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이름을 세탁하는 가게

11

순번

주인에게 이름을 물었다. 수요일이었고 주인은 카운터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계산기 소리가 멎었다. --- "왜." "손님이 물어서요." 거짓말이었다. 주인이 계산기를 밀어 놓았다. "뭐라고 했나." "모른다고 했습니다." --- 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 "모르는 게 맞아." "사장님은 아십니까." --- 주인이 나를 봤다. 여덟 달 동안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오래 본 적이 없다. "자네 몇 획 남았나." "일곱입니다." "…….." "나는 둘이야." --- 나는 그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둘 남으셨습니까." "둘 남았지." 주인이 계산기를 다시 당겼다. "이십삼 년째 둘이야. 더 안 줄어." --- "왜 안 줄어듭니까." "안 쓰니까." "…….." "이름은 쓸 때 줄어. 부르고 적고 대답하면 줄어." 주인이 계산기 숫자를 지웠다. "나는 이십삼 년 동안 내 이름을 안 썼어. 아무도 안 부르고 나도 안 적어." --- "그러면 안 없어지겠네요." "안 없어지지." "…….." "그런데 안 늘지도 않아." ---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늘 수도 있습니까." "자네 이름 열한 획이었지." "네." "…….." "자네 어릴 때는 그게 열한 획보다 많았을 거야." --- 나는 내 이름을 떠올렸다. 석 자다. 획을 세면 열하나다. 처음부터 열하나였다. "똑같습니다." "세어 본 게 언제야." "어제요." "그전에는." --- 세어 본 적이 없다. "어제 처음 세었습니다." "그럼 모르지." 주인이 계산기를 껐다. "이름은 부를 때마다 조금씩 붙어. 자네 어머니가 자네 이름 몇 번 불렀겠나."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그게 안 붙어." "…….." "부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 "손님들이 제 이름을 부릅니다." "부르나?" 나는 세어 봤다. 여덟 달 동안 손님이 나를 부른 적이 있는지. 사장님, 저기요, 여기요. 그렇게 불렀다. --- "없습니다." "없지." 주인이 일어섰다. "그러니까 줄기만 해." --- "두 번째 분은 밖에 계십니다." 주인이 문 쪽을 봤다. "봤나." "봤습니다." "…….." "이십삼 년 됐다고 하시더군요." 주인이 그 숫자를 들었다. 들은 얼굴이 아무렇지 않았다. --- "사장님도 이십삼 년입니다." "그렇지." "같은 해에 시작되셨습니까." 주인이 대답하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가려다 멈췄다. --- "자네 이름 부르는 소리 들었나." "들었습니다." "…….." "몇 군데서." "두 군데입니다." --- 주인이 문고리를 잡은 채로 서 있었다. "둘이면 늦었네." "뭐가 늦었습니까." "하나일 때 대답했으면 나갔어." --- 나는 카운터를 짚었다. "대답하면 나갑니까." "나가지." "…….." "두 번째도 그랬으면 나갔을 텐데 안 했어." "왜 안 했습니까." 주인이 문을 열었다. "부르는 게 누군지 알았으니까." --- 주인이 나갔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오래 있었다. 두 번째 당번은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지 않았고, 대답하지 않아서 이십삼 년째 골목 끝에 있다. 대답했으면 나갔을 것이다. 나가는 게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 아홉 시에 불을 껐다. 문을 잠그고 걸었다. 열일곱, 스물, 스물하나. 목소리가 셋이었다. --- 집 쪽에서 하나. 골목 끝에서 하나. 가게 안에서 하나. 세 번째는 오늘 처음이었다. --- 가게 안 목소리가 제일 작았고 제일 또렷했다. 내 이름을 불렀다. 획이 일곱 남은 이름인데 소리는 온전했다. --- 나는 걸음을 세는 걸 멈췄다. 멈추고 서 있었다. 돌아보지 않았다. 세 목소리가 한 번씩 더 불렀다. 순서가 있었다. 집, 골목 끝, 가게. 같은 간격이었다. --- 나는 그 간격을 세었다. 셋을 세면 한 번씩 왔다. 셋. 셋. 셋. --- 네 번째에서 가게 쪽이 안 왔다. 집과 골목 끝만 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걸음 수를 이어 세었다. 스물둘. 스물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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