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이름을 세탁하는 가게

10

첫 번째

이불을 찾으러 온 여자에게 이름을 물었다. "아, 김…" 여자가 멈췄다. "뭐였죠." 나는 펜을 들고 있었다. "성함이요." "…….." "이상하다." --- 여자가 웃었다. "제가 왜 이러지." "천천히 하세요." "…….." "김소연이요. 김소연." 여자가 그것을 두 번 말했다. 두 번째는 자기한테 하는 말 같았다. --- 여자가 나가고 나서 나는 카운터를 봤다. 이름표에 김소연이라고 적었다. 세 글자 다 획이 온전했다. 여자는 이불만 맡겼다. 이름을 맡긴 적이 없다. --- 나는 장부를 폈다. 어제 날짜에 내 글씨로 한 줄이 있었다. `품목: 이름 한 벌` `세탁 방법: 흐르는 물에 오래` `기한: 없음` 주문자 칸이 비어 있었다. --- 어제 나는 이 줄을 안 썼다. 썼다는 기억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어제 장부를 폈을 때 이 줄이 없었다. 여덟 달 동안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늘 아침에 와서 보면 이미 있었다. 이번엔 하루 늦게 생겼다. --- 나는 그 아래 줄을 봤다. 비어 있었다. 그 아래도, 그 아래도. 장부가 뒤로 백 장쯤 남았고 다 비어 있다. 여덟 달 동안 나는 그것을 그냥 남은 장으로 봤다. --- 앞으로 넘겼다. 글씨가 바뀌는 자리 셋. 그중 첫 번째 글씨를 찾았다. 장부 맨 앞이다. 첫 줄이 있었다. --- `품목: 이름 한 벌` `세탁 방법: 흐르는 물에 오래` `기한: 없음` 주문자 칸에 이름이 있었다. 획이 온전했다. --- 나는 그 이름을 읽었다. 읽히지 않았다. 획은 다 있는데 안 읽혔다. 글자가 아닌 것 같았다. 글자처럼 생겼는데 소리로 안 바뀌었다. 한참 봤다. --- 옆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1` --- 첫 번째 당번이다. 주인은 첫 번째가 나갔다고 했다. 자기 이름을 안 세탁했으니까 나갔다고. 그런데 장부 첫 줄이 이름 한 벌이다. 세탁을 맡겼다는 뜻이다. --- 나는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주인이 틀렸거나, 첫 번째가 자기 이름이 아닌 걸 맡겼거나. 두 번째라면 누구 이름을 맡겼는지가 남는다. --- 카운터 밑을 봤다. 주인이 걸레를 넣는 서랍이다. 나는 여덟 달 동안 그 서랍을 안 열었다. 열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열었다. 걸레가 있었다. 접혀 있었다. 그 밑에 종이가 있었다. --- 세탁표였다. 낡아서 가장자리가 부슬거렸다. `품목: 이름 한 벌` 주문자 칸에 이름이 있었다. 읽혔다. --- 주인 이름이었다. 주인은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다. 나는 주인을 주인이라고 부르고 손님들도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나는 이 석 자를 읽자마자 주인 이름이라는 걸 알았다. 아는 이유는 없었다. --- 나는 그것을 도로 넣었다. 넣고 걸레를 덮고 서랍을 닫았다. 닫고 나서 손을 무릎에 놓았다. 첫 번째 당번이 맡긴 것은 주인 이름이었다. 맡긴 이름은 반납된다. 반납되면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으면 못 나간다. --- 주인은 나가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었다. 못 나가서 여기 있는 거였다. --- 4번이 돌기 시작했다. 나는 안 봤다. 물소리가 오래 났다. 여덟 달 동안 들은 것 중에 제일 길었다. --- 멎었을 때 카운터에 종이가 한 장 있었다. 내 이름이었다. 획이 넷 없었다. --- 나는 그것을 들고 서 있었다. 넉 달에 다 지워진다고 했다. 나는 여덟 달째고 아직 넷이 남았다. 남은 게 넷이 아니라 없어진 게 넷이다. 석 자에 획이 몇 개인지 나는 세어 본 적이 없다. 세어 봤다. 열하나였다. --- 일곱이 남았다. --- 아홉 시에 불을 껐다. 문을 잠갔다. 걸으면서 세었다. 열일곱에서 물소리가 났고 스물에서 종이 소리가 났다. 스물하나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 이번에는 두 사람이었다. 하나는 집 쪽에서 나를 불렀고, 하나는 골목 끝에서 불렀다. 골목 끝 쪽은 여자 목소리였다. 나는 둘 다 대답하지 않았다. 스물둘, 스물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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