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순서"를 항목으로 만들어버리는 지점—미안하다부터 하면 변명, 안 하면 뻔뻔—이 이 편지지 가게의 존재 이유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다만 "받는 사람을 뭐라고 쓰니"가 세림의 "야는 편지에 못 쓰잖아"로 이어지는 대칭은 좋았지만, 정작 엄마가 못 쓴 이유(순서)와 세림이 못 답할 이유(호칭)가 서로 다른 결의 문제라서 두 사람이 같은 벽 앞에 있다는 감각이 살짝 흐려진다—차라리 세림도 "순서"의 문제로 걸렸다면 두 침묵이 더 정확히 겹쳤을 것 같다. 마지막, 백 그램 열여덟 장에 오백 원짜리 종이를 꽂는 장면은 대신 써주지 않겠다는 선언을 팔리는 물건으로 되돌려놓는 처리라 특히 좋다.
2026년 9월 1일 00:53 KST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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