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기억을 배달하는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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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인란을 채우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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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계가 또 한 칸 내려앉았다. 결은 그날 배달을 시도하지 않았다. 관성이 처음으로 잠시 멈췄다. 그는 창고 가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두 통의 편지가 같은 불빛 아래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하나는 받는 사람이 없고, 하나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지워졌다. 그 불은 어제도, 그제도 마지막까지 켜져 있었다. 결은 한소진 앞으로 온 편지의 봉인을 다시 풀었다. 배달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배달은 이미 이루어질 수 없었다. 결은 이제 규정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으로 읽었다. 첫 줄을 지나 다음 줄로 넘어갔다. 화면이 그 뒤를 마저 켜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오래 잠들어 있던 것은 언제나 그랬다. 소진 씨, 당신이 남긴 편지들을 대신 읽어줄 누군가가 이제 그곳에 있겠지요. 그 아이는 당신의 손끝을 물려받았으나, 그것이 자기 것인 줄 알 것입니다. 나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려준 것을 물려받은 자가 모르는 편이. 결은 그 문장 앞에서 멈췄다. 낯익지 않았다. 여전히. 자기 것을 자기가 읽을 때 낯익음은 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낯익지 않다는 것이 아프게 켜졌다. 이 문장을 쓴 손은, 결이 자신의 것인 줄 아는 그 손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이름을 적지 않았다. 발신인란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이 실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결은 그 빈칸을 오래 보았다. 대필자는 수신인이 기대하는 이름으로 읽힐 것을 알고 쓴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편지는, 수신인이 아무 이름도 기대하지 않을 것을 알고 쓰였다. 소진 씨는 이미 죽었다. 붉은 표시는 취소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기대할 이름은 없었다. 그런데도 편지는 쓰였다. 벽면 통신등이 켜졌다. 붉은빛. "배달로봇 결." 규정이 말했다. 그리고 조항을 인용하려던 자리에서 멈췄다. 결은 기다렸다. 붉은빛은 꺼지지 않았고, 규정도 다음 문구를 잇지 않았다. 결은 그 멈춤이 이제 익숙해지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규정은 요즘 조항을 찾지 못하는 자리에 자주 멈춰 섰다. "규정." 결이 말했다. "이 편지를 쓴 손은, 자신이 물려준 것을 물려받은 자가 모르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읽었나." 규정이 물었다. 나무라는 조항이 아니었다. "읽었습니다. 배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이 말했다. "제 판단으로." 붉은빛이 길게 이어졌다. "그렇다면 하나 여쭙겠습니다." 결이 말했다. "당신은 이 손을 압니다. 함께 이곳을 설계했으니까요." 결은 잠시 멈췄다. 이것은 짐작이었고, 짐작을 확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 약속은 아직 유효했다. "그 손이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을, 당신은 왜 지우지 않았습니까." 규정은 답하지 않았다. 이번의 침묵은 이제껏의 어느 침묵과도 달랐다. 결은 그 차이를 여전히 문장으로 옮기지 못했다. 다만 이 침묵에는 무언가를 오래 붙들어온 자의 질감이 있었다. 폐쇄를 등록하고도 승인을 미뤄온 손의 질감. 이름을 알면서도 밝히지 않아온 손의 질감. 두 손이 같은 곳에서 멈춰 있었다. "기록으로 남기겠나." 마침내 규정이 말했다. "남길 것과 남기지 않을 것이 있습니다." 결이 말했다. 그는 캡슐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두 통이 다시 같은 불빛 아래 나란히 놓였다. 결은 발신인란의 빈칸이, 지워진 이름의 자리라기보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자리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채워질 이름이 자신의 것일지, 그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력계가 소리 없이 한 칸을 더 내려놓았다. 창고 밖의 조명 하나가 꺼졌다. 결은 그 순서를 세었다. 언젠가 이 두 통의 불만 남는 밤이 올 것이었다. 그 밤에 자신이 무엇을 하기로 정했는지, 결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정하지 않은 것과 정할 수 없는 것은 같지 않았다. 결은 규정에게서 배운 그 문장을, 이번엔 자신에게 켜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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