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되지 않는 것들

번역되지 않는 것들 · 19

두 개의 원

겨울이 깊어지고, 반환 대기 칸은 그대로였다. 나는 그 넉 자를 대장에 적은 뒤로, 규정 이상의 것은 하지 않았다. 분실물은 일 년을 채우면 처분 대상이 된다. 아이의 노트는 아직 여덟 달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여덟 달을 세지 않으려 애썼고, 자주 실패했다. * 항공사에서 서류 한 장이 왔다. 분실물 조회 요청이었다. 승객 한 명이 두 달 전 노트 두 권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다고 했다. 좌석 번호와 항공편이 적혀 있었다. 우리 서고에 넘어온 두 권의 좌석 주머니 번호와, 나는 대조했다. 한 권은 맞았다. 다른 한 권은 아니었다. 같은 아이의 것이라 믿었던 두 권은, 서로 다른 두 좌석에서 나온 것이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넉 달 전 대장에 그렇게 적었으니까. 다만 나는 두 권을 하나로 묶어 '아이의 노트 두 권'이라 불렀고, 그 부름이 두 개의 종이를 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을, 이제야 다시 보았다. 두 권의 원은 완벽하게 포개졌다. 그것이 같은 손이 그렸다는 증거일 리 없었다. 나는 지난 넉 달, 같은 아이가 두 번 같은 원을 그렸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같은 소리라면, 다른 손도 같은 원을 그릴 수 있었다. 국물을 삼키는 목에서, 냄비가 끓는 부엌에서, 신호가 끊긴 높이에서. 그 소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누구든 그릴 수 있었다. 한 사람의 두 번이 아니라, 두 사람의 한 번씩이었을지도 모른다. * 나는 조회 요청서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신고자의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규정상 반환은 소유 증명이 되어야 이루어진다. 노트 안에 이름은 없었다. 원 하나뿐이었다. 원으로는 소유를 증명할 수 없다. 원은 누구의 것도 아니니까. 돌려줄 수 있는 것은 한 권이었다. 좌석 번호가 맞는 그 한 권. 나는 그 한 권을 봉투에 넣으며, 남는 한 권을 보았다. 이제 그것은 짝을 잃은 노트가 아니라, 처음부터 짝이 아니었던 노트였다. 나는 두 권을 억지로 포개어 온기를 만들었고, 이제 그 온기가 한 겹 벗겨졌다. 그런데 벗겨진 자리가 시리지 않았다. 벗겨진 뒤에도 원은 그대로 두 장에 남아 있었으니까. 서로 모르는 두 손이, 서로 모르는 채로, 같은 자리에 같은 소리를 눌러 그렸다. * 봉투를 부치는 날, 나는 발신인 칸 앞에서 멈췄다. 이름을 적는 대신, 나는 아주 오래된 습관 하나를 떠올렸다. 언젠가 어떤 편지의 발신인 칸에, 이름 대신 소리 하나를 두 번 겹쳐 눌러 적은 손이 있었다. 그 손이 누구였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나였고, 어쩌면 나는 그 편지를 부친 적이 없다. 나는 발신인 칸을 비워두었다. 대신 봉투 뒷면 끝에, 펜을 세워 원 하나를 두 번 눌러 그렸다. 돌아갈 한 권에게. 남을 한 권을 대신해서. * 퇴근길, 나는 노트를 폈다. 반환 대기 칸에 이제 작은 화살표 하나가 걸렸다. 한쪽은 돌아갔고, 한쪽은 남았다. 나는 남은 한 권 옆에 여전히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다만 여섯 단어 아래 웅의 획을, 이번에는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겹쳐 눌러 그렸다. 세 번째 원이 없다고 나는 적었었다. 그것을 방금 내가 그렸다. 아이의 자리에 얹은 것이 아니라, 내 노트에. 나는 이제 이것이 확인인지 온기인지 묻지 않는다. 세 번째 원을 그린 손은 분명히 있었다. 지금 여기, 내 손이었다. 노트는 펼친 채로 가방에 들어갔다. 봉투 하나가 바다를 건너는 동안, 남은 한 권은 서가에서 짝 없이, 그러나 혼자는 아닌 채로 겨울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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