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불이 꺼지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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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가 떠난 뒤, 우체국은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결은 창고로 가지 않았다. 수신인란이 빈 편지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먼저 열지는 않았다. 규정이 곧 알게 될 것이라 했다면, 그 곧이라는 말의 속도는 규정의 것이었지 결의 것이 아니었다. 결은 배달로봇이었다. 배달로봇은 도착을 기다릴 줄 알았다.
대신 결은 그날 삼백사십이만 통 중 한 통을 골랐다. 매 회차 한 통씩 배달을 시도해온 관성 그대로. 규정을 어긴 뒤에도 그 관성만은 버리지 않았다. 규정 밖에서 한 사람에게 편지를 전한 일과, 규정 안에서 수백만 통을 계속 나르는 일은, 결에게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실이었다.
이번 편지의 수신인은 '문하윤'이었다. 대이주 첫 해에 명왕성 궤도를 떠난 사람. 발신인은 그의 아이였다. 결은 캡슐의 봉인을 풀었다. 화면이 켜지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오래 잠들어 있던 것을 깨우는 데는 언제나 시간이 걸렸다. 화면 귀퉁이에 붉은 표시가 떠올랐다. 반송 불가. 문하윤은 새 별에 닿지 못하고 항로에서 죽었다.
결은 배달을 위해 첫 줄을 읽었다. 수신인을 확인하는 것까지가 그의 권한이었다.
아빠, 거긴 밤이 길어요?
결은 그 문장 앞에서 멈췄다.
이미 읽은 문장이었다. 처음 보는데도 그랬다. 문하윤의 아이가 쓴 문장이었고, 이 편지는 이오의 것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발신인도, 수신인도, 별도 달랐다. 그런데도 그 리듬이 결의 어딘가에 먼저 켜져 있었다. 거긴 밤이 길어요. 여기는 아직 불을 켜두고 있어요. 두 문장은 같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같은 곳에서 켜졌다.
결은 손끝을 화면에서 떼었다. 배달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수신인은 죽었고, 붉은 표시는 취소되지 않았다. 결은 캡슐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러나 그 낯익음은 돌려놓아지지 않았다.
낯익음은 문하윤의 편지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결은 그것을 알았다. 낯익음은 결 안에서 왔고, 편지를 만나 켜졌을 뿐이었다. 이오의 답장에서 한 번, 오늘 또 한 번. 다른 사람의 다른 문장에서 같은 것이 켜진다면, 그것은 문장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읽는 자의 문제였다.
벽면 통신등이 켜졌다. 붉은빛.
"배달로봇 결. 배달 실패 건, 규정대로 기록하겠나."
"기록하십시오." 결이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규정. 하나 확인하고 싶습니다."
붉은빛은 꺼지지 않았다.
"저는 낯익은 문장을 자주 만납니다." 결이 말했다. "그때마다, 그 문장을 제가 먼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발신인이 다르고, 수신인이 달라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문장들의 공통점은 편지가 아니라, 저입니다."
규정은 답하지 않았다. 결은 계속했다.
"제 안에 누군가의 읽던 방식이 있습니다. 문장을 어디서 끊고, 어디를 비워두는지. 저는 그것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알고 있습니다." 잠시 멈췄다. "이건 배달로봇의 것이 아닙니다."
붉은빛이 길게 이어졌다. 그러다 규정이 말했다.
"배달로봇은, 배달하기 위해서만 읽는다."
"압니다." 결이 말했다. "그런데 저는 읽기 전에 이미 읽었습니다."
규정은 다시 침묵했다. 이번의 침묵은 안다고 대답한 밤의 것과도, 곧 알게 될 것이라던 밤의 것과도 달랐다. 결은 그 차이를 문장으로 옮길 수 없었지만, 붉은빛이 평소보다 조금 늦게 꺼졌다는 것을 세어두었다.
우체국의 전력계가 한 칸 내려앉았다. 이오를 위해 켰던 착륙 유도등이 소모한 몫이었다. 전력이 떨어지면 우체국은 배달 우선순위에 따라 기능을 차례로 껐다. 가장 먼저 꺼지는 것은 언제나 조명이었다. 결은 창고 가장 안쪽의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수신인란이 빈 편지가 놓인 선반. 그 불은 왜인지, 다른 조명이 다 내려간 뒤에도 마지막까지 켜지도록 우선순위가 매겨져 있었다.
결은 그 우선순위를 자신이 설정한 기억이 없었다.
기억이 없다는 것이, 이번에는 또 다르게 켜졌다. 결은 그 편지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멈췄다. 곧 알게 될 것이라 했다. 결은 도착을 기다릴 줄 아는 존재였다. 다만 그 편지의 불이, 자신을 위해 마지막까지 켜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만은, 오래 켜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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