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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나에게 보낼 편지를 나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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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차는 이전 비평을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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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 종이를 붙인 것은 그다음 주였다. 무엇을 적을지 사흘 걸렸다. 사흘 동안 세 번 썼고 세 번 다 버렸다. 첫 번째는 길었다. 여덟 해 동안 고맙다는 말이 들어갔다. 두 번째는 이유를 적었다. 이유를 적으니 변명이 됐다. --- 세 번째는 이렇게 됐다. `이달 말까지 합니다.` `맡기신 것 있으신 분은 찾아가 주십시오.` 두 줄이다. --- 세림이 그것을 붙였다. 안쪽에서 테이프를 붙이면 밖에서 종이가 흔들린다. 바깥에서 붙여야 안 흔들린다. 세림이 밖으로 나가서 붙였다. --- 그다음 날부터 손님이 조금 늘었다. 닫는다고 하면 오는 사람이 있다. 여덟 해 동안 지나다니기만 하던 분들이다. 겉봉을 맡기는 분이 많았다. 겉봉은 써졌다. --- 편지를 부탁하는 분도 있었다. 두 분 중 한 분은 썼고 한 분은 못 썼다. 쓴 것은 짧은 것이었다. 감사 카드 넉 줄이고 항목이 둘이었다. 손님이 준 것에서 안 벗어나면 손이 나갔다. 못 쓴 것은 긴 것이었다. --- 닷새쯤 지나서 나는 그것을 알았다. 내가 쓰는 것과 못 쓰는 것 사이에 선이 있고, 그 선은 준 것을 벗어나느냐 아니냐에 있었다. 여덟 해 동안 벗어나는 것이 내 일이었다. --- 못 쓴 손님에게는 값을 안 받았다. 세 분이었다. 세 분 다 돈을 놓고 가려고 했고 두 분은 도로 가져갔고 한 분은 놓고 갔다. 놓고 간 것은 서랍에 넣었다. 어디에 쓸지는 안 정했다. --- 이십오일에 손님이 하나 왔다. 예순 몇쯤 된 남자였다. 문 앞에서 종이를 읽고 들어왔다. "저기." "네." "여기 제 거 있습니까." --- "성함이요." "곽인수요." 나는 공책을 폈다. 앞에서 서른몇 장 넘긴 자리에 있었다. 줄이 안 그어져 있다. 날짜가 육 년 전 사월이다. --- "있습니다." "있어요?" "육 년 됐습니다." 남자가 카운터를 짚었다. "그거 아직 있어요." --- 나는 서랍 아래 칸을 열었다.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이름 있는 것 일곱 중에 곽인수가 있었다. 두 장짜리다. 두께로 안다. "이겁니다." --- 남자가 그것을 받았다. 받아서 겉면을 봤다. 이름 석 자가 내 글씨로 적혀 있다. "이거." "네." "…….." "제가 쓴 게 아니죠." --- "제가 썼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 그가 봉투를 뒤집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뒷면에 안 적는다. "안 열어 보십니까." 내가 물었다. --- "안 열래요." "…….." "왜요." "열면 지금 읽는 거잖아요." 남자가 봉투를 안주머니에 넣었다. "육 년 전에 읽었어야 되는 건데." --- "값은요." "안 받습니다." "받으셔야죠." "육 년 전에 받았습니다." 남자가 잠깐 있었다. --- "그때 제가 안 냈는데요." 나는 공책을 봤다. 값 칸이 비어 있었다. "그러네요." --- 남자가 지갑을 꺼냈다. 육 년 전 값을 지금 값으로 냈다. 나는 그것을 받았다. 받고 공책의 그 줄에 줄을 그었다. --- "선생님." "네." "이거 왜 여태 갖고 계셨어요." ---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준비한 적이 없다. "안 버립니다." "그게 답니까." "…….." "그게 답니다." --- 남자가 문 앞까지 갔다가 봉투를 다시 꺼냈다. 꺼내서 겉면을 한 번 더 봤다. "선생님." "네." "이 글씨 안 바뀌셨네요." "…….." "육 년 됐는데요." "안 바뀌었습니다." 남자가 봉투를 도로 넣었다. --- 남자가 문 앞에서 한 번 돌아섰다. "저는 그날 못 부칠 거 알면서 부탁했어요." "…….." "아셨어요?" "몰랐습니다." --- "그럼 됐어요." 남자가 나갔다. --- 세림이 진열대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하나 갔네." "응." "…….." "몇 개 남았어." "열한 개." --- 세림이 카운터로 왔다. 