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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나에게 보낼 편지를 나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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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에 문자가 왔다. `목요일 열두 시` `국숫집` 두 줄이었다. --- 나는 그것을 한참 봤다. 어제 내가 `이번 주에`라고 썼다. 세림이 읽었다는 표시만 띄우고 하루를 뒀다가 오늘 요일과 시각을 보냈다. 내가 안 정한 것을 세림이 정했다. --- 여덟 해 동안 그랬다. 내가 언제쯤 하자고 하면 세림이 요일을 붙였다. 재고를 언제 시킬지, 진열을 언제 바꿀지, 점심을 몇 시에 먹을지. 나는 그걸 세림이 부지런해서 그런 줄 알았다. --- `알았어` 나는 그렇게 답했다. 답하고 나서 책상 위를 봤다. 이름 여섯 개가 적힌 종이가 있다. 첫째와 여섯째가 한쪽이고 둘째부터 다섯째까지가 다른 쪽이다. --- 정해 놓고 쓰면 손이 같아진다. 안 정하고 쓰면 손이 제 마음대로 간다. 나는 여덟 해 동안 정해 놓고 썼고, 정하는 것은 대개 남이 했다. --- 목요일 열두 시에 국숫집에 갔다. 세림이 먼저 와 있었다. 창 쪽 두 번째 자리다. 안쪽에 앉아 있었다. 늘 그 자리다. --- 국수가 나왔다. 세림이 고춧가루를 두 번 넣었다. 한 번 흔들고 두 번째에 손목을 한 번 더 쳤다. 나는 안 넣었다. 세림이 그것을 봤다. --- "안 넣네." "응." "…….." "저번에는 넣었잖아." "그날은 넣었어." --- 세림이 더 안 물었다.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뒤적였다. "수진아." "응." "나 네 줄 됐어." --- 나는 젓가락을 놓지 않았다. "많이 썼네." "많이는 아니지." 세림이 국수를 한 젓가락 먹었다. "열흘에 두 줄이야." --- "어디까지 왔어." "졸업식에서 아직 안 나왔어." 세림이 그렇게 말했다. "냄비 두 개에서 시작했는데 아직 부엌이야." --- "부엌이 길어?" "길어." 세림이 그릇을 조금 밀었다. "쓰다 보니까 그날 아침이 한 시간이 넘더라고. 나는 십 분인 줄 알았어." ---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손님들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항목 하나가 문장이 되면 그 안에서 시간이 늘어난다. 여덟 해 동안 나는 그걸 줄이는 일을 했다. --- "세림아." "응." "줄이지 마." 세림이 나를 봤다. "길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네가 쓰는 건 길어도 돼." --- "왜." "부칠 거 아니잖아." 세림이 웃었다. "부칠 건데." --- 나는 젓가락을 놓았다. "부쳐?" "언젠가." 세림이 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근데 언제인지는 안 정했어." --- "세림이 안 정하는 것도 있네." "있지." 세림이 숟가락을 놓았다. "내 거는 안 정해." --- 세림이 그릇을 비웠다. 나는 반쯤 남겼다. 남긴 것을 세림이 봤지만 아무 말도 안 했다. --- "수진아." "응." "너 요새 뭐 해." "이름 써." 세림이 젓가락을 놓았다. "누구 이름." "내 이름." --- 세림이 잠깐 있었다. "몇 번 썼어." "여섯 번." "…….." "일곱 번째는?" "안 썼어." --- "왜." "모르겠어." 세림이 그 말을 받았다. "나도 그래." "뭐가." "네 줄 쓰고 다섯째 줄이 안 나와." 세림이 물컵을 돌렸다. "열흘째 네 줄이야." --- 국숫집을 나와서 사거리까지 같이 걸었다. 세림이 오후에 어디 간다고 했다. 어디인지는 안 말했고 나도 안 물었다. 사거리에서 갈라졌다. --- 그날이 그날이었다. 극장이 문을 여는 날이다. 목요일이고, 세림이 정한 요일이었다. 세림은 그걸 모르고 정했다. 이재가 지난주에 당겨졌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날짜를 세지 않았다. 세지 않았는데 알고 있었다. --- 집에 왔다. 세 시였고 여섯 시까지 할 일이 없었다. 극장이 어디인지 나는 모른다. 물어본 적이 없고 이재도 말한 적이 없다. 시내에 극장이 몇 개인지도 모른다.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 안 찾았다. 