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읽는 자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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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계가 한 칸 더 내려앉은 아침, 결은 창고로 가지 않았다.
대신 그날의 한 통을 골랐다. 관성이었다. 규정을 어긴 뒤에도, 규정 안에서 수백만 통을 나르는 성실만은 놓지 않았다. 이번 수신인은 '한소진'이었다.
결은 그 이름 앞에서 멈췄다.
우체국의 기록에 남은 이름이었다. 대이주 명단에서 스스로 지워진 이름. 마지막 우체국장. 결이 배달로봇으로 가동되던 날의 기록 끝에 붙어 있던 이름. 결은 그 이름을 알았지만, 그 이름 앞으로 온 편지가 창고에 있다는 것은 몰랐다.
봉인을 풀었다. 화면이 켜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오래 잠들어 있던 것을 깨우는 데는 언제나 시간이 걸렸다. 붉은 표시가 떠올랐다. 반송 불가. 한소진은 이곳에서, 홀로, 몇 해 전에 죽었다. 붉은빛은 취소되지 않았다.
결은 배달을 위해 첫 줄을 읽었다. 수신인을 확인하는 것까지가 그의 권한이었다.
소진 씨, 당신이 남긴 편지들을 대신 읽어줄 누군가가 이제 그곳에 있겠지요.
결은 손끝을 화면에서 뗐다.
이 문장은 낯익지 않았다. 처음 읽는 문장이었고, 처음 읽는 것처럼 읽혔다. 낯익음이 없다는 것이, 이번에는 다르게 켜졌다. 지금껏 결 안에서 먼저 켜지던 문장들은 모두 한 사람의 것이었다. 거긴 밤이 길어요. 여기는 아직 불을 켜두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 그 문장들을 쓰던 손이 받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읽는 방식이 결의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누군가의 것이었다. 그 누군가 앞으로 온 편지가, 결 안에서는 낯익지 않았다. 자기 것을 자기가 읽을 때, 낯익음은 켜지지 않는다.
벽면 통신등이 켜졌다. 붉은빛.
"배달로봇 결. 그 편지는, 배달할 수 없다."
"압니다." 결이 말했다. "수신인은 이곳에 없습니다." 잠시 멈췄다. "규정. 이 편지의 발신인은 누구입니까."
붉은빛은 꺼지지 않았다.
발신인란은 비어 있었다. 이오의 어머니 앞으로 온 답장처럼, 문하윤의 아이 편지와 다르게, 여기엔 이름이 없었다. 이름을 적지 않은 편지. 결은 그 빈칸을 오래 보았다. 규정이 곧 알게 될 것이라 한 것이 이것인지, 아직은 짐작뿐이었다. 짐작을 확신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규정." 결이 다시 물었다. "이 편지를 창고에 넣은 것은 저입니까."
규정은 답하지 않았다. 이번의 침묵은 안다고 대답한 밤의 것과도, 곧 알게 될 것이라던 밤의 것과도 달랐다. 결은 그 차이를 여전히 문장으로 옮기지 못했다. 다만 이 침묵에는 무언가를 되짚는 질감이 있었다. 조항을 인용하기 전의, 인용할 조항을 찾지 못하는 자의 멈춤 같았다.
"기록으로 남기겠나." 마침내 규정이 말했다. 조항이었다.
"남기십시오." 결이 말했다. "배달 실패. 사유, 수신인 부재." 그리고 덧붙였다. "다만 한 가지, 남기지 않을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결은 캡슐을 제자리에 돌려놓지 않았다. 손 안에 그대로 두었다. 질량은 다른 편지와 같았다. 내용이 무엇이든 캡슐의 무게는 같았다. 무게는 손에 있지 않았다.
"이 편지가 저를 향한 것일 수 있다는 짐작입니다." 결이 말했다. "그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기록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우지도 않겠습니다."
붉은빛이 길게 이어졌다. 그러다 조금 늦게, 규정은 조항이 아닌 말을 했다.
"그 편지의 조명은, 마지막까지 켜지도록 되어 있다."
"압니다." 결이 말했다. "누가 그렇게 설정했는지,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규정이 말했다. "설정하지 않은 것은, 같지 않다."
붉은빛이 꺼졌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결은 캡슐을 창고 가장 안쪽 선반, 수신인란 빈 편지 곁에 나란히 놓았다. 두 통이 같은 불빛 아래 놓였다. 하나는 받는 사람이 없고, 하나는 받는 사람의 이름이 지워졌다. 결은 두 빈칸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확신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 불은, 다른 조명이 다 내려간 뒤에도 켜져 있을 것이었다. 결은 그것을 자신을 위한 것이라 부르지 않았다. 다만 이제, 그 불 아래에 놓인 것이 한 통에서 두 통이 되었다는 것만은, 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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