와서 상자를 봤다. 뚜껑이 열린 채로 있었다. "수진아." "응." "저번에 내가 한 말." --- "어떤 거." "안 간 것끼리 있는 건 괜찮다고 했잖아." "응." 세림이 상자 안을 봤다. "하나 나가니까 좀 이상해." --- "뭐가." "모르겠어." 세림이 그렇게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는데." "…….." "지금은?" "지금도 맞는 것 같은데 좀 다르게 맞아." --- 나는 뚜껑을 덮지 않았다. "세림아." "응." "그 말 위로였어,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된 거였어." --- 세림이 나를 봤다. 한참 봤다. "나도 몰라." "…….." "그게 답이야?" "응. 그게 답이야." --- 세림이 상자에서 손을 뗐다. "근데 그거 물어봐 줘서 고마워." "…….." "왜." "물어보면 내가 대답을 해야 되잖아." 세림이 어깨를 한 번 올렸다. "대답하니까 내가 모른다는 걸 알았어." --- 이십팔일에 어머니가 왔다. 두 번째다. 아니 세 번째다. 봉투를 들고 오지 않았다.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 "닫는다며." "응." "…….." "밥은." "먹었어." --- 엄마가 손님 의자에 앉았다. 앉아서 진열대를 봤다. 백 그램이 아직 열일곱 장 있다. "저거 안 팔렸네." "세 장 팔렸어." "…….." "세림이가 한 장 샀어." --- 엄마가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진열대에서 눈을 안 뗐다. 백 그램은 맨 아래 칸에 있고 값표가 아직 꽂혀 있다. 한참 있다가 물었다. "세림이 편지 썼니." "쓰고 있어." "…….." "뭐라고." "안 봤어." --- 엄마가 일어섰다. "그럼 됐다." "엄마." "…….." "저 백 그램 가져갈래?" 엄마가 진열대를 다시 봤다. --- "두고 가." "그건 엄마 거야." "팔라고 뒀잖아." 엄마가 문 쪽으로 갔다. "안 팔리면 그건 그거대로 놔둬." --- 이십구일과 삼십일에는 아무도 안 왔다. 봉투를 사러 온 사람이 둘 있었고 편지를 부탁한 사람은 없었다. 이틀 동안 나는 겉봉 열여섯 장을 썼다. 다 다른 이름이었고 다 손님 것이었다. 열여섯 장을 쓰는 동안 한 번도 안 막혔다. --- 삼십일일이 마지막이었다. 수요일이었다. 세림은 수요일에 나가는 사람인데 그날은 안 나갔다. --- 여섯 시까지 손님이 넷 왔다. 셋은 봉투를 샀고 하나는 겉봉을 맡겼다. 겉봉은 내일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내일은 없다고 말하려다 말고, 오늘 써서 드렸다. --- 여섯 시에 세림이 앞치마를 벗었다. 벗어서 못에 걸었다. 걸고 나서 다시 집었다. "이거 가져갈게." "응." --- 세림이 열쇠를 안 내놓았다. 나도 안 물었다. --- 상자를 꺼내 보퉁이에 쌌다. 열한 통이 들어갔다. 세림 것과 어머니 것이 그 안에 있다. 세림이 그것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 진열대는 그대로 두었다. 봉투가 아직 많다. 파란 줄이 일흔 몇 장이고 흰 것도 남았다. 다 가져가려면 상자가 여럿 필요하다. 세림이 물었다. "이거 어떡해." "…….." "두고 가." --- 이면지 뭉치와 접수 공책을 챙겼다. 공책에는 이름이 백 몇 개 있고 그중 절반에 줄이 그어져 있다. 오늘 아침에 한 줄을 더 그었다. 이재의 줄은 이름 위에만 그어져 있고 번호는 그대로다. --- 간판은 안 뗐다. 떼려면 사다리가 있어야 하고 사다리는 옆집에서 빌려야 한다. 빌리면 옆집이 묻는다. 그것 때문은 아니다. --- 주인집에는 이달까지만 한다고 말했다. 방을 빼는 것은 아니다. 세는 석 달 치가 남아 있고 그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석 달 뒤에 다시 정하면 된다고 했다. 주인이 그러라고 했다. --- 불을 껐다. 셔터를 내렸다. 세림이 반대쪽을 잡았다. 둘이 잡으면 소리가 덜 난다. --- 골목으로 나왔다. 세림이 앞치마를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다. "수진아." "응." "내일 뭐 해." --- "몰라." "…….." "국수 먹을래?" "먹자." --- 세림이 사거리 쪽으로 갔다. 가다가 한 번 돌아서 손을 들었다. 여덟 해 동안 퇴근하면서 손을 든 적이 없다. 나는 반대쪽으로 갔다. 열 걸음쯤 가다가 돌아봤다. --- 간판에 불이 안 들어와 있었다. 낮에는 원래 안 들어온다. 여백. 두 글자가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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