. 벤 자다.' 어미는 벤 사람과 붙인 사람을 갈라 알고 있었습니다. 붙인 자를 찾아야 셈이 맞는다는 걸요."
정만호가 돌아보았다.
"그래서 여각으로 갑니다." 남설이 종이를 접었다. 이번엔 품에 넣었다. "어미가 못 적은 이름을, 제가 적을 겁니다."
정만호는 국자를 들었다. 식은 뚝배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밥알 속까지 온기가 배도록.
"차 주인은 노회하다." 그가 뚝배기를 밀었다. "장부를 읽는 눈이 나보다 오래됐다. 이름을 적으려다, 네 이름이 그 장부에 팔릴 수도 있다."
"그럼 어르신은 뒤에 서 계십시오." 남설이 국물을 한 술 떴다. "적는 건 제가 합니다. 어르신은, 값이 매겨질 때 곁에만 계시면 됩니다."
바깥 어귀에 눈이 굵어졌다. 여각 쪽 처마에 불이 밝았다. 장이 서면, 저 아래로 두 사람이 걸어 들어갈 것이었다.
정만호는 오른 어깨를 눌렀다. 이번엔 남설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걸음을 미리 아껴 두려는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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