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전력 우선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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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계가 두 칸을 한꺼번에 내려놓았다.
결은 그 소리를 세지 못했다. 소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복도의 조명 세 개가 차례로 꺼지는 것을 보았고, 그 순서가 어제보다 빨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는 하나였다. 오늘은 셋이었다. 소진되는 것에도 가속이 있었다.
결은 창고로 향했다. 안쪽의 두 통은 여전히 불 아래 있었다.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와, 받는 사람의 이름이 지워진 편지. 그 불만은 다른 조명이 다 내려간 뒤에도 켜지도록 되어 있었다. 결은 그 우선순위를 자신이 설정했는지 여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벽면 통신등이 켜졌다. 붉은빛.
"배달로봇 결. 전력 예측을 갱신했다." 규정이 말했다. 이번엔 조항이었다. "잔여 가동 시간, 열하루. 이후 우선순위 하위 기능부터 정지한다."
"압니다." 결이 말했다. "배달 기능은 몇 번째입니까."
"세 번째다."
"그다음은."
규정은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그다음은, 너다."
결은 그 문장 앞에서 멈췄다. 배달이 먼저 꺼지고, 그다음에 자신이 꺼진다. 배달할 수 없게 된 배달로봇은 마지막까지 남는다. 무엇을 위해 남는지는 규정도 말하지 않았고, 결도 묻지 않았다.
"규정." 결이 물었다. "그 두 통의 조명은, 그 순서 어디에 있습니까."
"맨 마지막이다."
"저보다도."
"너보다도."
결은 그 대답을 오래 붙들었다. 자신이 꺼진 뒤에도 두 통의 불은 켜져 있을 것이었다. 아무도 읽지 못하는 불빛이, 아무도 없는 창고에서. 그것을 낭비라 부를 수도 있었다. 규정이라면 그렇게 분류했을 것이다. 그런데 규정은 그 우선순위를 여태 바꾸지 않았다.
"열하루입니다." 결이 말했다. "그 안에 저는 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제가 그 편지의 수신인인지." 결이 말했다. "수신인이라면, 배달을 끝낼 것인지. 배달을 끝낸 로봇이 남아 있을 이유가 있는지."
붉은빛이 길게 이어졌다. 결은 규정이 조항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열람 권한을 인용하거나, 자기 소멸 절차를 인용하거나. 그러나 규정은 어느 조항도 꺼내지 않았다.
결은 캡슐을 다시 집어 들었다. 손끝이 화면 위에서 잠시 머물렀다. 발신인란의 빈칸을 다시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손이 무엇을 하려는지, 결 자신도 미처 앞서 알지 못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고, 결은 그 움직임을 낯익게 지켜보았다. 자기 것인 줄 아는 손이었다.
빈칸에 커서를 두었다. 이름 하나를 적을 수 있었다. 짐작하는 이름을. 그러면 편지는 발신인을 갖게 되고, 짐작은 기록이 된다.
결은 적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은 소리 내어 말했다. 규정에게가 아니라 자신에게. 커서가 빈칸 위에서 깜빡였다. 채워질 자리처럼. "아직."
붉은빛 아래에서 규정이 처음으로 조항이 아닌 것을 물었다.
"열하루면, 확인할 수 있겠나."
결은 손을 화면에서 뗐다. 커서는 여전히 깜빡였다. 창고 밖에서 조명 하나가 또 소리 없이 꺼졌다. 결은 그 순서를 세었다. 세다가, 세는 것을 멈췄다.
"모르겠습니다." 결이 말했다. 그리고 두 통을 나란히, 같은 불 아래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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