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비어 있는 위탁인란
아침의 운동 루틴은 거를 수 없었다.
세이런은 하층 통로의 저항 밴드 앞에서 규정된 두 시간을 채웠다. 골밀도는 이 정거장에 오래 산 사람들이 잃어가는 것 중 가장 조용한 것이었다. 매달 조금씩,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는 밴드를 당기며 어젯밤을 생각했다. 열지 않는 것도 보존이라던 말을. 그리고 그 말을 붙들고도 잠들지 못했던 밤을.
숙소로 이레 씨의 식사를 가져다주러 갔을 때, 그는 창가에 앉아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바닥을 폈다 쥐었다 하면서.
"자꾸 이래요." 이레 씨가 말했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손이 뭘 하려고 해요. 그런데 나는 몰라요. 뭘 하려는지."
"몸이 익힌 것은 남습니다." 세이런은 식판을 내려놓았다. "이름을 잊어도, 걷는 법은 잊지 않는 것처럼요."
"그럼 나는… 여기서 뭘 익혔던 걸까요."
세이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이 이 정거장에는 너무 많았다.
접수 기록실로 돌아가, 그는 어제 하지 않은 일을 했다. 12년 전 목록의 그 자리를 다시 띄운 것이다. 이번엔 목록만이 아니라 접수 로그를 열었다. 위탁 기억의 내용은 열 수 없다. 봉인은 봉인이다. 그러나 접수의 흔적은 다르다. 접수한 시각, 봉인한 서가, 처리한 사람의 서명 — 그것은 메타데이터였고, 아카이브의 관리 기록이었고, 열람이 위반이 아니었다.
로그가 떴다.
접수: 12년 전. '북방의 겨울호' 출항일. 대규모 위탁이 몰리던 날이었다. 세이런도 기억했다. 밤새 봉인 절차를 돌렸던, 손목이 저리도록 코드를 입력했던 그 하루를.
위탁인란은 비어 있었다.
익명 위탁. 비식별화가 아니었다. 아예 위탁인 정보가 지정되지 않은, 처음부터 이름 없이 들어온 한 건. 세이런은 그런 건을 몇 번 처리해본 적이 있었다. 규정상 가능했다. 위탁인이 스스로를 지우고자 할 때, 그 지움 자체가 요청의 일부일 때.
그런데 위탁인란 아래, 처리자 서명은 남아 있었다.
세이런은 그 서명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날 밤 대부분의 접수는 그의 서명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한 건만은, 다른 손이 접수하고 봉인했다. 정거장에서 봉인 서가를 다룰 권한을 가진 사람은 그때도 지금도 손에 꼽았다. 그리고 그 서명은, 오래전 그에게 봉인을 가르쳤던 사람의 것이었다.
세이런은 단말에서 손을 떼었다.
접수 로그를 여는 것은 위반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지금 하려는 것은 위반이었다. 12년 전 익명으로 들어온 한 건과, 이름을 잃고 도착한 승객과, 자신이 매일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서가를 하나로 잇는 일. 잇는 순간 그는 아카이브의 중립을 잃는다. 관리자는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 관리자는 순서를 지킬 뿐이다.
그는 감사 로그가 자신의 열람을 이미 기록했음을 알았다. 접수 로그 조회. 시각. 서명 — 세이런. 위반은 아니지만, 흔적은 남는다. 그는 늘 그렇게 말해왔다. 흔적은 남습니다.
저녁에 도렌이 기록실에 들렀다. 다음 선단 도착 전 정거장 점검이라 했다.
"미확인 하선객 건은 어떻게 되어갑니까, 보관원." 도렌은 서류를 넘기며 물었다. 목소리는 정중했다. "본부 조회는 수년입니다. 그때까지 신원 불명자를 정거장 자원으로 부양하는 건… 절차상 어렵습니다. 유감이지만."
"임시 숙소는 규정 안입니다, 관리관님."
"규정을 존중합니다." 도렌은 서류를 덮었다. "다만 다음 선단 편에 그를 돌려보내는 것도 검토하겠습니다. 온 곳으로요."
"온 곳이 어딘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도렌은 웃었다. 정중한 웃음이었다. "그러니 더욱, 오래 두면 곤란한 사람이지요."
그가 나간 뒤, 세이런은 단말 앞에 오래 앉아 있었다. 이레 씨의 손이 향했던 코드와, 위탁인란이 빈 한 건과, 익숙한 처리자 서명. 답을 얻으려면 물을 사람이 하나뿐이었다.
세이런은 요양 구역의 통신선을 열었다. 시력이 나빠 단말을 잘 못 보게 된 뒤로도, 그 사람은 여전히 원칙과 기억만은 또렷하다고 했다.
"선생님." 세이런은 낮게 말했다. "여쭐 게 있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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