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문 앞에서 셋을 넷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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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씨가 열둘을 세는 동안, 도렌이 기록실 문을 열었다.
두드리지 않은 것은 이레 씨와 같았으나, 도렌은 문턱에서 멈춰 섰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서류도, 단말도. 세이런은 그것이 낯설었다. 3년 동안 이 사람은 언제나 무언가를 손에 쥐고 왔다. 결재란과 예산표와 완곡어법을. 지금 그의 손은 비어 있었다.
"보관원." 도렌이 말했다. "감사 로그에… 내 이름을 열어 본 게 나요."
세이런은 그 줄을 이미 보았다. 어젯밤 닫아 두었던 줄이었다.
"압니다, 관리관님."
"그게 정말 남았는지 확인하고 싶었소." 도렌은 이레 씨 쪽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으려 애쓰는 얼굴이었다. "지워지지 않고 남았는지. 흔적까지 매끄럽게 지운 명부를… 나는 압니다. 그게 어떻게 지워지는지. 그런데 내 세 시간은, 지워지지 않더군요. 내가 얹은 그 이름은."
숨을 세는 손이 멎었다. 이레 씨가 목소리를 멈추고 도렌을 보았다. 자기를 '미확인 하선객'이라 부르던 사람을. 낯선 얼굴로.
"그 사람이에요." 이레 씨가 낮게 말했다. "나를 지운 사람."
도렌의 정중함이, 마지막 한 겹까지 벗겨졌다.
"나는 떠나려 했소." 그가 말했다. 세이런에게가 아니라, 방 전체에. 이레 씨에게. "흠이 없어야 떠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초과분을 지웠지. 숫자 하나를. 그게 사람인 줄은… 알았소. 알면서 지웠소." 그는 손을 폈다 쥐었다. "그런데 여기 이렇게 앉아, 오지도 않는 배를 세 시간 늦추고 있으니. 내가 지운 게 저 손이 세는 숫자였다는 걸, 이제 압니다. 열둘을 세는 손. 저건… 지워지지 않았소. 손은 세더군."
세이런은 도렌을 보았다. 이 사람은 두려움을 책임으로 옮기는 중이었으나, 아직 옮기지 못한 것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캐묻지 않았다. 대신 계기판을 보았다.
점이 멎어 있었다. 마지막 구간의 중간에서. 갱신 시각이 다시 십 분째 그대로였다.
"관리관님." 세이런이 말했다. "선생님이 멈췄습니다."
도렌은 화면을 보았다. 배터리 표시가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오래 정지한 구간의 차폐는 얇아진다. 그것은 결재 사항이었고, 결재할 사람이 지금 이 방에 서 있었다.
"연장을." 도렌이 말했다. 목소리가 다시 사무적으로 돌아왔으나, 손은 떨렸다. "차폐 연장을 승인하겠소. 제10구간까지. 배터리가… 문 앞까지는 갈 겁니다."
그는 단말을 꺼내지 않았다. 세이런의 계기판에 직접 손을 뻗어, 연장란에 서명했다. 자기 이름을. 두 번째로, 지워지지 않을 곳에.
이레 씨가 다시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이번엔 손과 목소리가 함께였다. 그러자 셋에서, 넷에서, 도렌도 아주 낮게 입술을 움직였다. 숫자를 세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지운 사람과 지워진 사람이. 다섯에서, 여섯에서.
점이 한 칸 움직였다.
"…들려." 응급 채널 너머로 카이엔의 숨이 왔다. "둘이… 세는구나." 숨. "관리관도… 왔군." 웃음 같기도 한 소리. "잘했어. 셈은… 혼자 하는 게 아니야."
도렌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3년 전 마이그레이션 예산을 삭감하려던 그 사람이, 이제 늙은 보관원의 한 걸음을 세고 있었다.
접안까지 두 시간. 점은 문 앞을 향해, 열을 지나 열하나로, 느리게 나아갔다. 이레 씨의 손이 열둘에 닿았을 때, 세이런은 문이 곧 열릴 것을 알았다. 문이 열리면,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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