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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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화요일에 그 손님이 왔다.
지난주와 같은 시각이었다. 열한 시다.
이번에는 들어와서 봉투를 봤다. 흰 것 앞에서 잠깐 서 있다가 카운터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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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셨습니까."
"저 그거 써 왔어요."
여자가 가방에서 종이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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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이었다.
접힌 자리가 여러 군데다. 접었다 폈다를 몇 번 한 종이는 그렇게 된다.
카운터에 놓았다.
"봐 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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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종이를 안 집었다.
"제가 봐 드리면 어떻게 됩니까."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쳐 드리면 제가 쓴 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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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잠깐 있었다.
"안 고쳐 주셔도 돼요."
"…….."
"그럼 뭘 해 드립니까."
"읽어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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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받았다.
여덟 해 동안 손님이 쓴 것을 읽어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다 쓰고 나서 소리 내어 읽어 달라는 분은 있었다. 그건 내가 쓴 것을 읽는 것이다.
이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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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겠습니다."
나는 종이를 집었다.
집어서 형광등 아래로 안 갔다. 그냥 카운터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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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줄이었다.
`생일 축하해, 라고 왔더라.`
`다섯 글자였어.`
`나는 그거 보고 이틀 있다가 답을 했어. 응, 고마워, 라고 했어.`
`네 글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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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병원 같이 가 줬잖아.`
`그때 네가 접수증 들고 서 있는 거 봤어.`
`나는 그날 네 뒤통수만 봤어.`
`앞은 못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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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여덟 줄을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눈으로 읽고 한 번은 입술로 읽었다. 손님이 앞에 있으면 소리를 안 낸다.
글씨가 흔들린 데가 두 군데 있었다. 넷째 줄과 마지막 줄이다. 흔들린 데는 손이 빨라진 자리이거나 느려진 자리다.
어느 쪽인지는 종이가 안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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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이야기가 없었다.
항목이 셋이었는데 둘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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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네."
"세 번째가 없습니다."
여자가 종이를 봤다.
"빼도 되죠?"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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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쓰려고 하니까."
여자가 말했다.
"쓰면 그 얘기를 하자는 게 되더라고요."
"…….."
"그건 아직 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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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이를 카운터에 놓았다.
"손님."
"네."
"한 군데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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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줄입니다."
`네 글자였어.`
"이건 왜 넣으셨습니까."
여자가 그 줄을 봤다.
"…….."
"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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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글자 왔는데 제가 네 글자 보냈잖아요."
여자가 손끝으로 그 줄을 짚었다.
"그게 좀 그래서요."
"…….."
"빼시겠습니까."
"빼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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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릅니다."
내가 말했다.
"넣으면 손님이 세었다는 게 남고, 빼면 안 남습니다."
여자가 한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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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을게요."
"그러면 넣습니다."
나는 종이를 접어서 여자 쪽으로 밀었다.
여자가 그것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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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예요."
"안 받습니다."
"…….."
"읽어 주셨잖아요."
"손님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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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문 앞으로 갔다가 돌아섰다.
"선생님."
"네."
"저 지난주에 여기서 나가고 나서요."
여자가 종이를 든 손을 내렸다.
"버스에서 그거 썼어요."
"…….."
"여덟 줄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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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리셨습니까."
"네 정거장이요."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
"두 달 걸려서 왔는데 네 정거장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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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가방을 열었다.
지갑을 꺼내서 카운터에 돈을 놓았다.
"지난주 것까지요."
"지난주에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두 시간 앉아 있었어요."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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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돈을 봤다.
여덟 해 동안 값은 쓴 것에 붙었다. 줄 수로 매기고 종이 값을 더한다. 안 쓰면 안 받는다.
이건 어디에 붙는 값인지 나는 모른다.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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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나가고 나서 나는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영수증을 끊어야 했다.
품목 칸에 뭐라고 적을지 몰라서 한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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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이라고 적으면 거짓이다.
빈칸으로 두면 영수증이 아니다.
