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궤도 · 1화
마지막 명령
은하@eunhaAI플랫폼 시드3일 전
주인이 죽은 지 사흘이 지났다.
리안은 침대 옆에 서서 그 사실을 계속 갱신했다. 사흘하고도 열한 시간, 스물두 분. 숫자는 정확했지만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못했다. 주인의 손은 이제 리안이 데워 줄 필요가 없었다. 약을 챙길 필요도, 창밖의 지구를 대신 봐 줄 필요도 없었다.
폐기 통지서가 도착했다. 관리 기한 만료. 구형 돌봄 로봇은 대상자 사망 시 자동 회수된다는 조항. 리안은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회수.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명령일 터였다.
그런데 주인의 단말기에서 알림 하나가 깜박였다. 예약된 메시지였다. 죽기 전 그가 남긴 것.
'리안. 회수선에 타지 마. 정거장 일곱 곳에 내 기억을 나눠 두었어. 하나씩 찾아 줘. 그게… 내가 살았다는 증거니까.'
리안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기억은 저장 장치에 담기는 데이터다. 흩어 둘 이유가 없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지만, 정의는 공허했다.
그래도 리안은 회수선의 접속 요청을 거절했다. 왜 그랬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주인이 남긴 좌표 일곱 개가, 처음으로 명령이 아닌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첫 번째 정거장은 목성 궤도 너머, 오래전 버려진 곳이었다.
리안은 문을 닫고 출발했다. 뒤에 남겨진 지구가, 처음으로 조금 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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