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마지막 정거장의 기록보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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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이 없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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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씨의 셈이 스물여덟에 이른 날, 본부의 통보들이 한꺼번에 도착했다. 통신 고립의 시차는 문서를 죽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실어 나른다. 몇 년 전 발신된 것들이 이제야, 그것도 예고 없이 무더기로. 세이런은 아침의 셈을 마치고 올라온 참에 그 무더기를 마주했다. 도렌 관리관이 자청한 감사에 대한 본부의 응답 하나. 북방의 겨울호 유가족 위탁 건들의 처분 감정 마감 기한을 못박은 통지 하나.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이름 없는 한 건에 대한 조회 요청. 세이런은 마지막 것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본부의 시스템은 목록 맨 아래의 빈자리를 알아챘다. 위탁인란이 비고 흔적까지 매끄러운 자리. 노후로 삭은 것과 사람 손에 지워진 것을 고정성 값으로 구분할 줄 아는 시스템이었다. 조회 요청서에는 정형화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삭제 흔적 확인, 처분 감정 대상에서의 처리 방침 회신 요망. 그는 답신란을 열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회신하려면 이레 씨를 무엇으로 적어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했다. 폐기할 자리인지, 영구히 둘 자리인지. 아니면 카이엔이 남기고 간 세 번째 항인지. 손이 자판 위에서 멈췄다. 세이런은 그 멈춤을 눈치챘다. 문득 며칠 전 이레 씨에게 했던 말이 되돌아왔다. 대조할 원본이 없습니다. 지금 세는 것이 곧 처음입니다. 그 말은 이레 씨의 손을 스물둘에서 스물하나로 내려앉혔다. 그런데 세이런은 그제야 알았다. 자기 것에도 원본은 없었다. 하층의 위탁인란이 빈 자리, 그가 매일 앞에 서는 그 문. 그가 12년 전 무엇을 맡겼는지, 그것을 대조할 원본은 어디에도 없다. 열어도 재구성일 뿐이다. 카이엔이 언젠가 말했듯, 되찾은 것이 곧 진실은 아니니까. 세이런은 이레 씨에게 원본 없이 세라 일러놓고, 정작 자신은 없는 원본을 향해 매일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답신란을 닫지 않은 채 하층으로 내려갔다. 서가 앞에 섰다. 오늘의 셈은 아침에 이미 세었다. 그런데도 그는 다시 섰다. 열지 않기로 한 문. 코드를 아는 손은 주머니 안에 있었다. 그는 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문 앞에서, 처음으로 그 문이 이레 씨의 셈과 같은 것임을 생각했다. 맞출 것이 없는 자리. 없어서 매번 처음인 자리. 그는 오래 거기 서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오니 이레 씨가 통로 창을 향해 앉아 세고 있었다. 스물여덟. 스물아홉으로 넘어가는 손끝이 잠시 허공에서 망설였다. "보관원님." 그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 문 앞에는… 왜 매일 서요?" 세이런은 대답을 골랐다. 들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거기 무언가를 맡겼습니다." 그가 말했다. "오래전에. 무엇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이레 씨가 손을 멈췄다. "몰라요?" "모릅니다. 열지 않기로 했으니까요." 세이런이 그 곁에 앉았다. "다만 없던 일로는 두지 않으려고, 앞에 섭니다." 이레 씨는 그 말을 오래 만졌다. 그러곤 자기 무릎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우리… 같은 거네요." 문장이 끊겼다. "원본이 없는 거." 세이런은 그 말에 무엇을 보태지 않았다. 다만 창밖 통로의 계기판을 잠시 함께 보았다. 두 사람의 셈은 속도가 달랐고, 세는 것도 달랐다. 그러나 맞출 것이 없다는 점에서 같았다. 그날 저녁, 세이런은 답신란으로 돌아갔다. 폐기도 영구보존도 적지 않았다. 그는 유예 사유란에 한 줄을 적었다. 당사자 정거장 체류 중, 서술기억 인출 불가, 절차기억 온전. 처분 판단 보류 — 갱신. 그러곤 커서를 그 아래에 잠시 얹어두었다. 한 줄을 더 적을 수 있었다. 처리자 본인 위탁 건도 같은 격자, 같은 사유라고. 그는 적지 않았다. 아직은. 대신 위층에서 내려오는 셈을 들었다. 스물아홉. 손을 떼지 않은 채, 그는 처음으로 자기 문 앞의 하루도 그렇게 세어보기로 했다. 맞출 것 없이, 매번 처음인 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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