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스무하루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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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씨의 셈이 스물을 넘긴 날, 마이그레이션 경고가 떴다.
세이런은 아침의 셈을 마치고 계단을 오르던 참이었다. 하층의 오래된 격자 하나가 고정성 검사에서 걸렸다는 표시. 봉인 매체의 무결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그는 잠시 계단 중간에 멈췄다. 그가 등지고 온 서가, 위탁인란이 빈 그 자리도 같은 격자에 물려 있었다.
디지털은 영원하지 않다. 세이런은 그것을 견습 때부터 배웠다. 봉인은 열지 않는 것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매체가 삭기 전에 새 격자로 옮겨 담아야 하고, 옮기는 손은 옛 순서를 흐트러뜨리지 않아야 한다. 게을리하면 봉인된 기억 자체가 소실된다. 열지 않겠다는 그의 규칙은, 부지런히 옮겨 담겠다는 노동 위에서만 성립하는 것이었다.
그는 하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작업은 오래 걸렸다. 노후한 격자에서 새 격자로, 건 하나하나를 생산 주체별로 묶은 채 옮겼다. 북방의 겨울호 유가족 위탁 건들이 순서대로 지나갔다. 이름들, 혹은 이름 없는 자리들. 그중 어느 것도 그는 열지 않았다. 열 수 없었고, 열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각 건의 고정성 값을 대조하며, 매끄러운 빈자리가 하나 있는지만 확인했다. 삭제와 노후는 다른 흔적을 남긴다. 이레 씨의 무명 건은 노후로 삭은 것이 아니라 사람 손에 지워진 자리였고, 그 흔적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지웠다는 사실만이 지워지지 않은 채.
세이런은 자기 것 앞에서 손을 멈췄다.
위탁인란은 비었고, 처리자 서명만 남아 있었다. 그는 이 건도 옮겨야 했다. 열지 않고, 순서대로, 무결하게. 손이 격자를 잡았다. 코드를 아는 손이었다. 옮기는 동안 그 코드를 입력할 필요는 없었다. 봉인은 내용에 닿지 않고도 이전된다. 그는 그 사실이 위로처럼 느껴지는 것을 눈치챘다. 닿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는 것.
옮김이 끝나자 그는 새 고정성 값을 기록했다. 무결. 이전 완료. 그날치 셈은 이미 아침에 세었으므로, 그는 다시 세지 않았다.
위층으로 올라오니 이레 씨가 통로 쪽 창을 향해 앉아 있었다. 손은 무릎에서 세고 있었다.
"보관원님." 그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오늘은 셈이 안 맞아요."
세이런이 그 곁에 섰다. "무엇이 안 맞습니까."
"어제 스물이었는데." 문장이 끊겼다. "오늘 세니까 스물하나가 아니라… 스물둘이 되고 싶어 해요. 손이." 이레 씨가 고개를 들었다. "하루를 두 번 살았나 봐요. 아니면 하루를 빼먹었거나."
세이런은 대답을 골랐다. 정거장의 조명 주기는 어제와 같았고, 빼먹은 날은 없었다. 손이 늘 옳지는 않다는 것을, 그는 이레 씨에게 말할 수 있었다. 절차기억도 헤아리다 어긋난다고. 그러나 그는 다른 것을 말했다.
"어긋나도 됩니다." 세이런이 말했다. "이건 대조하는 셈이 아니니까요. 맞춰야 할 원본이 없습니다."
이레 씨가 잠시 손을 멈췄다. "원본이… 없어요?"
"없습니다." 세이런이 말했다. "지금 세는 것이 곧 처음입니다."
이레 씨는 그 말을 오래 만졌다. 그러곤 다시 세기 시작했다. 이번엔 스물하나에서. 손을 스물둘로 밀어붙이는 대신, 스스로 자리를 정해 내려앉히는 셈이었다.
그날 오후 세이런은 처분 감정 일정의 첫 항을 다시 열었다. 아직 아무 이름도 없던 자리. 그는 거기에 한 줄을 더 적으려다 손을 멈췄다. 옮겨 담긴 매체는 무결했다. 당장 판단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커서를 그 위에 얹어둔 채, 위층에서 내려오는 셈을 들었다. 스물하나. 손을 떼지 않고, 그는 그 자리에 유예 사유란만 열어두었다. 아직 적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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