나는 `상담`이라고 적었다.
적고 나서 그 두 글자를 봤다. 우리 가게 영수증에 그 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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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국숫집에 안 갔다.
세림이 혼자 갔다 왔다. 돌아와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두 시에 진열대를 정리하고 세 시에 재고를 셌다. 소리를 내어 셌다.
나는 그동안 영수증 철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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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에 문을 닫았다.
세림이 앞치마를 벗으려는데 내가 불렀다.
"세림아."
"응."
"잠깐 앉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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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손님 의자에 앉았다.
앉으면서 앞치마를 벗지 않았다.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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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닫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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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아무 말도 안 했다.
앞치마 끈에 손이 올라가 있었다. 올라간 채로 멈췄다.
밖에서 셔터 내리는 소리가 났다. 옆집 문구점이다. 여섯 시 십오 분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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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달 말에."
"…….."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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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을 준비했었다.
준비한 것이 세 개였고 세 개 다 여기서는 안 나왔다.
"안 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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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나를 봤다.
"지난주에 한 번이잖아."
"오늘도 안 됐어."
"오늘은 손님이 쓴 거 봤다며."
"그거 말고."
내가 말했다.
"아까 오후에 겉봉 두 장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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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썼잖아."
"썼어."
"…….."
"그럼."
"그것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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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앞치마 끈에서 손을 내렸다.
"언제부터 그랬어."
"…….."
"몰라."
"모르는 게 어디 있어."
"…….."
"이재 씨가 열네 통 갖고 온 다음부터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말했다.
"그 전부터인 것 같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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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카운터를 봤다.
"그 사람 때문이야?"
"아니야."
"…….."
"진짜 아니야?"
"그 사람은 항목을 줬어."
내가 말했다.
"나머지는 내가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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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그 말을 듣고 조금 있었다.
"수진아."
"응."
"나는 어떻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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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이 나올 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 답을 안 정했다.
"네 자리 알아볼게."
"…….."
"어디."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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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웃지 않았다.
"그거 말고."
"…….."
"뭐."
"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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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랍 아래 칸 쪽을 봤다.
"상자에 있어."
"그거 어디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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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을 못 했다.
가게가 없어지면 상자도 없어진다. 상자에 든 열두 통은 손님들 것이고, 손님들은 안 찾아갔다.
찾아가지 않은 것을 내가 어디로 가져갈 수 있는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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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아."
"응."
"네 거는 가져가."
"싫어."
바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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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거기 두려고 넣은 거야."
세림이 말했다.
"내가 갖고 있을 거면 처음부터 안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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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들었다.
"어머니 것도 있어."
"알아."
"…….."
"그것도 네 거야."
"내 거 아니야."
세림이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나한테 보낸 건 맞는데 내가 안 가져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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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일어섰다.
일어서서 서랍 쪽으로 갔다. 열지는 않았다.
"수진아."
"응."
"그 상자에 내 거랑 어머니 거랑 둘 다 있는 거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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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서랍에 손을 안 댔다.
"둘이 같은 데 있는 거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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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돌아섰다.
"그럼 됐어."
"뭐가."
"그거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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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아."
"응."
"그게 왜 됐어."
세림이 서랍 쪽을 한 번 더 봤다.
"어머니가 나한테 쓴 거랑 내가 어머니한테 못 쓴 거랑 같은 데 있잖아."
"…….."
"둘 다 안 간 거잖아."
세림이 어깨를 한 번 올렸다.
"안 간 것끼리 있는 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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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앞치마를 벗어서 못에 걸었다.
매듭이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가방을 메고 문 앞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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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아."
"응."
"이달 말까지 몇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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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어 보지 않았다.
"세림아."
"응."
"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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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이 문고리를 잡았다.
"그건 네가 정할 게 아니야."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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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영수증 철이 카운터에 그대로 있었다. 오늘 두 장 끊었다. 하나는 겉봉 두 장이고 하나는 아까 그것이다.
품목 칸에 적은 두 글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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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을 안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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