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마지막 정거장의 기록보관원

4

떨어지는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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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엔이 온다는 통보는 짧은 메시지 한 줄로 왔다. 요양 구역발, 사흘 뒤. 이동 보조기 예약과 방사선 차폐 통로 사용 신청이 함께 첨부돼 있었다. 노인이 아카이브까지 오는 데에는 그만한 절차가 필요했다. 세이런은 그 신청서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뼈가 비어가는 사람이, 이 먼 통로를 걸어오겠다고 스스로 서명한 흔적이었다. 그는 그날 아침 운동을 두 시간 채우면서 자꾸 사흘을 셌다. 이레 씨의 숙소에 식판을 가져갔을 때, 그는 여느 때처럼 창가에 있지 않았다.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오른손 검지로 허공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세 번, 네 번. 같은 동작이었다. "또 손이 뭘 하려 해요." 이레 씨가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뭔지 알 것도 같아요. 숫자예요. 손이 숫자를 눌러요." 세이런은 식판을 내려놓다 멈췄다. "어떤 숫자입니까." "몰라요." 이레 씨는 검지를 내렸다. "누르고 나면 잊어요. 손만 알아요." 세이런은 그 손을 보았다. 서술기억은 지워졌는데도 손끝은 순서를 기억했다. 몸이 익힌 것은 위탁 대상이 아니다. 이름을 봉인해도 손가락에 밴 코드는 남는다. 그는 그 원리를 매일 서고에서 다뤄왔으면서도, 그것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는 일은 견디기 어려웠다. "손이 어디로 가려 해도, 서고 쪽으로는 가지 마십시오." 그는 3화에서 한 당부를 되풀이했다. 이레 씨는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손은 여전히, 무릎 위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세고 있었다. 기록실로 돌아오는 길, 세이런은 하층 통로의 그 서가 앞에서 멈췄다. 몇 초. 그런데 오늘은 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레 씨의 손끝이 그린 순서가 자꾸 눈앞에 겹쳤기 때문이다. 세이런은 그 서가의 봉인 코드를 알고 있었다. 매일 앞에 서면서도 한 번도 입력하지 않은 코드였다. 이레 씨가 세던 손동작의 길이가, 그 코드의 자릿수와 같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잇지 마라. 관리자는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 저녁에 도렌이 다시 기록실 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서류를 들지 않았다. "카이엔 선생님이 오신다고요." 도렌은 정중하게 말했다. "은퇴하신 분이 먼 길을요. 요양 구역 이동 신청서가 제 결재를 거칩니다, 보관원. 그래서 압니다." "원로께서 아카이브를 살피시는 건 규정 안입니다, 관리관님." "물론입니다." 도렌은 잠시 창밖을 보았다. 별이 아니라, 다음 선단이 접안할 도킹 게이트 쪽이었다. "다만 미확인 하선객 건은 선단이 도착하기 전에 정리되는 편이 모두에게 좋습니다. 절차가 늦어지면, 늦어진 사람이 책임을 집니다. 저도, 보관원도요." 세이런은 도렌이 방금 한 말을 되짚었다. 늦어진 사람이 책임을 진다. 그것은 위협이었으나, 동시에 초조함이었다. 명부에서 한 자리를 매끄럽게 지울 권한을 가진 사람은 정거장에 몇 없었다. 봉인 서가를 다룰 권한을 가진 사람이 손에 꼽듯이. 세이런은 도렌의 정중한 얼굴 아래에서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두려움을 보았다. 무언가 드러날까 봐 서두르는 사람의 얼굴. "관리관님." 세이런은 낮게 물었다. "다음 선단 명부는, 정원 안입니까." 도렌의 미소가 아주 잠깐 굳었다. 정중함이 벗겨지지는 않았으나, 그 아래가 한 번 흔들렸다. "검토하겠습니다." 그는 그 말만 남기고 나갔다. 밤이 깊도록 세이런은 단말 앞에 앉아 있었다. 이레 씨의 손끝, 빈 위탁인란, 스승의 서명, 지워진 명부. 그리고 사흘 뒤 이 먼 통로를 걸어올 노인의 뼈. 다섯 개가 되었다. 하나가 늘 때마다 봉인은 더 무거워졌고, 그 무게는 열지 않기로 한 약속에서가 아니라 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사실에서 왔다. 통신선의 알림이 깜박였다. 요양 구역발이었다. 세이런은 그것을 열었다. 문장은 없었다. 다만 숫자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봉인 코드였다. 세이런이 매일 그 앞에 서던 서가의, 이레 씨의 손이 세던 자릿수의, 그 코드였다. 시력이 나빠 목록도 못 읽는 사람이, 그것을 외워 보내왔다. 세이런은 화면을 껐다가 다시 켰다. 숫자는 그대로였다. 스승은 그 코드를 알고 있었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세이런에게 보내왔다. 열지 마라, 가 아니라, 이것이다, 라고. 그는 오래 앉아 있었다. 창밖에서 다음 선단의 접근을 알리는 계기판이 느리게 깜박였다. 사흘. 노인의 뼈가 이 통로를 다 건너오기까지, 사흘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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