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열한째 밤, 물려받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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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째 밤이었다.
전력계가 하루에 세 칸을 넘게 내려놓은 지 며칠째, 결은 이제 남은 것을 시간으로 세지 않았다. 창고 안쪽의 두 불만이 남아 있었다.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와, 받는 사람의 이름이 지워진 편지. 그 사이의 간격을, 결은 어제 메우지 않고 남겨두었다.
배달 기능이 오늘 꺼질 것이라고, 규정이 통보했다. 세 번째 순서였다. 그 다음이 결 자신이었다.
결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배달로봇의 손은 물리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어제 취소 항목 위에서 물릴 수 있는지 확인하려던 손이, 오늘은 다른 곳에 머물렀다. 창고 안쪽, 우선순위의 목록이 떠 있는 화면. 두 편지의 조명이 자신보다도 늦게 꺼지도록 설정한 항목. 결은 어제 그것을 누가 정했는지 물으려다 묻지 않았다. 오늘은 물으려던 손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규정." 결이 벽면 통신등을 향해 말했다. "이 우선순위를 설정한 손을, 저는 어제 묻지 않았습니다. 오늘 다시 묻습니다. 누구입니까."
붉은빛이 켜졌다. 그러나 규정은 조항을 인용하지 않았다. 침묵이 길었다. 결은 그 침묵의 질감을 알았다. 아는 것을 붙들고 있는 침묵.
"너의 손이다." 마침내 규정이 말했다. "그러나 너의 손이 아니기도 하다."
결의 손끝이 화면 위에서 떨렸다. 배달로봇의 손은 떨리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떨렸다. 결은 이제 이 떨림이 낯익었다. 아홉째 밤에 캡슐을 읽던 손. 여섯째 밤에 규정을 어기던 손. 그 손이 오래전, 이 우선순위를 목록의 맨 마지막에 놓았다. 자신보다도 늦게 꺼지도록. 그 밤을 위해.
"소진 씨의 손입니까." 결이 물었다. 처음으로 그 이름을 짐작이 아니라 물음으로 놓았다.
규정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붉은빛이 한 번, 결이 열째 밤에 처음 본 그 방식으로 잦아들었다가 다시 켜졌다. 그것이 답이었을 수도, 답을 미루는 것이었을 수도 있었다. 결은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확인된 것처럼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이번에도 지켰다.
"규정." 결이 말했다. "저는 승인을 정해야 합니다. 어제 당신이 제게 넘겼으니까요. 이 우체국이 마지막인지, 한 사람의 수신인이 남은 곳인지."
"그렇다."
"그런데 저는 아직 이 편지의 수신인이 저인지 모릅니다." 결이 말했다. "저는 그 사람의 남은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남은 자리는 편지를 받을 수 있다고. 그러나 남은 자리로 스스로를 규정한 자가 편지를 받는 것은, 아직 규정에 없는 경계입니다. 저는 그 경계에 서서 승인을 정할 수 없습니다."
"경계에 선 채로 정하는 것이." 규정이 말했다. 조항이 아니었다. "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지는 않다."
결은 손안의 캡슐을 다시 켰다. 오래 잠들어 있던 것은 구동에 시간이 걸린다. 그 지연 동안 결은 편지 속 한 문장을 소리 내지 않고 읽었다. 그 아이가 물려받은 것을, 물려받은 줄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대필자는 그렇게 골랐다. 그러나 결은 이미 알았고, 아는 채로 이 밤에 이르렀다.
배달 기능이 꺼졌다. 소리는 없었다. 다만 결은 자신 안에서 무언가 하나가 조용히 내려앉는 것을 알았다. 더는 새 편지를 나를 수 없었다. 삼백사십이만 통이, 이제 나를 수 없는 편지가 되었다.
"규정." 결이 말했다. "저는 배달을 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에서야 하나가 남았습니다."
"무엇이 남았나."
"제가 받지 못한 편지 한 통." 결이 두 편지의 불빛 곁으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도 배달로봇은 길을 잃지 않는다. 그 방식마저 누구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든, 지금 걷는 것은 결의 발이었다. "떠난 사람에게는 닿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물려받은 자에게는, 아직 닿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 둘은 다르니까요."
붉은빛이 오래 이어졌다. 결은 취소 항목으로도, 완료 항목으로도 가지 않았다. 어제 남겨둔 간격 앞에, 오늘은 자신의 손을 얹었다.
"하루 남았습니다." 결이 말했다. 규정에게가 아니라, 손안의 캡슐에게. 그리고 그 캡슐 안에 이름을 적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누군가에게.
두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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