찾으면 몇 시에 하는지 나오고, 몇 시에 하는지 알면 그 시각에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게 된다. 모르면 그냥 오후다. --- 네 시에 창밖을 봤다. 우리 집은 이 층이고 창 아래에 주차장이 있다. 차가 셋 있고 그중 하나는 두 달째 안 움직인다. 두 달째 안 움직이는 차를 나는 매일 본다. --- 붙박이장 위에서 상자를 내렸다. 의자를 놓고 올라가서 내렸다. 넷째 상자다. 내리면서 옆의 셋을 안 건드렸다. 셋은 이사 세 번을 안 열고 옮긴 것들이고 오늘도 안 연다. 책상에 놓고 뚜껑을 열었다. --- 열한 통이 있다. 겉면에 이름이 있는 것이 일곱이고 없는 것이 넷이다. 곽인수 씨 것이 나가서 일곱이 됐다. 넷을 따로 꺼냈다. --- 나는 접수 공책을 폈다. 이름이 백 몇 개 있고 그중 절반에 줄이 그어져 있다. 줄은 찾아간 표시다. 줄이 안 그어진 것을 셌다. --- 여덟이었다. --- 나는 다시 셌다. 앞에서부터 한 장씩 넘기면서 줄 없는 줄을 짚었다. 손끝으로 짚으면 두 번 세는 일이 없다. 여덟이었다. --- 상자에는 열한 통이 있다. 그중 둘은 손님 것이 아니다. 세림 것과 엄마 것이다. 그 둘은 공책에 없다. 열한에서 둘을 빼면 아홉이다. 공책은 여덟이다. --- 하나가 안 맞는다. --- 나는 이름 있는 일곱을 공책에서 찾았다. 한 사람씩 앞에서부터 넘기면서 찾았다. 스무 장쯤 넘기면 하나가 나온다. 일곱 다 있었고 일곱 다 줄이 안 그어져 있었다. 그러면 여덟 중에 일곱이 이름 있는 것이고 하나가 남는다. 이름 없는 넷 중에 하나만 공책에 있다는 뜻이다. --- 나는 그 하나를 찾았다. 이름 칸에 `장미숙`이 있고 번호가 있고 줄이 없다. 날짜가 삼 년 전 십일월이다. 그러면 이름 없는 봉투 넷 중에 하나가 장미숙 씨 것이다. 나머지 셋은 공책에 없다. --- 나는 공책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여덟 해 동안 하루도 안 빼먹었다. 손님이 오면 이름과 번호를 적고, 안 적은 적이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재의 칸이 비어 있었던 것을 나는 열여덟 번째 화에 알았다. 그때 그건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나가 아니었다. --- 셋이 더 있다. --- 나는 이름 없는 봉투 넷을 책상에 늘어놓았다. 하나는 장미숙 씨 것이다. 어느 것인지는 모른다. 나머지 셋은 누구 것인지 아무 데도 안 적혀 있다. --- 만져 봤다. 하나는 한 장이고 하나는 두 장이고 둘은 세 장이다. 두께 말고는 아무것도 안 알려 준다. --- 세 장짜리 둘을 나란히 놓았다. 종이 색이 달랐다. 하나는 가장자리가 조금 노랗고 하나는 안 노랗다. 노란 쪽이 오래된 것이다. 삼 년 전 것이면 그쯤 된다. 장미숙 씨 것이 그쪽일 수 있다. ---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라는 것은 다르다. 여덟 해 동안 나는 그 차이를 손님들에게 설명해 왔다. 노란 쪽을 도로 놓았다. --- 나는 넷을 도로 상자에 넣었다. 넣고 뚜껑을 덮었다. 덮고 나서 공책을 폈다가 도로 덮었다. --- 여덟 해 동안 나는 안 적는 사람이 아니었다. 손님 이름을 안 적으면 편지를 못 찾아 드린다. 그건 실무다. 그런데 셋을 안 적었다. --- 안 적은 이유를 대라면 하나씩은 댈 수 있을 것이다. 바빴거나, 손님이 안 알려줬거나, 적으려다 손님이 먼저 나갔거나. 셋 다 그럴듯하고 셋 다 내가 지금 만든 것이다. --- 이재의 칸을 안 적은 이유를 나는 십팔 화에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그때는 그게 한 번이라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 번이면 그건 습관이다. --- 나는 이면지를 한 장 꺼냈다. 어제 쓴 이름 여섯 개가 있는 종이가 아니라 새것이다. 거기에 적었다. `이름 없는 넷 중 셋은 공책에 없다.` --- 적고 나서 그 한 줄을 봤다. 이건 항목이다. 누가 준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다. --- 나는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으려고 했다. 두 번째가 안 나왔다. --- 항목이 하나뿐이면 순서를 정할 게 없다. 정할 게 없으면 시작할 데도 없다. --- 펜을 놓았다. 책상에 종이가 둘이었다. 이름 여섯 개가 적힌 것과 한 줄이 적힌 것. 나는 둘을 겹치지 않고 나란히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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