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Fic
마지막 정거장의 기록보관원

8

문 앞의 열두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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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구간의 초록불이 켜지고 나서, 이레 씨는 처음으로 말없이 오래 앉아 있었다. 세이런은 그의 옆얼굴을 보았다. 무릎 위에서 손이 열두 번을 세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세고 있었다. 세지 말라고 하지 않기로 한 뒤부터, 그 손짓은 방 안의 시계 소리처럼 자리를 잡았다. 셋도 넷도 아닌, 그저 열둘. 세이런은 그 열둘이 통로의 구간 수와 같다는 것을 이제야 헤아렸다. 손은 걸음을 세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기가 걷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여기 앉아서. "아까." 이레 씨가 말했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였다. "저 점이 나냐고 물었죠. 대답… 안 했어요." 세이런은 계기판의 태그를 보았다. 점은 제9구간의 초입에서 다시 멎어 있었다. 갱신 시각이 십오 분째 그대로였다.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세이런은 말했다. "저 점은 카이엔 선생님입니다. 이레 씨가 아닙니다." 잠시 뒤에 그는 덧붙였다. "다만, 저 걸음이 향하는 곳에 이레 씨가 있습니다. 그건 제가 압니다." 이레 씨는 그 말을 오래 삼켰다. 되묻지 않았다. 그때 단말이 짧게 울렸다. 세이런은 화면을 돌려 보았다. 감사 로그의 알림이었다. 접안 지연 건에 처리자 조회가 붙었다는 표시. 본부가 아니었다 — 본부와의 교신은 수년이 걸린다. 정거장 내부에서 누군가 도렌의 이름이 얹힌 그 세 시간을 읽은 것이었다. 조회자란에 도렌 자신의 서명이 있었다. 그는 자기가 남긴 줄을 스스로 다시 열어 보고 있었다.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정말 남았는지 확인하려는 사람처럼. 세이런은 그 줄을 닫았다. 지금 도렌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 두려움이 어디로 가려는지를 캐물을 시간이 아니었다. 십오 분이 이십 분이 되었다. 점은 움직이지 않았다. 세이런은 응급 채널을 열까 손을 올렸다가, 내렸다. 걸음마다 대답을 강요하는 것이 무게가 된다고, 그는 이미 결정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레 씨의 손이 스무 번째 열둘을 세고 나서도 점이 그대로였을 때, 그는 채널을 열었다. 지연 끝에 연결음이 왔다. 잡음. 그리고 숨. 오래 걸은 사람의 숨은 이제 걸을 때보다 멈췄을 때 더 크게 들렸다. "세이런이냐." 카이엔의 목소리였다. 끊어 말하는 버릇 사이가 전보다 길었다. "제9구간이다. …불이 보여." "보입니다, 선생님." 세이런은 말했다. "여기서도 보고 있습니다." "그 애는." 숨. "옆에 있느냐." 세이런은 이레 씨를 보았다. 이레 씨는 계기판에 얼굴을 바싹 대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자기를 안다는 사람의 목소리 쪽으로. "있습니다." 세이런은 이레 씨에게 단말을 밀어주었다. "이레 씨. 여기, 말씀해 보십시오." 이레 씨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는 자기가 아는 유일한 것을 했다. 소리 내어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손이 언제나 세던 그 열둘을, 처음으로 목소리로. 채널 너머에서 숨이 멎었다. 그러다 아주 낮게, 웃음 같기도 울음 같기도 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맞아." 카이엔이 말했다. "그렇게, 세는 거였지." 숨. "천천히… 세라. 내가 갈 때까지." 점이 한 칸, 앞으로 움직였다. 세이런은 그 이동을 보았다. 노인을 다시 걷게 한 것이 배터리도 결재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화면이 아니라 옆자리에서 세어지는 이 목소리에서 확인했다. 그는 카이엔이 12년 전 무엇을 외웠는지 다시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통로를 미는 것이 무엇인지가 그 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접안까지 두 시간 반. 도렌이 얹은 세 시간의, 절반이 조금 못 되게 남았다. 그 시간 안에 노인은 문 앞에 닿아야 했고, 문이 열리면 이 방의 무언가도 함께 열릴 것이었다. 이레 씨는 계속 셌다. 열둘까지 가면 다시 하나로. 그 사이 점은, 아주 느리게, 마지막 구간의 중간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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