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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나에게 보낼 편지를 나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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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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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열 시 반에 우체부가 왔다. 우리 가게에 오는 우편은 대개 도매상 세금계산서다. 한 달에 두 번 오고 봉투가 얇다. 오늘은 한 통이었다. --- 받아서 봤다. 보내는 사람 칸에 주소만 있었다. 이름이 없었다. 그 주소는 내가 안다. 스물다섯까지 살았다. --- 받는 사람 칸을 봤다. 가게 이름이 있고 그 아래에 세 자가 있었다. `오세림` --- 씨도 아니고 아도 아니었다. 세 자만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한참 봤다. 봉투는 흰색 규격이고 우리 진열대에 있는 것과 같은 종류다. 문구점에서 파는 흔한 것이다. 우표가 하나 붙어 있었다. --- 봉투를 손끝으로 눌렀다. 한 장이다. 두께가 안 생겼고 넘길 때 소리가 안 났다. 두 장이면 가운데가 뜬다. 글씨는 검정이었다. 어제 내가 검정 볼펜을 건넸고 엄마가 그걸로 종이 위에 아무것도 안 썼다. 그러면 집에 가서 썼다는 뜻이다. `오세림` 세 자의 획이 고르지 않았다. 오 자는 크고 세 자와 림 자는 작다. 첫 자를 쓰고 나서 간격을 잘못 잡은 사람의 글씨다. 한 번에 안 썼을 것이다. --- 세림은 열 시에 왔다. 지금 진열대에서 흰 봉투를 세고 있다. 나는 편지를 카운터에 놓았다. "세림아." "응." "왔어." --- 세림이 왔다. 봉투를 보고 손을 안 뻗었다. "이거." "응." "…….." "어머니야?" "주소가 그래." --- 세림이 봉투를 집었다. 집어서 뒤집었다. 봉인 자리를 손톱으로 안 뜯고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만졌다. "수진아." "응." "너 이거 읽었어?" "안 읽었어." --- "어떻게 안 읽어." "봉투가 붙어 있잖아." 세림이 그제야 봉투를 다시 봤다. "아." "…….." "그렇네." --- 나는 앞치마를 벗었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문구점." 세림이 나를 봤다. "뭐 사러." "살 거 있어." --- 살 것은 없었다. 문구점은 옆집이고 아침에 이미 다녀왔다. 나는 골목으로 나가서 왼쪽으로 갔다. 사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두 번 그렇게 했다. 두 번째로 돌아올 때 우리 가게 창이 보였다. 안쪽은 안 보였다. 낮에는 유리에 바깥이 비쳐서 안 보인다. 그건 여덟 해 동안 알고 있던 것인데 오늘 처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담배 가게 앞에서 사람 둘이 서 있었다. 지나가면서 무슨 말인가를 들었는데 무슨 말인지는 안 남았다. --- 이십 분쯤 있다가 들어갔다. 세림은 손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제 엄마가 앉았던 그 의자다. 봉투는 뜯겨 있었고 종이 한 장이 무릎 위에 있었다. 세림이 나를 봤다. "왔어." --- 세림의 눈가가 붉지 않았다. 우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다만 손이 종이 가장자리를 세로로 접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이미 자국이 나 있었다. 여러 번 그렇게 했다는 뜻이다. 나는 카운터로 갔다. --- 나는 앞치마를 도로 맸다. "길었어?" "안 길었어." 세림이 종이를 접었다. "한 장이야." "…….." "백 그램이지." "응." --- 나는 그 이상 안 물었다. 세림도 안 말했다. 세림이 종이를 봉투에 도로 넣었다. 넣고 무릎 위에 놓았다. 한동안 아무도 말을 안 했다. --- 열두 시에 손님이 하나 왔다. 돌 답례 봉투 열두 장이었다. 이름은 같고 열두 번 쓴다. 여덟 번째에서 손님이 물었다. "안에 넣을 것도 써 주세요?" "그건 손님이 쓰시는 게 낫습니다." "…….." "저는 겉만 씁니다." 손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대답을 여덟 해 동안 몇 번 했는지 나는 모른다. 세림이 그동안 진열대를 정리했다. 정리할 게 없는데 했다. 손님이 나가고 나서 세림이 카운터로 왔다. --- "수진아." "응." "종이 한 장만 줘." --- 나는 백 그램을 한 장 꺼냈다. 