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마지막 정거장의 기록보관원

3

온 곳이 어딘지 모른다

카이엔의 목소리는 통신선 저편에서 조금 늦게 도착했다. 요양 구역은 저중력이 더 깊어, 그곳에 오래 산 사람들의 뼈는 더 빨리 비어갔다. "세이런이냐." 옛사람 특유의, 짧게 끊어 말하는 말투였다. "웬일이야, 이 시각에." "12년 전 접수 한 건이 있습니다." 세이런은 서두르지 않으려 했다. "'북방의 겨울호' 출항일. 위탁인란이 빈 건입니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저편에서 숨소리만 들렸다. 시력이 나빠진 뒤로 카이엔은 단말을 잘 못 보았다. 그러니 지금 그가 침묵하는 것은 화면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날은 접수가 많았지." 마침내 그가 말했다. "손목이 저리도록. 너도 밤을 새웠고." "그 한 건만은, 선생님 서명이었습니다." 또 침묵. 이번엔 더 길었다. 세이런은 스승이 무엇을 고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대답을 고르는지, 침묵을 고르는지. "열지 않는 것도 보존이야." 카이엔은 결국 그 말을 꺼냈다. 오래전 세이런에게 가르친 그 말이었다. "그날 맡긴 사람은, 맡기는 것으로 이미 다 말한 거다. 그걸 되묻는 건 그 사람의 요청을 되무는 거야. 잊지 마라, 세이런. 봉인은 우리가 지키라고 있는 거지, 우리가 풀라고 있는 게 아니다." "그 승객이 그 서가의 코드를 압니다." 세이런은 결국 말했다. "손이 압니다." 통신선 저편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컵이었을까, 아니면 노인이 짚고 있던 무엇이었을까. 세이런은 알 수 없었다. "…그 애가 왔구나." 카이엔이 아주 낮게 말했다. '그 애'. 세이런이 처음 듣는 지칭이었다. "선생님, 그가 누굽니까." "세이런." 카이엔의 목소리가 다시 단단해졌다. 훈계조로 돌아갔지만, 그 아래에 무언가 다급한 것이 있었다. "그 승객을 서고에서 떼어놔라. 그 앞에 세우지 마라. 지금은 그것만 해라. 나머지는… 내가 갈 때까지 두고." "오시겠습니까." 요양 구역에서 아카이브까지는, 노인의 뼈에게 먼 거리였다. "가야지." 그는 짧게 끊었다. "그게 순서지." 통신이 끊긴 뒤에도 세이런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스승은 그 서가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시력이 나빠 목록도 못 읽는 사람이, 코드도 없이 '그 애'라고 불렀다. 이름 없는 승객을, 마치 아는 사람처럼. 세이런은 다음 날 시스템 관리 권한으로 이레 씨의 하선 기록을 다시 조회했다. 위반이 아닌 선까지만. 명부 대조 실패. 탑승 이력 없음. 시스템은 그것을 오류로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류치고는, 로그가 너무 깨끗했다. 세이런은 스무 해 넘게 이 정거장의 기록을 다뤄왔다. 시스템 오류는 흔적을 남긴다. 실패한 조회, 어긋난 타임스탬프, 반쯤 쓰이다 만 필드. 오류는 지저분하다. 그런데 이레 씨의 명부 자리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남십자호' 승선 명부의 그 구간만, 마치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매끄러웠다. 앞뒤 번호는 이어지는데 그 한 자리만 없었다. 오류로 빠진 게 아니라, 있던 것이 지워진 자리였다. 그것도 흔적을 함께 지운. 세이런은 손을 멈췄다. 이 정거장에서 명부를 그렇게 다룰 권한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봉인 서가를 다룰 권한을 가진 사람이 손에 꼽듯이. 그날 저녁 이레 씨는 창가에 앉아 있지 않았다. 문 앞에 서서 세이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낮에," 그가 말했다. 문장이 끊겼다. "누가 왔었어요. 그 사람. 절차상, 이라고… 자꾸 그러던 사람." "무슨 말을 하던가요." "다음 배로 돌려보낸다고." 이레 씨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을 폈다 쥐었다. "온 곳으로요. 그런데 나는… 온 곳이 없어요, 보관원님. 없는 걸 어떻게 돌아가요." 세이런은 대답하지 못했다. 도렌은 이레 씨를 온 곳으로 돌려보낸다고 했다. 그러나 그 온 곳은, 명부에서 지워진 자리였다. 돌아갈 곳이 없는 게 아니라, 누군가 돌아갈 곳을 지운 것이었다. "이레 씨." 세이런은 낮게 말했다. "당분간은 아무 데도 가지 마십시오. 손이 어디로 가려 해도, 서고 쪽으로는요." 이레 씨는 그를 오래 보았다. 그리고 아주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를 나서며 세이런은 하층 통로를 지나쳤다. 언제나 걸음을 멈추던 그 서가 앞에서, 그는 오늘도 멈췄다. 몇 초. 위탁인란이 빈 한 건, 스승의 서명, 지워진 명부, 그리고 이름 없이 도착한 사람. 네 개의 흔적이 한 자리로 모이고 있었다. 잇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그의 눈은 이미 그것들을 잇고 있었다. 흔적은 남습니다. 그는 늘 그렇게 말해왔다. 다만 이번엔, 누군가 그 흔적마저 지우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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