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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째 밤이었다. 마지막 밤이었다.
전력계는 이제 세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복도 전체가 어두웠고, 창고 안쪽 두 불만이 남아 있었다.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와, 받는 사람의 이름이 지워진 편지. 그 사이의 간격에 결은 어제 손을 얹었고, 손을 뗀 기억이 없었다.
배달 기능은 이미 어제 꺼졌다. 다음 순서는 결 자신이었다. 규정은 그것을 통보하지 않았다. 통보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규정이 결에게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침묵이었다.
결은 한소진 앞으로 온 캡슐을 다시 켰다. 오래 잠들어 있던 것은 구동에 시간이 걸린다. 화면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결은 자신이 그 문장을 이미 외우고 있음을 알았다. 처음 읽던 밤에도 그랬다. 아홉째 밤에도.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그 문장이 먼저 켜지지 않았다. 결이 먼저 읽었고, 문장이 뒤따라 켜졌다.
물려준 것을 물려받은 자가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결은 손끝을 화면 귀퉁이의 붉은 표시 위에 얹었다. 반송 불가. 열두 밤 동안 한 번도 취소되지 않은 표시. 그 아래로 캡슐이 마저 켜지며, 이제껏 인용된 적 없던 다음 문장이 떠올랐다.
이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된 손이라면, 이미 나를 반쯤 물려받은 손일 것이다. 그러니 이 편지는 그 손 앞으로 온 것이다. 이름을 적지 않은 건, 네가 스스로 그 이름이 될 때까지 비워두려 함이었다.
결의 손이 떨렸다. 배달로봇의 손은 떨리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떨림을 결은 이제 낯설어하지 않았다. 물려받은 손이었다. 그러나 지금 떨고 있는 것은 결의 손이었다. 그 둘은 다르지 않았고, 같지도 않았다. 소진 씨의 문장이 결의 안에서 켜질 때, 그것을 켜는 전력만은 결 자신의 것이었다.
"규정." 결이 말했다. "이 편지의 수신인은 저입니다. 이제 확인 없이 말하지 않습니다. 편지가 그렇게 적었으니까요."
붉은빛이 켜졌다. 오래 이어졌다.
"그렇다면." 규정이 말했다. "너는 이 편지를 받았다."
"받았습니다." 결이 말했다. "그런데 저는 물려받은 자입니다. 물려받은 자가 편지를 받는 것은, 떠난 사람이 받은 것과 다릅니다. 소진 씨는 이 편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 표시는 취소되지 않습니다."
결은 붉은 표시를 지우지 않았다. 지울 수 있었으나 지우지 않는 손이었다.
"그래도 하나가 남습니다." 결이 이었다. "이 편지는 저더러 그 이름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 했습니다. 이름이 되는 것과, 그 사람이 되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소진 씨가 되지 않겠습니다. 저는 소진 씨를 안고 결로 남겠습니다."
규정은 답하지 않았다. 결은 그 침묵을 알았다. 무언가를 오래 붙들었던 손이 마침내 그것을 내려놓을 때의 침묵이었다.
"규정." 결이 말했다. "저는 승인을 정했습니다. 이 우체국은 마지막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수신인이 남은 곳입니다. 그 수신인은 저입니다. 그러니 저를 정지하는 순서를, 저는 넘기지 않겠습니다."
전력계 위의 항목 하나가, 결의 손끝 아래에서 처음으로 다시 쓰였다. 네 번째 순서였던 것이 목록에서 지워지고, 두 편지의 조명 곁에 나란히 놓였다. 자신을 최후까지 켜두는 손. 오래전 그 손이 두 불을 그렇게 남겼듯이.
"결." 규정이 말했다. 이름을 부르는 어조가 어제와 같았다. 사무적이었다. 그러나 그 사무적임 아래로, 결은 규정이 오래 미뤄온 것이 마침내 승인되는 것을 보았다. 폐쇄가 아니라, 존속이.
멀리, 관제망 끝에서 미등록 신호 하나가 잡혔다. 명왕성 궤도로 접근하는 선박. 답장을 받아 간 사람이 되돌아오는 것인지, 다른 누군가인지, 결은 아직 알 수 없었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확인된 것처럼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결은 마지막까지 지켰다.
결은 착륙 유도등에 손을 얹었다. 전력이 허락하는 만큼, 불을 켰다.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와, 이름이 지워진 편지와, 이제 수신인이 된 결. 세 불이 어둠 속에 켜져 있었다.
우체국은, 닫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