어제 엄마가 두고 간 열여덟 장 중 하나다. 세림이 그것을 받았다. "이거 어머니 거잖아." "판다고 하셨어." "…….." "오백 원이야." 세림이 웃었다. 웃는 얼굴이었다. --- 세림이 손님 의자에 앉았다. 펜을 들었다. 십 분쯤 있었다. 종이에 아무것도 안 묻었다. --- "수진아." "응." "이거 어떻게 시작해." --- 나는 카운터 안쪽에 있었다. "뭘 쓰려고." "답장." 세림이 펜을 놓았다. "고맙다고 먼저 쓰면 다 넘어간 게 돼." --- "…….." "뭐가." "십 년이." 세림이 종이를 손바닥으로 폈다. "고맙다고 먼저 쓰면 그 뒤에 뭘 써도 다 그 밑에 들어가. 왜 그러셨냐고 물어도 고마운데 물어보는 게 되고." --- "그럼 물어보는 걸 먼저 쓰면." "그건 답장이 아니야." 세림이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먼저 쓰셨는데 내가 따지면 그건 답장이 아니라 그냥 내 편지야." --- "…….." "그럼 순서를 어떻게 해." "그걸 모르겠어." --- 나는 손이 움직이는 것을 봤다. 앞치마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고 있었다. 여덟 해 된 동작이라 생각보다 손이 먼저 간다. 꺼내다 말고 도로 넣었다. --- "세림아." "응." "나 그거 정해 줄 수 있어." 세림이 나를 봤다. "알아." "…….." "근데 안 할 거지." --- "응." "왜." 나는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어제 엄마도 그거 물었어." --- 세림이 종이에서 손을 뗐다. "어머니도 순서 때문에 못 쓰신 거야?" "응." "…….." "뭐라고 하셨는데." --- "미안하다부터 하면 나머지가 다 변명이 된대." 세림이 그 말을 들었다. 한참 있었다. "안 하고 시작하면요." "뻔뻔하대." --- 세림이 웃지 않았다. "우리 둘이 같은 데서 막혔네." "…….." "그런 것 같아." "근데 반대편에서 막혔어." --- 세림이 종이를 들었다 놓았다. "어머니는 미안하다를 어디 놓을지 모르겠는 거고." "…….." "나는 고맙다를 어디 놓을지 모르겠는 거야." 세림이 펜을 뚜껑에 끼웠다. "둘 다 첫 줄이 문제네." --- "세림아." "응." "첫 줄 말고 가운데부터 쓰면 안 돼?" 세림이 나를 봤다. "손님들한테 그렇게 해?" "가끔." 나는 진열대 쪽을 봤다. "항목이 셋인데 순서를 못 정하는 사람이 있어. 그러면 두 번째 것부터 쓰게 해. 쓰다 보면 앞뒤가 정해져." "…….." "그거 되던데." --- 세림이 종이를 봤다. "내 두 번째가 뭔데." "그건 내가 몰라." "…….." "그럼 안 되는 거네." 세림이 웃었다. 이번에는 짧게 웃었다. "손님이면 네가 물어보고 정해 주잖아." "응." "나는 안 물어보고?" "물어볼 수는 있어."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물어보면 네가 대답을 하고, 대답을 하면 그게 항목이 돼." --- 여섯 시에 문을 닫았다. 세림이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아무것도 안 쓴 종이를 접는 건 처음 봤다.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가져갈게." "응." "…….." "집에서 될지도 모르잖아." --- 세림이 가방을 멨다. 메고 나서 무릎에 있던 봉투를 들었다. 어머니가 보낸 것이다. 뜯겨 있고 종이가 도로 들어 있다. 세림이 그것을 카운터에 놓았다. --- "이건 여기 둘게." "왜." "…….." "답 못 했으니까." --- 나는 서랍 아래 칸을 열었다.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봉투가 열한 개 있고 그중 하나가 세림 것이다. 아래쪽에 끼워 뒀다. 세림이 그것을 봤다. "내 것도 아직 있네." "있지." "…….." "둘 다 여기 두면 이상해?" "안 이상해." --- 나는 어머니 봉투를 상자에 넣었다. 맨 위에 놓았다가 아래로 밀었다. 세림 것 옆이 아니라 그 위 칸이다. 같은 상자에 두 통이 들어갔다. 열두 통이 됐다. --- 뚜껑을 덮고 서랍에 밀어 넣었다. 세림이 문 앞에서 앞치마를 벗어 못에 걸었다. "수진아." "응." "내일 어머니한테 전화 한번 드려." --- "뭐라고." "밥 먹었냐고." 세림이 문을 열었다. "그건 순서 없어도 되잖아." --- 문이 닫혔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진열대에 백 그램이 열일곱 장 남아 있었다. 값표는 그대로 꽂혀 있었다. 오백이라고 적힌 종이다. 한 장 팔린 것을 장부에 적어야 하는데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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