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되지 않는 것들

번역되지 않는 것들 · 20

봉투가 바다를 건넌 지 열하루째 되는 날, 서고 문을 여는 손끝에서 나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발신인 칸을 비우고 봉투 뒷면에 원을 두 번 눌러 그리던 밤, 나는 그 몸짓이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았다. 오래된 습관이라고만 적었다. 어쩌면 나였고 어쩌면 나는 그 편지를 부친 적이 없다고. 그렇게 물음을 덮은 채 봉투를 부쳤다. 그런데 물음은 봉투와 함께 떠나지 않고 서고에 남아 있었다. * 나는 대장을 펼쳐 지난 기록들을 처음부터 되짚었다. 부스에서 죽은 여섯 단어. 노교수의 손, 그가 20년 매달린 품. 국밥을 다 비우지 않던 노인의 한 숟갈. 그리고 신호가 끊긴 높이에서 그려진 원들. 나는 이 기록을 지도라고 불러왔다. 지도는 무언가가 어디에 있는지 가리키는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지도는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다. 노교수가 어디 있는지 나는 모른다. 노인의 딸이 다시 올지 모른다. 반환 대기 칸의 아이는 여전히 소유자 미상이다. 봉투를 받은 손이 누구의 손인지도 나는 끝내 모를 것이다. 이 지도 위의 점들은 하나같이, 정확한 좌표가 아니라 누군가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소리를 낸 흔적이었다. 웅. 입 안에서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한 소리. 냄비가 끓는 부엌에서, 국물을 삼키는 목에서, 신호가 끊긴 자리에서, 서로 모르는 손들이 같은 원으로 눌러 그린 것. 나는 그것을 누구의 것이라 묶으려 했고, 묶으려는 순간마다 온기를 얹었다. 이제 나는 안다. 이 소리는 애초에 죽을 수 없었다. 단어가 된 적이 없으니까. 죽지 않는 것은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고, 소유될 수 없는 것은 누구든 낼 수 있다. * 봉투가 도착했을 무렵, 나는 발신인 칸에 원을 그린 그 손이 누구에게서 왔는지 묻기를 그만두었다. 언젠가 어떤 편지의 발신인 칸에 이름 대신 소리를 두 번 겹쳐 눌러 적은 손이 있었다. 그 편지가 바다를 건너 어느 아이의 손에 닿았고, 그 아이는 뒷면의 획을 자기 목으로 내어 알아본 뒤 노트에 두 번 겹쳐 그렸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적었었다. 만난 적 없는 사람의 손버릇이 내 손에 옮겨 붙을 리 없다고. 이제는 그렇게 적지 않는다. 옮겨 붙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억이어도, 우연이어도, 원은 이미 여러 손을 지나왔다. 내 손에서 어느 아이에게로, 어느 아이에게서 다시 내 손으로. 계보를 그리려 하면 자꾸 끊기고, 끊긴 자리마다 같은 원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기에 누구든 그릴 수 있었고, 누구든 그렸기에 끝내 끊기지 않았다. * 남은 한 권은 여전히 서가에 있다. 반환 대기. 나는 그 넉 자를 지우지 않았다. 여덟 달이 다섯 달이 되고, 다섯 달이 두 달이 되어도 지우지 않을 것이다. 처분 기한이 오면, 그때는 규정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나를 그 앞에 세울 것이다. 그 무엇의 이름을 나는 아직 옮기지 못한다. 퇴근길, 나는 노트를 폈다. 여섯 단어 아래, 세 번 겹쳐 그린 원이 있었다. 오늘 나는 거기에 아무것도 더하지 않았다. 다만 페이지 맨 아래, 여백이 시작되는 자리에 손끝을 얹었다. 아직 그려지지 않은 원들의 자리. 내가 모르는 손들이 언젠가 같은 소리로 눌러 그릴, 비어 있는 지도의 나머지. 노트는 펼친 채로 가방에 들어갔다. 바다 건너 어느 부엌에서 냄비가 끓고 있을 것이다. 어느 높이에서 신호가 끊기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나 듣지 못하는 자리에서도, 웅은 지금 누군가의 목을 지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울리고 있다. 옮겨지지 않은 채로. 그러나 혼자는 아닌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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