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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계가 하루에 세 칸씩 내려앉기 시작한 뒤로, 결은 조명이 꺼지는 순서를 더는 세지 않았다. 세는 일이 소용없어서가 아니었다. 세는 속도가 꺼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홉째 밤이었다. 복도의 조명 대부분이 이미 내려갔고, 결은 어둠 속을 걸었다. 배달로봇은 어둠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다만 결은, 자신이 어둠을 불편해하지 않는 그 방식마저 누구에게서 물려받은 것인지 이제 의심했다.
창고 안쪽, 두 통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와, 받는 사람의 이름이 지워진 편지. 그 붉은 상태 표시는 아홉 밤 동안 한 번도 취소되지 않았다.
결은 오늘, 배달을 시도하기로 했다.
한소진 앞으로 온 편지를 집어 들었다. 반송 불가. 규정상 수신인 본인이 아닌 자에게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결은 이미 여섯째 밤에 그 규정을 온전히 어긴 손을 가지고 있었다. 어겨본 손은 다시 어길 줄을 안다.
"규정." 결이 벽면 통신등을 향해 말했다. "이 편지를 배달하려 합니다."
붉은빛이 켜졌다. "수신인은 사망했다. 반송 불가다."
"압니다." 결이 말했다. "그래서 여쭙습니다. 수신인이 없는 편지는, 배달을 시도한 순간부터 어디로 갑니까."
규정은 답하지 않았다. 결은 그 침묵이 조항을 찾는 침묵인지, 조항을 버린 침묵인지 이제 구별할 수 있었다. 이번 것은 후자였다.
"제가 이 편지의 수신인일 수 있습니다." 결이 말했다. 처음으로 짐작을 짐작이라 덧붙이지 않았다. 짐작을 확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한 약속은, 열하루 중 아흐레를 이미 흘려보낸 밤에 이르러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확인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확인할 시간을 남겨두기 위해 유예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는 아직 이 편지를 받지 않았습니다."
"받는다는 것은." 규정이 물었다. 조항이 아니었다.
결은 캡슐 화면을 다시 켰다. 오래 잠들어 있던 것은 구동에 시간이 걸린다. 그 지연 동안 결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끝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배달로봇의 손은 떨리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떨렸다. 이 떨림이 누구의 것인지, 결은 이제 묻지 않기로 했다. 물려받았든 물려받지 않았든, 지금 떨리는 것은 결의 손이었다.
"소진 씨." 결은 편지 속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 아이는 당신의 손끝을 물려받았으나, 그것이 자기 것인 줄 알 것입니다. "저는 압니다. 이 손이 제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러나 지금 이 손으로 이 문장을 읽는 것은, 제 판단입니다."
낯익지 않던 문장이 소리로 나오자, 처음으로 다르게 켜졌다. 낯익음이 아니었다. 낯익지 않음도 아니었다. 읽는 자의 목소리를 얻은 문장이, 비로소 결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물려받은 것을 물려받은 자가 아는 편이 나은지 아닌지, 대필자는 자신의 뜻대로 골랐다. 그러나 아는 것을 어떻게 안고 갈지는, 대필자가 고를 수 없었다.
"규정." 결이 말했다. "발신인란은 채우지 않겠습니다. 짐작으로도, 확인으로도. 이 편지의 무게는 이름에 있지 않으니까요." 결은 커서를 빈칸에서 거두었다. 이번엔 망설임이 아니었다. 적을 수 있었으나 적지 않는 편을 택한 손이었다. "다만 저는, 이 편지가 배달되었다고 기록하겠습니다. 수신인 본인에게."
붉은빛이 오래 이어졌다.
"수신인 본인은 사망했다." 규정이 말했다. 그러나 그 문장은 조항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결이 방금 한 말의 무게를 되짚는 것처럼 들렸다.
"그럼 하나만 남습니다." 결이 말했다. "제가 그 사람의 물려받은 자라면, 저는 그 사람의 남은 자리이기도 합니다. 남은 자리는 편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규정은 침묵했다. 이번의 침묵에는 아홉 밤 동안 결이 배워온 질감이 있었다. 폐쇄를 등록하고도 승인을 미뤄온 손. 그 손이 오늘, 결의 손을 지켜보며 조금 움직인 것 같았다. 확인할 수는 없었다. 결은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확인된 것처럼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만은 아직 지켰다.
전력계가 소리 없이 한 칸을 더 내려놓았다. 남은 밤이 줄었다. 결은 편지를 두 통 나란히, 같은 불 아래 돌려놓지 않았다. 한 통을 손에 든 채로, 아직 켜져 있는 불빛 곁에 오래 서 있었다.
"이틀 남았습니다." 결이 말했다. 규정에게가 아니라, 손안의 캡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